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저널리스트 스티븐 켄트가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잊혀졌던 유물, 바바트론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최초로 이 게임이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공개한다.

몇 년 전에, 나는 달라스에 사는 아케이드 게임 수집가 마티 프랭클린에게서 한 통화의 전화를 받았다. 3 아메리칸 조(3 American Joes[각주:1])라는 회사에서 만든 바바트론이라는 오래된 게임을 발견했는데, 혹시 이 게임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를 나에게 묻기 위해서였다.

나 역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킬러 리스트 오브 비디오게임(The Killer List of Videogames)’ 웹사이트를 뒤져보았지만 곧 쓸데 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티 같은 수집가라면 나에게 전화하기 전 이미 이 사이트를 확인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어서 댄 하우어, 존 탈라리코, 팀 페란테가 쓴 책,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 프라이스 가이드’를 뒤적여 봤지만 바바트론이라는 게임과 관련하여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프로토타입 같은 걸 손에 넣은 것 같군.” 이라는 내 의견에, 마티는 물었다.

“이게 얼마쯤 할 거 같아?”

“얼마나 재미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

“엄청 재밌어. 마치 템페스트랑 로보트론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인걸.”

나는 좀 더 조사를 해보기로 약속하고 리플레이 매거진의 제작자인 에디 에드럼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아케이드 업계에서 30년 동안 일해왔고, 덕분에 이 분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바바트론은 동전 하나도 벌지 못한 불운한 게임이었다.

게임 다운로드 받기 (아래 클릭)


“바바트론?” 에드럼이 물었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데.”

“그럼 제작사는 어때? ‘3 아메리칸 조’라는데.”

“’3 아메리칸 조?’ 맙소사, 프로젝트 V를 얘기하는 거군. 게임 자체의 재미를 떠나서, 엄청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지. 들으면 아마 눈물이 날 걸? 거의 비디오게임계의 오이디푸스 설화라고 할 정도로 비극적인 이야기야!”

취재를 마친 지금도 나는 바바트론이 과연 ‘비디오게임계의 오이디푸스’의 자격이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바바트론은 참 운이 없는 게임이었다. 그 게임을 마지막으로 본 지 20년이 넘은 가스 파워드 게임즈의 창립자 크리스 테일러는 바바트론을 “저주받은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아마도 그것은 진실일 것이다. 왜냐면 그가 바로 ‘3 아메리칸 조’ 중 하나였으니까.

모든 것의 시작은 프로거에서부터

1981년 세가/그렘린이 프로거라는 아케이드 게임을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 해는 아케이드 게임 역사 상 가장 큰 호황을 누리던 해였으며 프로거는 그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존재였다. 미국인들은 그 한 해에만 아케이드에 5억 달러어치 동전을 쏟아부었다. 그 중 상당수는 팩맨이 벌어들인 수입이었지만, 프로거도 꽤 많은 돈을 벌었다.

1982년 중반, 아케이드는 이후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몇 십 년간에 걸친 불황기의 초입에 접어들게 된다. 세가는 팽고, 몬스터 배세, 스타 트렉, 젝손 등 미국에서 수 십 개의 아케이드 히트작을 냈지만, 그 무엇도 프로거 때의 영광을 재현하진 못했다.

당시, 세가의 최대 주주는 걸프 엔 웨스턴 인더스트리라는 거대 석유 회사였다. 수익 감소가 향후 이어지는 아케이드 몰락의 시발점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걸프 엔 웨스턴 인더스트리의 경영진들은 프로거 같은 성공을 가져올 가장 빠른 방법이 해외에서 이미 나온 게임을 라이선스해서 들여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로거 자체도 미국에서는 세가/그렘린이 들여온 게임이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코나미가 만든 게임이었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자 했던 걸프 엔 웨스턴은 또한 시그램즈나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정 하에, 경영진들은 일본에서 다음 히트작을 찾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팀을 만들기로 한다.

“나를 고용한 사람은 빌 킨들이었는데, 그는 걸프 엔 웨스턴이나 세가 직원이 아닌 시그램즈의 직원이었지.”라고 케이시 스타우바흐는 회고했다. “내 전공은 회계쪽이었고, 게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어. 하지만 일본어는 능숙했지. 아버지가 군에 있었던 어린 시절 일본에서 살았으니까. 그 때만 해도 LA에서 일본어를 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거든.”

