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비디오게임이 무엇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놀란 부쉬넬이 스페이스워!를 본따 만든 컴퓨터 스페이스가 아케이드 게임의 황금기를 연 게임이라는 데에는 비교적 이견의 여지가 없다. 퐁으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시도는 무수히 많은 창의적인 발상을 낳았고,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디펜더, 아스테로이드 등의 히트작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비디오게임의 맨털리티 자체를 규정한 것은 고릴라와 배관공이 등장한 돈키콩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시점에서 비디오게임의 가장 오래된 장르가 탄생하였다. 8비트 시절의 순박함에서부터 수백만 달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린아가 되기까지, 비디오게임의 발전을 이끌었던 아홉 가지 장르를 통해 그 역사를 돌이켜보자.

기본이자 바탕: 플랫폼 장르


부분적으로는 80년대 세가와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라이벌 관계로 인해 촉발된 플랫폼 게임의 부흥은 단일 스크린 혹은 단순한 횡스크롤 액션으로 국한되었던 아케이드의 시대에 다양성을 부여하였다. 돈키콩과 핏폴!이 개척한 이 분야의 정점에는 1985년에 발매되어 4천만 카피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있다. 이후에도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세가의 소닉 더 헤지독의 경쟁이 보여주듯 플랫폼 장르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3D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플랫폼 장르는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었으며 90년대에도 마리오 64나 툼 레이더 같은 인기 시리즈가 그 명목을 이어나갔다.

도전자와 챔피온: 격투 장르


이러한 오랜 기간 동안, 플랫폼 게임과는 별개로 80년대 중후반 새로운 유행을 낳은 장르가 있었으니 바로 격투 장르이다. 플랫폼 게임보다는 다소 늦게 출발한 격투 장르는 한동안 플랫폼 게임과 공존하며 비디오게임계를 양분했다. 1984년의 쿵푸 마스터와 1988년 수왕기 등 초기 격투게임은 플랫폼 게임의 요소를 함께 갖는 형태를 취했으며, 단순히 점프 대신에 공격이 가능한 형태였다. 격투 게임의 80년대 후반 더블 드래곤, 파이날 파이트, 그리고 스트리트 오브 레이지를 통해 그 정점에 이른 듯 했다.

그러나 1991년, 하나의 게임이 등장하면서 격투 게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스트리트 파이터 II는 콤보와 대전의 개념을 대중화시킨 게임이면서 이후 등장하는 미드웨이의 모탈 컴벳에 큰 영향을 미쳤다. (모탈 컴벳은 그 잔인함으로 인해 미 상원의회의 게임 폭력성에 대한 청문회를 야기할 정도로 다른 의미의 큰 영향을 미쳤다.) 격투 장르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해서, 그 어떤 가정용 게임기도 격투 게임 없이는 발매되지 않았다. 세가 새턴에는 버추어 파이터가, 플레이스테이션에는 투신전이 (나중에는 철권이), 드림캐스트에는 소울 칼리버가, PS2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EX3가, Xbox는 데드 오어 얼라이드 3가 있었다. 지금 격투 장르는 가장 인기있는 장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소울 칼리버 IV와 같은 명작들이 그 명맥을 유지해주고 있다.

중독성 멀미유발제: 1인칭 슈팅


어떤 점에 있어, 플랫폼 장르와 격투 장르의 전성기는 바로 아케이드와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1993년, 고전 명작인 둠의 등장은 그러나 PC를 새로운 게임 머신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둠이 최초의 1인칭 슈팅은 아니었지만 둠을 통해 1인칭 슈팅이 그 인기를 쌓아가기 시작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무실에서는 LAN을 통한 데드매치가 유행이 되었으며 다음 세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둠을 모방한 무수히 많은 게임들이 게이머들의 시간을 점령했다. 듀크 뉴켐 3D와 퀘이크는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존재였고, 골든아이는 콘솔 게임에서 1인칭 슈팅의 성공 가능성을 열었으며 메달 오브 아너는 역사적 실재감을 장르에 부여하였다. 하프-라이프는 주변 환경을 통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데우스 엑스의 신선한 오픈 엔드 디자인 또한 1인칭 슈팅의 새로운 면모를 개척하였다. 현재까지도 너무나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이 장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잠시 후에 이어진다.

