수면 아래의 문제들

1999년 당시 드림캐스트의 전망은 매우 밝은 듯 보였지만, 세가 내부에서는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카야마가 아케이드 사업부 총괄로 내려오고, 부사장이었던 이리마지리 소이치로가 나카야마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카야마는 다른 사업 기회를 찾아 세가를 떠나고 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가의 모회사인 CSK 회장 오카와 이사오가 세가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으며 곧 이어 그 자신이 CEO의 자리에 오른다.

스톨러는 아쉬운 목소리로 당시를 기억한다. "나카야마, 이리마지리 그리고 저는 서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였어요. 하지만 오카와하고는 그런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었죠." 사실 나카야마와 오카와의 비전은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나카야마는 세가를 훌륭한 하드웨어 회사로 이끌어가고 싶어했던 반면, 오카와는 이러한 부분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톰 칼린스키 역시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오카와는 나카야마에게 지속적으로 하드웨어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종용했었죠. 그저 소프트웨어 회사로 남으라고 말이죠. 하드웨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줄기차게 주장했어요."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드림캐스트의 미래 역시 불투명해졌다. 나카야마가 자리를 비운 지금, 세가의 최고경영진 중에서 하드웨어가 세가의 전략적 중장기 목표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카와와 비전이 달랐던 스톨러 역시 드림캐스트의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러나게 되었고, 그 자리를 마케팅 총괄이었던 피터 무어(Peter Moore)가 맡게 되었다.

경쟁관계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었다. 소니와 닌텐도가 차세대 기기를 내놓을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다크 호스로 등장한다는 전개는 꽤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스톨러에게 이 소식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드림캐스트의 개발 초기,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가에게 윈도우즈 CE의 드림캐스트 적용을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스톨러가 보기에 MS의 제안은 그 의도가 너무도 명백했다. 게임기 사업에 진입하기 위한 사전 포석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MS는] 아예 팀 하나를 세가에 파견했어요. 이들은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한 뒤에 떠났죠. 저는 아예 세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라고 설득했고, 세가 중역들은 제 말을 들었어야 했어요. 그랬다면  그들도 그토록 원치 않던 하드웨어 사업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을 테니까. 나는 [MS의 엔터테인먼트 & 디바이스 부문 사장인] 로비 바흐를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에게 이렇게 말했죠. '어쩔 수 없으니 서로 해야할 일들을 하고 빨리 끝냅시다.' (한숨) 이런 일들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종종 일어나곤 하죠." -버니 스톨러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세가는 또 하나의 기회를 잃은 셈이다. 만약 MS가 드림캐스트를 자사의 콘솔로 선택했다면, 드림캐스트는 보다 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원 역시 더 탄탄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세가는 새미와의 합병을 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능성은 언제까지나 추측으로만 남을 뿐이지만.


외형적으로 세가는 여전히 그 힘찬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에 이르러 세가는 자사의 창의적인 개발진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팀 전체를 준독립적인 개별 스투디오로 나누어 각 스투디오마다의 재량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체제로 전환을 꾀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덕분에 팬들은 특정 개발자의 게임들에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되었고, 세가는 그 역사 상 창의적인 역량이 가장 밝게 빛나는 눈부신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드림캐스트의 수명은 비록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기간은 추억의 명작들로 가득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시리즈물의 속편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게임들이었다. 예전의 명작들을 울궈먹는 대신, 세가는 담대하고 창의적이며 다채로운 게임들로 새로운 세대의 팬층을 형성했다. 크레이지 택시, 젯 그린드 라디오, 셴무 등의 게임은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게이머들에게 그들의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규정하는 추억들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독특한 육성 게임 시맨은 몇 안되는 드림캐스트의 일본 시장 히트작 중 하나이다. 드림캐스트에서 새롭게 시작된 시리즈는 하나 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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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레비스 파스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4.21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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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eg Teddy 2009.05.22 0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약 세가가 그때 마소에 인수되었다면...

    마소도 엑박을 위해 그런 삽질을 하지 않고, 더 빨리 강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말이죠....

  2. BlogIcon 지나가던이 2009.05.22 0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마이크로소프트-세가가 됐으면 서로에게 윈윈이... 초기 엑박이 일본시장에서 죽을 쑨 상황도 피할 수 있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