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게임들의 잔치

첫번째 터미네이터 영화도 뜻밖의 히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터미네이터 2에 이르러 슈왈츠제네거가 맡았던 T-800은 진정한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T2가 제작에 들어가기 바쁘게, 장난감, 만화, 소설 등 가능한 모든 분야의 관련 상품이 기획되어 T2에 대한 관심에 편승하고자 했다. 미드웨이는 아케이드 게임과 핀볼 게임에 대한 라이센스를 획득했고, 어클레임은 (자사의 플라잉 엣지와 LJN 브랜드를 통해) 가정용 버전에 대한 권리를 얻었다. 오션이 PC 버전의 개발을 맡았고, B.I.T.S와 소프트웨어 크리에이션즈가 게임보이, NES(패미콤), 제네시스(메가드라이브)에 각각 서로 다른 내용의 게임들을 선보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미드웨이는 T2의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판권을 확보하면서 게임 관련 선두주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미드웨이의 개발팀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영화와 관련된 매우 다양한 내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이는 영화의 최종 편집본에는 들어가지 않은 장면들에 대한 정보 및 미공개 로봇의 디자인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액체 금속 T-1000에 대한 엄격한 정보 통제를 감안할 때, 이는 상당한 신뢰 관계와 철저한 계약 조건이 수반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드웨이의 게임 자체는 남코에서 1년 전에 내놓은 스틸 건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반적인 건 슈팅이었다. 돋보인 것은 16비트의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배우들과 기계들의 디지털 모델링은 1년 후 미드웨이의 명성을 크게 알린 모털 컴뱃 시리즈에서 쓰여졌던 것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미드웨이의 T2는 발매 즉시 아케이드 센터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T2: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제목의 가정용 이식작이 거의 모든 플랫폼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미 무수히 많은 가정용 T2 게임에 이 게임까지 더해져서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 커졌지만, 많은 이들이 T2 게임들 중에서는 미드웨이의 작품을 가장 괜찮았던 게임으로 기억하곤 한다.

어클레임과 LJN은 라이센스에 기반한 형편없는 게임들을 양산하기로 악명이 높았는데, 터미네이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 게임보이와 NES용으로 각각 터미네이터 2 게임이 등장했는데, 게임보이용은 발매 전에도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발매 후에도 금새 잊혀져 버린 듣보잡 게임으로 묻혔으며, 상당히 주목받은 NES 게임 역시 안타깝게도 평작 수준을 넘지 못했다. 더블 드래곤 스타일의 사이드 스크롤 격투 게임에 약간의 플랫폼 게임 요소를 덧붙인 NES용 T2는 점프 조작의 불편함과 버벅거리는 화면 등으로 인해 결코 재밌는 게임이라고 할 수 없는 물건이 된 것이다. 사실 영화 라이센스 자체만으로 이미 게임의 성공은 담보된 것이었으며, 어클레임은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다음 해, 이 게임은 게임 기어와 세가 마스터 시스템으로 약간의 그래픽 향상과 함께 이식되었지만, 거지같은 게임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였다.

T2가 NES와 아케이드 게임으로 등장할 무렵, 오션은 터미네이터 2 게임을 PC, 아타리 ST, 아미가, 코모도어 64, 스펙트럼 그리고 암스트라드 컴퓨터용으로 발매했다. 오션에서 개발한 게임은 특히 16비트 시스템에서 상당히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큼직하고, 섬세하며, 아름답게 구현된 스프라이트들의 움직임은 당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만약 오션에서 게임플레이 자체에도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아마도 불후의 명작이 탄생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션의 T2가 보여준 게임플레이는 허접한 일대일 격투에서 드라이빙과 슈팅 스테이지에 이어지는, 그저그런 장르의 결합에 그치고 말았다. 게임이 발매되자 평단에서는 입을 모아 혹평을 쏟아 냈고, 영국 게임잡지 Zzap! 만이 코모도어 64 버전에 대해 그나마 후한 평가를 내렸다.

어클레임에서 T2의 라이센스를 확보한 상황이었지만, 버진에서도 터미네이터의 열풍에 동참하고자 터미네이터 1편의 라이센스를 뒤늦게 얻어 제네시스용 게임 개발에 들어간다. 이미 등장한 8비트 버전의 T2 게임들에 비해 타이밍 상으로는 뒤쳐지지만, 어클레임의 16비트 버전 T2 게임들이 1년 후에나 나올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파고들 시장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버진의 제네시스 게임은 카일 리스가 주인공인 횡 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이었다. 개발사로는 프로브(Probe)가 선택되었고 데이브 페리(Dave Perry)라는 이름의 젊은 프로그래머가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그는 나중에 제네시스용 알라딘, 쿨 스폿, 그리고 어스웜 짐 시리즈를 만든 장본인이 되는데, 그의 천재성은 이 당시에는 아직 발현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버진의 터미네이터 게임은 모든 방향에서 미친듯이 그리고 끊임없이 카일을 향해 달려드는 적들로 인해 따분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마른 수건 짜내기 

영화와 연계된 게임은 보통 영화 개봉 후 몇 달 뒤 조용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허접한 T2 게임들을 찍어냈던 개발사들 역시 스테디셀러를 만들 계획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러나 T2는 그 해 가장 히트한 영화가 되었고, 팬들의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었다. 그로 인해 T1과 T2 관련 게임들의 개발은 1993년까지 계속되었다.