두뇌 트레이닝의 시조: 리얼타임 전략 (RTS)


90년대 중반 PC를 게임기의 위치로 견고히 올려 놓은 또 하나의 흐름은 바로 커맨드 엔 컨커를 비롯한 실시간 전략 게임들이었다. 둠과 마찬가지로 C&C 역시 RTS를 개척한 최초의 게임도 아니고 (RTS의 시조는 듄 II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최고의 RTS 게임 역시 아니었다. (최고의 자리에는 워크래프트가 있었다.) 그러나 C&C야말로 RTS 장르를 확실히 자리매김시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으며, 이후의 시리즈 역시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무수히 많은 게이머들을 탱크 러시의 향연으로 초대하는 다양한 아류작들을 낳았다. 90년대 후반 발매된 PC게임이라고 하면 1인칭 슈팅이 아니면 실시간 전략 게임이었지만, 그들 중에서 C&C 시리즈와 워크래프트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뛰어넘는 게임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하나의 예외는 스타크래프트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던 오브 워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등을 통해 실시간 전략 게임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소리 없는 가정파괴범: 온라인 RPG


1인칭 슈팅이나 실시간 전략 모두 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어가 그 인기의 기반이 되었지만, 온라인 게임이 전면으로 등장한 것은 하나의 세계를 갖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 등장하여 90년대 후반 이후 PC 게임계를 재편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컴퓨터 간 연결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아주 초보적인 MUD 게임들이 등장해왔지만, 디지털 마약이라고도 불리우는 흡입력 강한 온라인 RPG의 시작은 1997년에 발매된 울티마 온라인부터이다. 수 년 후 발매된 에버퀘스트는 전 세계 게이머들을 렙업의 노가다 속에 빠뜨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러한 게임들은 서양 RPG의 전통 하에 북미 개발사들이 주도적으로 개척하였지만, 2000년에 발매된 판타지 스타 온라인은 2002년 파이날 판타지 XI와 최근에 발매된 백기사 이야기 등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등장하여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깡패 같은 자유도: 프리로밍 장르


그러나 온라인 RPG로 인해 우세를 갖던 PC 게임들은 드림캐스트, 플레이스테이션2, Xbox 등 '차세대' 콘솔이 등장하면서 그 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새로운 게임기들에서 나온 초기 게임들은 스포츠, 레이싱, 플랫폼, 격투 등등을 혼합한 복합적인 장르의 게임들을 선보인다. 그래서 2001년 그란 테프트 오토 III (GTA III)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누구도 이러한 히트작이 어떤 근원에서부터 발전된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GTA III는 그야말로 갑자기 등장하여 게임의 주인공처럼 비디오게임계의 모든 돈과 명예를 '강탈'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DMA 디자인(나중에 록스타 노스라는 이름이 된다.)은 GTA I과 II 그리고 닌텐도 64로 등장한 바디 하베스트를 통해 이러한 히트작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나갔던 것이다. GTA III는 바디 하베스트에서 선보인 높은 자유도에 폭력성과 범죄를 적당히 버무려서 엄청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평범한 모방작 (스카페이스, 트루 크라임 등)과 비범한 모방작 (세인츠 로우, 크랙다운) 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으나 그 어느 것도 GTA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티끌모아 태산: 미니 게임


이러한 광활한 세계관에서의 자유도 높은 게임들과 정 반대편에는 미니 게임들이 있다. 아케이드의 절정기에서부터 마블 매드니스와 테트리스에 이르는 변화과정을 거쳐온 미니 게임들은 최근에 너무나 진지하고 긴 게임들에 지친 게이머들을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닌텐도는 GBA 시절의 와리오 월드의 신작을 닌텐도 Wii와 DS로 내놓음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로 캐주얼 게임들은 곤충의 생태계에 빗댈 수 있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작은 개발사들이 엄청난 숫자로 포진해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핸드폰과 PDA에서부터 소니와 MS의 최신 게임기까지, 캐주얼 게임은 그 어디에서도 적응하며 스스로의 입지를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물결: FPS와 TPS (3인칭 슈팅)


미니 게임이 곤충과도 같은 존재라면, 게임계에서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종은 바로 1인칭 슈팅과 3인칭 슈팅이다. 2001년 헤일로의 등장은 1인칭 슈팅의 모든 것을 새로 쓰는 혁신적인 사건이었으며, 헤일로 2는 어떻게 하면 다른 게이머들을 좀 더 창의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게이머들의 집착을 빚어낸 게임이다. 하프-라이프 2, 바이오쇼크, 그리고 파 크라이는 모두 1인칭 게임을 색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킨 케이스이다. 또한 레지스탕스, 킬존, 메트로이드, 콜 오브 듀티 역시 1인칭 슈팅 장르에 한 단계 높은 다양성과 깊이를 제시하였다. 반면 기어즈 오브 워 같은 게임들은 3인칭 슈팅을 하나의 서브 장르로 확립시켰고, 바이오 하자드 4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라나는 새싹들: 향후 전망은?


앞으로의 전망은 과연 어떨까. 소셜 게이밍이 점점 더 게임 업계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으며 기타 히어로와 락 밴드의 성공은 음악 게임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또한 닌텐도 Wii는 새로운 주변기기를 통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텔레메트리 기술로 인해 스포츠와 레이싱 게임에서의 멀티 플레이어화를 가속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성들에 대해서 너무 빨리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때 하나의 트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측되었던 에피소드형 게임이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이러한 예측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를 알 수 있으니까.

글: 데이브 맥카티 (IGN UK)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년 3월 31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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