일본에서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찾아 라이선스를 맺으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게임에 대해서나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스타우바흐는 그의 단점을 보완해줄 팀원들을 찾아 나섰다.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중심이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스타우바흐는 산 호세 지역에서 컴퓨터 동호회 모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저는 주로 프로그래머들과 해커들로 구성된 지역의 컴퓨터 클럽 모임에 나가곤 했었죠.” 나중에 심시티와 심즈 같은 기념비적 작품들을 만든 장본인이 된 윌 라이트는 바로 그런 모임에서 스타우바흐를 처음 만나게 된다.

22살이었던 라이트에게 스타우바흐는 게임과 컴퓨터에 대해 물었다.

윌 라이트

“당시 저는 애플 II 프로그래밍과 기계어를 독학하고 있었고 꽤 많은 게임들을 즐기면서 지냈어요.” 윌 라이트는 스타우바흐가 그에게 팀원 자리를 제안했을 때 상당히 놀랬다고 한다. “저 역시 프로거를 좋아했고, 아케이드에서는 물론 집에서도 그 게임을 즐겼죠. 하지만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어요. 한 판을 깨는 데 무척이나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했으니까.”

스타우바흐에 따르면, “돌이켜 생각하면, 윌은 첫번째 팀원으로 아주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어.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게임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거나 아주 경험이 많은 프로그래머들도 있었더든. 하지만 윌 라이트는 정말 똑똑해보였고 재미도 있었어. 만약 내가 일본에 가야한다면, 똘똘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녀석이랑 함께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

팀원을 더 보강하기 위해 스타우바흐는 서부 해안을 따라 캐나다의 뱅쿠버까지 이르렀다. 당시 뱅쿠버는 최신 기술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 중 하나였다.

당시 17세인 크리스 테일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뱅쿠버는 1986년에 열릴 월드 페어를 대비해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던 때였고,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스타우바흐를 처음 만난 건 퍼시픽 내셔널 익스포지션이라는 박람회장에서였죠. 박람회 중에 일렉트로 엑스포라는 섹션이 있었는데, 그 쪽에 참여한 업체 사람들 중에 얘기가 통하는 재밌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크리스 테일러에 대해 묻자, 스타우바흐는 이렇게 말했다. “윌 라이트는 도박에 가까웠어. 그는 영리했고, 무슨 게임이 잘 팔리지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믿었지. 반면에 테일러는 확실한 녀석이었어. 좀 어릴지는 몰라도 내가 찾던 바로 그런 팀원이었지.”

“저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하드코어 게이머였어요. 프로그래밍도 할 줄 알았죠. 첫 번째 컴퓨터를 구한 뒤 바로 Z80 어셈블리 랭귀지를 독학으로 배웠고요. 그 시절에는 컴퓨터에 대해 아주 조금만 알아도 천재 소리를 들었어요. 신발끈도 못 매는 바보도 컴퓨터를 알면 천재로 추앙받았죠.”

테일러는 16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재였고, 이제 막 입학한 대학 한 학기를 쉬고 일본에 가도 되는지에 대해 부모님의 허가가 필요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흔쾌히 허락했다.

6개월 간의 계약서와 함께, 케이시 스타우바흐, 윌 라이트, 그리고 크리스 테일러는 1982년 11월 9일 일본으로 떠났다.

(계속...)

글: 스티븐 L 켄트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4.1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원문게시일을 보시면서 벌써 의심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글 자체가 뒤로 갈수록 너무나 드라마틱한 내용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게 과연 IGN의 만우절 농담인지 아니면 진짜 스토리인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독자들 간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 현재까지는 저자인 스티븐 L. 켄트조차도 이 글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답변할 수 없다고, 이 부분에 대해서 조만간 명확해지길 바란다는 꽤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L. 켄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진위여부는 파악되는 대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4월 14일 오전 7시 업데이트) IGN의 만우절 농담으로 판명되었습니다.


  1. American Joe는 우리로 치면 서울 김서방..쯤으로 해석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3 American Joes를 직역을 하자면 '3명의 평범한 미국인들' 정도가 될까요? 이 이름의 유래는 나중에 밝혀지게 되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