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서는 공상과학 시리즈이다. 스타트랙과 스타워즈 시리즈가 팬들 간 설정에 관한 논쟁을 야기할 정도로 복잡하고 세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 테미네이터는 언제나 순수한 재미와 강렬한 캐릭터 만을 보여주고 나머지 부분은 제각각의 상상에 맡기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밀도 높은 액션, 숨막히는 추격전, 그리고 화려한 폭파씬으로 장식된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는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영화였다.


터미네이터 1과 2 이후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TV, 게임, 만화, 소설 등 가능한 모든 엔터테인먼트 매체들로 퍼져나갔다. 영화 자체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는 매우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후의 날 이후 로스 엔젤레스는 사람마다 그 상상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이었지만, 암울하고 불길한 분위기에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전투, 그리고 이에 따르는 강렬한 액션은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었던 이미지였다.

잠자는 거인

그 누구도 터미네이터가 대박을 칠 거라는 것을 예상치 못했다. 터미네이터는 기획 당시부터 저예산 싸구려 액션 영화로 시작되었으며, 설마 25년이 지난 후에도 인구에 회자되는 그런 종류의 영화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제임스 카메론은 지금에야 상업 영화의 거장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80년대 초반에는 영화판에서 특수 효과를 기획하는 스탭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가 그 전까지 맡았던 연출 관련 경력은 피라냐 II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저예산 영화 하나 뿐이었다.

거의 말이 통하지 않는 스탭들과 제작비 부족으로 허덕이던 피라냐 II의 악몽과도 같은 제작 기간 중, 제임스 카메론은 꿈 속에서 해골 모양의 로봇에 대한 이미지를 보게 된다. 놀라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한 그는 이러한 이미지가 뭔가 의미있는 것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카메론은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었기에, 자신과 같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고예산 영화에 대한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의 꿈 속에 나온 로봇이 현대에 등장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스토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첫번째 장편영화 대본이 완성되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의 모티브를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 할렌 엘리슨(Harlen Ellison)이 아웃터 리미트(The Outer Limits)라는 TV 시리즈를 위해 집필한 두 개의 이야기로부터 차용하였다. 첫번째 이야기, 유리손의 악마(Demon with a Glass Hand)에서는 트랜트라는 인물이 미래에서 온 외계인에게 쫓기게 되는데, 트랜트가 외계인 중 한 명을 잡아 그가 쫓기는 이유를 알아보자 그가 바로 미래에서는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 되는 인물이었다는 내용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솔져(Soldier)라는 제목으로, 미래에서 서로 적군인 두 명의 전사가 현재로 와서 쫓고 쫓기는 이야기이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의 스토리에 이러한 내용들이 끼친 영향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인정했는데, 이러한 소재의 차용은 나중에 작은 규모의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안드로이드는 기계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로부터 존재론적인 테마까지 가져온 제임스 카메론의 각본은 인간의 피부 아래 그가 꿈에서 보았던 기계 골격을 갖춘 로봇이 미래에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지도자, 존 코너를 없애기 위해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현대로 보내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존 코너의 어머니가 될 사라 코너가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이 되고,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2029년에서 현대로 온 남자, 카일 리스에게 히어로의 역할이 주어진다.

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의 각본을 쓰고 있을 무렵, 그는 집이 없어 차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카메론은 감독이 되길 원했고, 그의 각본만이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작자들에게는 그가 감독을 맡아야 한다는 조건이 가장 수락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여러 제작사에 접촉을 시도했는데, 대부분 그의 각본은 마음에 들어한 반면 그 누구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에게 감독의 자리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게일 앤 허드(Gale Anne Hurd)라는 제작자에게 각본을 단돈 1 달러에 넘기게 된다. 그가 감독을 한다는 조건 하에.

1983년에 프리 프로덕션과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카메론에게는 터미네이터 역할을 할 적임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카메론과 함께 피라냐 II를 찍었던 랜스 헨릭센(Land Henriksen)이 먼저 물망에 올랐는데, 당시 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O.J. 심슨도 잠깐 고려되었지만 제작자들은 그가 살인자를 연기하기에는 이미지가 너무 선하다고 생각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카일 리스 역을 위해 오디션장에 들어온 순간, 멈추지 않는 강력한 기계인간의 이미지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보디빌더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존재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그가 출연했던 코난 더 바바리안이나 헤라클레스 인 뉴욕에서 그는 강하고 과묵한 괴력의 사나이였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말수 적고 하드한 액션이 많은 터미네이터 역할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놀드는 그 당시 뛰어난 연기자였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존재감 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아놀드가 코난 시리즈에 계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터미네이터의 제작은 1984년까지 연기되었지만, 그 사이 아놀드의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갔기 때문에 이러한 지연은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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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5.20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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