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_Retro: 스트라이더 비룡의 역사

게임라이프/번역 2008. 8. 27. 18:25 Posted by 페이비안
빠른 몸놀림과 화려한 의상으로 게이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트라이더 비룡. 그러나 그가 등장하는 게임들은 다른 어떤 프랜차이즈보다도 우애곡절이 많은 시리즈였다. 마리오하면 미야모토 시게루를 떠올리는 것과는 달리, 스트라이더 비룡 시리즈를 만들어낸 크리에이터들은 전면에 드러난 적도 한 번 없다. 스트라이더 비룡의 역사는 주인공의 직업인 닌자만큼이나 조용하고, 비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콤의 간판 캐릭터 중 하나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비룡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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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스트라이더 이야기

스트라이더 비룡은 사실 게임이 아니라 와다 타츠미, 시바 테츠오가 주간 콤프에서 연재했던 만화에서 처음 등장했다. 게임화에 대한 계획은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며,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만화 자체도 캡콤과의 협력하에 만들어졌다. 1988년 만화가 연재되던 6개월 동안 두 개의 스트라이더 게임이 개발에 들어갔다. 게임의 개발이 먼저였는지, 만화의 연재가 먼저였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등장할 예정이었던 것은 만화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패미콤용 게임이었다. 만화의 연재와 함께 게임에 대한 광고가 계속되어 팬들의 기대치를 높여간다는 전략과 함께 1988년 10월에 게임 발매가 계획되어 있었다. 뒤를 이어 캡콤의 최신 카트리지 교환형 아케이드 게임기인 CPS(Capcom Play System)용 스트라이더 비룡이 등장할 예정이었으며, "스턴트 게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1989년 초반에 마계촌과 함께 가동이 예정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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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인해, 개발 막바지에 이르러 패미콤용 게임의 일본 발매가 최소되어, 비룡은 아케이드용으로 1989년 3월에 처음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일본은 물론 전세계 동시 가동된 아케이드판 스트라이더 비룡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만화와의 연계로 인한 캐릭터 디자인이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흥미를 유발시키는 조작감에 있었다.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 점프, 벽을 타고 지붕을 날아다니는 상쾌한 움직임에 슬라이드 킥으로 적 로봇들을 무찌르는 화려함을 통해 당시 유행이었던 액션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도 스트라이더 비룡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독특한 스타일은 조작감과 움직임에서만 멈추지 않았다. 미래의 소련이라는 배경은 지금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설정이었지만 공상과학적 배경으로서는 매우 독특했다. 러시아 고유의 건축물과 반짝이는 불빛이 어울어진 도시 배경에서부터 굶주린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시베리아 툰드라의 얼음 덮인 배경까지 모든 스테이지가 고유한 멋과 맛을 갖추고 있었다. 2048년이라는 시대 배경 역시 닌자가 나오기에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었으며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시노비나 닌자 가이덴 등의 게임과의 차별성을 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 CPS라는 새로운 기판을 통해 캡콤은 드디어 세가 등 아케이드에서 잘 나가는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기판으로 나왔던 초기 게임들 중에서도 스트라이더 비룡은 그래픽 면에서 그야말로 쇼케이스의 역할을 할 정도의 뛰어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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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판의 성공에 힘입어 개발이 중지되었던 패미콤용 게임 역시 미국에서 발매되었다. 그러나 원래 따로 개발되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닌자 가이덴이나 캡콤 자사의 바이오닉 코맨더와 같이 패미콤용 스트라이더 비룡은 아케이드판의 이식작이라기보다는 별개의 게임에 가까웠으며 기획에서부터 콘솔의 특성을 감안한 게임이었다.

패미콤용 스트라이더 비룡에서 게이머는 카작, 일본, 중국, 이집트 등 여러 스테이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새로운 지역에 접근하기 위한 열쇠와 아이템을 습득하는, 가정용 게임기에 적합한 좀 더 복합적인 구성을 취했다. 연재만화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도 나름 갖추고 있었지만, 영문판으로 대충 번역되면서 스토리의 매력은 많이 사라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패미콤용 스트라이더는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케이드판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조작감에 있어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비룡의 점프 동작은 조작하기 어려운데다가 이상하게 표현되었으며 벽을 타고 올라가는 능력은 아예 없어져버렸다. 반달 모양의 공격만이 패미콤의 비룡이 아케이드의 그 비룡이라는 걸 알려주는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들은 아마도 일본에서 연재가 끝나기 전 서둘러 게임을 발매해야 했던 스케줄의 압박으로 인한 결과였던 것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너무 심각하여 일본 발매가 취소되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RPG의 개념을 도입한 패미콤용 비룡은 당시 사이드 스크롤 게임들의 천편일률적인 모습과는 차별화되었고, 그로 인해 나름의 팬들을 모았다. 그러나 패미콤에서 슈퍼패미콤으로 넘어가는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서, 이러한 독특함이 후속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To be continued...)

출처: IGN Re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