마인드스케이프와 레디컬 엔터테인먼트는 공동 작업을 통해 터미네이터 1편에 기반한 NES용 게임을 내놓게 된다. 크고 섬세한 스프라이트와 안정된 조작감, 그리고 장르의 공식에 충실한 그들의 게임은 물론 어색한 애니매이션과 이상한 타격 판정이라는 마이너한 단점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할 만한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드디어 터미네이터 관련 가정요 게임 중에서도 끝까지 다 만들고 내놓은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타이틀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T2의 라이센스를 계속 보유하고 있던 어클레임은 게임보이용 T2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에게 SNES(슈퍼패미콤)과 제네시스용 T2 게임의 개발을 맡겼다. 발매된 결과물은 아마도 SNES와 제네시스용 게임들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떨어지는 사이드 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다. 작고 볼품없는 스프라이트와 스테이지의 어설픈 구조, 로봇치고도 너무나도 어색한 움직임으로 엉망이 된 이 게임은 그나마 약간의 어드밴처 요소로 인해 고유의 특성을 갖추게 되었지만, 어찌되었던 무척이나 재미없는 게임이었으며, 16비트 게임기의 성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3년에 이르자 터미네이터의 열기는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아직 끝은 아니었다. 마인드스케이프는 자사가 보유한 터미네이터 1편의 라이센스를 활용하여 SNES 게임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SNES용 게임은 좀 더 혼두라 스타일에 가까운 본격 슈팅 게임을 지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NES 게임과 크게 다른 게임은 아니었다. 버진에서는 세가 CD 버전의 개발을 진행하는데, 이 게임은 데이브 페리가 전작을 위해 개발한 엔진을 조금 변형하여 재활용했지만, 게임 자체는 상당히 인상적인 애니매이션과 풀 모션 비디오 클립, 그리고 사운드트랙을 갖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었다. 세가 CD용 터미네이터 게임은 가정용 게임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전작이었던 제네시스 버전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터미네이터 게임들에 서서히 질려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크로스오버 쪽으로 가는 것이다.

버진은 80년대 대표적인 액션 영화 아이콘이었던 로보캅과 터미네이터를 혼합하여 로보캅 VS 터미네이터라는 게임을 내놓는다. 금속에 둘러싸인 인간이 인간 피부에 둘러싸인 기계와 한 판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과연 이게 먹힐만한 조합인지 의심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제네시스용으로 먼저 등장한 이 게임은 원작 영화처럼 빠르고 강렬한 액션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경찰 로봇 로보캅이 주인공이 되었고, 그에게는 상당히 다양하고 인상적인 무기들이 주어진다. 탄탄한 게임성에 재미 또한 뛰어난 이 게임은 또한 그 전까지 나왔던 터미네이터 관련 게임들과 달리 Electronic Gaming Managine(7.8/10)이나 GamePro(4.5/5) 등의 매체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뒤이어 인터플레이와의 공동 작업으로 SNES 버전도 등장하였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제네시스용 게임과 매우 유사한 것처럼 보였지만, 더 커진 스프라이트와 미묘한 광원 효과, 그리고 매끈한 코믹북 스타일의 그래픽을 갖춘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 그러나 SNES라는 시스템의 단점 중 하나가 이 게임의 치명적인 제약 조건이 되었다. 바로 (역주: 아마도 닌텐도의 압력으로) 잔인한 장면이나 폭력적인 요소들의 수위 조절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게임 전반적으로 느려짐 현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에 비해 SNES용 게임만의 장점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따라서 평단의 반응도 그다지 열광적이진 않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렇게 그 당시 존재하던 거의 모든 가정용 게임기로의 침투를 마쳤다. 1993년 이후, 터미네이터 게임들은 영화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긴 동면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계속 발전시키고 이어가고자 했던 개발사가 아직 하나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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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5.20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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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넨 2009.05.28 2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레기 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LJN @.@ AVGN에도 자주 나오죠

  2. BlogIcon 무한 2009.05.28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영어를 한글로 번역한거임??... 덜덜덜
    반대로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 전 영어로 글을 쓰고 싶어요 ㅠ.ㅠ

  3. BlogIcon 블랙 2009.06.03 0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VGN이 터미네이터 게임의 제작사가 LJN이라는 것(공포의 무지개 로고!)을 보고 경악(?)을 했죠........-_-;

    • BlogIcon 페이비안 2009.06.03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LJN이 무시무시한 회사군요. 로고만으로도 사람을 위협하다니 ㅋㅋ 우웨 볼 같은 브랜드 파워?

    • BlogIcon 블랙 2009.06.03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AVGN이 경악할수 밖에 없는게 그 전에 최악의 엑스맨 게임 리뷰를 했었는데 그 게임 제작사가 LJN(....)

      더 경악스러운건 LJN의 제작 게임들중 AVGN이 리뷰한 게임이 4개나 있다는것....-_-; (이제 5개가 되겠지만)

      Bill & Ted's Excellent Adventure
      Dream Team
      Friday the 13th <-
      Gotcha! The Sport!
      The Karate Kid <-
      Terminator 2: Judgment Day
      Town & Country Surf Designs: Wood & Water Rage
      The Uncanny X-Men <-
      Who Framed Roger Rabbit <-

  4. BlogIcon myrrh 2009.06.05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션이 제작한 T2 기억이 나네요. 처음 타이틀 화면은 멋진 T800의 그래픽이었는데, 정작 게임은 쓰레기같았던...

    • BlogIcon 페이비안 2009.06.05 1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옛날에 패키지 그림이나 타이틀 화면으로 사람 홀리던 게임들이 꽤 많았더랬죠.. 그런 게임들 따로 조사해봐도 재밌을 거 같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