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서의 부활

2005년 폭스에서 터미네이터 TV 시리즈의 파일롯 제작을 발표했을 때, 이에 큰 기대를 거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2억 달러를 들여 만든 터미네이터 3가 실패한 마당에 고작 TV 시리즈로 시리즈의 부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터미네이터 영화 자체도 3부작이 되면서 스토리 전개가 틀에 박힌 공식처럼 변해갔고, TV 시리즈 역시 이러한 반복을 거듭할 뿐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사라 코너 연대기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사상 가장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갖춘 작품이 되었다.


TV 시리즈의 각본가이자 제작자를 맡은 조쉬 프리드만(Josh Friedman)은 비록 경력이 화려한 스타급 제작자는 아니었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했다. TV 시리즈 역시 화려한 액션과 젊은 여배우 섬머 글루(Summer Glau)의 섹스 어필을 강조했지만, 시청자를 기만하는 무개념의 그저 그런 액션물은 결코 아니었다. 시리즈의 연속성에 문제를 일으켰던 터미네이터 3와 이미 계획 중이었던 'T4: 미래전쟁의 시작'의 스토리는 과감히 무시하고, 사라 코너 연대기는 1999년 당시 십대였던 존 코너와 30대 중반이었던 사라 코너를 카메론이라는 젊은 여성 터미네이터와 함께 8년 후 미래인 2007년으로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이로 인해 시리즈 내의 과학적인 설정이 좀 더 복잡해졌다. 터미네이터 1편에서 자기 실현적 행동과 시간 순환에 대한 내용이 잠깐 등장했지만, 2편에서는 아예 미래를 바꾸어버림으로써 이러한 설정은 무시되었었다. 시리즈에서 종종 등장하는 시간 여행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사라 코너 연대기의 작가들은 몇 가지 규칙을 수립하였다. 흥미롭게도, 그들의 규칙은 물리학자들의 시간 여행에 대한 최신 이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규칙에 의하면, 어떠한 대상의 과거는 고정되어 있어 바꿀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시점부터 새로운 대체 역사(alternative branch of time)가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서 현재로 온 시간여행자는 그가 역사에 개입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동일 선상에 있는 미래에서 오게 된다.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보듯, 새로운 시간 여행자는 언제나 '새로운' 미래에서 온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설정 하에서 존 코너와 사라 코너의 과거는 바뀌지 않지만 미래는 바뀔 수 있는 것이므로 그들의 미래에 대한 투쟁은 의미있는 것이 된다. 나중에 미래에서 오는 인물들은 그 전에 온 인물들과 미묘하게 또는 극적으로 바뀐 미래에서 오개 된다. (역주: 왜냐하면 그 전에 온 인물들이 개입하여 원래와 다르게 변한 미래에서 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 여행 모델에서의 가장 큰 모순은, 바로 스카이넷의 과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다 쓸데없는 짓이 된다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1편에서 T-800을 보낸 스카이넷은 결국 존 코너에게 패배를 당할 수 밖에 없다. T-800이 만약 존 코너를 죽이는 데 성공하여 스카이넷이 미래 전쟁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T-800을 보낸 스카이넷이 존재하는 시간대가 아닌, 대체 역사로 이어진, 다른 시간대의 일이기 때문이다.


존과 사라 코너가 2007년에 도착할 무렵, 미래에서 시간 여행은 몇몇 사람들의 은밀한 미션이 아닌 총체적인 스파이 전쟁이 되어버린다. 터미네이터는 단순히 존을 살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카이넷의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저항군에 도움이 되는 존재들을 없애기 위해 현대로 보내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인류 저항군과 인류에게 협력하도록 재프로그래밍된 터미네이터들은 스카이넷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 존과 사라 코너는 가능한 한 그들의 존재를 숨긴 채 저항군과 스카이넷의 동태를 파악하고자 한다.

두번째 시즌에 접어들면서 스토리는 좀 더 복잡해지고, 영화에서는 아주 잠깐 다루었던 존재론적인 테마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카메론은 점차 자아를 의식하게 되면서 그녀 내부의 프로그래밍된 명령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의사 결정 사이에서 고민한다. 반면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컴퓨터이자 향후에 스카이넷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존 헨리(John Henry)가 등장하는데, 존 헨리는 마치 아이처럼 삶과 죽음, 상상력에 대해 배우고 게임을 하고 농담을 하며 성장하게 된다. 컴퓨터의 의식에 대한 이러한 인간적인 관점은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었다.

흥미를 더해가는 스토리와 긍정적인 평단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사라 코너 연대기의 시청률은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워낙에 복잡한 스토리로 인해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적었던 것이다. 만만치 않은 제작비와 TV 매체가 겪고 있는 광고 단가 하락 트랜드로 인해, 폭스는 TV 시리즈의 중단을 결정한다. 최근의 TV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시리즈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조기 종영이라는 불행한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터미네이터 4의 등장으로 시리즈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는 마당에도, 폭스는 사라 코너 연대기의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그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과연 구원이 될 것인가


헐리웃 제작 방식에 따라 터미네이터의 네 번째 영화는 T3의 제작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획에 들어갔다. T4는 T3에서 일어난 최후 심판의 날 이후 인류가 맞이하게 될 참혹한 운명의 시간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전개할 예정이었다. 스텝들 간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T4의 제작은 몇 년 동안 지연되었고, 2007년 할시온 컴퍼니가 터미네이터의 판권을 획득함으로써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은 전작의 연속이라기 보다는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기획되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항상 배경 스토리로만 활용되던 최후 심판의 날 이후의 미래가 직접적으로 그려지면서, 존 코너가 인류의 희망이자 리더로서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터미네이터의 탄생과 이로 인한 처절한 전쟁이 다루어지게 된 것이다. 최후 심판의 날 이후의 세계로 시리즈의 관점을 옮김으로서 감독인 McG는 이전 삼부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종말론적 공상과학 대작으로서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터미네이터 3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음 영화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할시온은 일단 개봉 이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에는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이들이 터미네이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지만, 만약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이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시리즈 전체에 상당한 데미지를 주게 될 것이다. 속편 하나가 실패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두 번의 실패는 아무리 강력한 터미네이터라도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타격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이 우릴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래본다.

(계속… 드.디.어. 다음편부터 게임 관련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뒷 이야기 빨리 받는 법, RSS 구독!   클릭!)

글: 트라비스 파스(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5.20 / 원문출처: IGN R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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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edyuika 2009.05.27 04: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공부,,요즘 사라코너 연대기 보고 있는데.

    가끔씩 느끼는거지만,, 왜 미래인류는 액체터미네이터 T1000? 이였나, T-3에 나오는 최신형을 안보네고;; 그냥 인간형 터미네이터를 보내는지;;

    ;;; 아 잡기가 어려울려나;;잡아도 반항이 심해서 재 프로그래밍도 어려우려나;;;

  2. BlogIcon 도꾸리 2009.05.27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번역작업의 효율 향상을 위해~
    아자아자~
    추천꾸욱~~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5.28 0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정말 잘 봤습니다 ㅋ

    저도 터미네이터의 모든 작품들을 보았지만

    이번 4편은 약간 실망스럽습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스토리 설정등은 참 좋았지만

    전편보다는 관객에 대한 흡입력이 좀 떨어진다고 해야되나,, 어수선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

    차라리 2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담기보단 조금더 길게 했어도 좋지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BlogIcon 페이비안 2009.05.28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비슷한 시기에 본 스타트랙하고 비교해봐도, 터미네이터 1,2와 비교해봐도 확실히 이번 터미네이터가 조금 기대에 못미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마커스 역할을 했던 배우는 기억에 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