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부터

바이오 하자드 2의 개발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시리즈의 전통과도 같이 반복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바이오 하자드 4의 개발만큼 험난한 과정을 거친 게임은 없었다. 캡콤은 바이오 하자드 4의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번 작품이 시리즈의 구태의연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을 잠재울,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였다.


캡콤의 첫 번째 시도는 시리즈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방향으로 진행되어 미카미 신지로 하여금 개발된 게임을 아예 새로운 브랜드로 발매하도록 캡콤 경영진을 설득하게 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데빌 메이 크라이였다. 그 이후로 수년이 지난 후, 게임큐브로의 독점 소식과 함께 다시 바이오 하자드 4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개발진은 이번 작품이 완전히 다른 컨셉을 갖기를 원했다. 바이오 하자드가 그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야 했다. 창문에서 뛰어들어오는 좀비견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2002년 11월에 이르러서야 캡콤은 바이오 하자드 4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된 새로운 맨션부터 날으는 요새 등의 배경, 레온 케네디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엄브렐러사와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 그리고 좀비 대신에 검은 구름 같은 물체가 레온을 공격하는 모습들이 비추어졌다.

공개된 화면은 공포스러웠으며 동시에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팬들은 새로운 트레일러에 열광했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이나 플레이 가능한 버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미카미 신지는 또 다시 익숙한 딜레마에 빠졌다. 새로운 방향으로의 개발이 난항에 빠진 것이다. 그 어떤 공식적인 발표 없이, 개발진은 시나리오를 폐기하고 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들의 다음 시도는 새로운 방식으로 감염과 싸운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이터널 다크니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새로운 바이오 하자드 4에서 게임의 초점은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음에 따라 레온이 제정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에 맞추어졌다. 현실 세계는 기분나쁜 푸른 빛의 세계로 변하고, 갑옷과 아기 인형이 살아 움직이며 레온을 공격한다. 이러한 설정은 일반적인 좀비가 등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공포감을 조성했으며, 이는 미카미 신지가 수 년 전 처음 바이오 하자드를 개발했을 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공포감과 그 맥을 같이 했다.


시리즈의 역사 상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바이오 하자드 3에서 주인공을 게임 전반에 걸쳐서 쫓아다니던 네메시스였다. 개발진은 이러한 쫓기는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나중에 팬들이 ‘후크 맨’이라고 부르게 되는 새로운 적을 등장시켰다. 그는 금속의 푸주간 갈고리를 단 유령과도 같은 존재로 바이오 하자드 4에서 레온의 뒤를 쫓는다.

새로운 버전의 게임이 2003년 E3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카미 신지는 관람객들에게 ‘바지에 오줌 지리지 않도록' 주의시키면서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트레일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환상적인 그래픽과 함께 사격할 때 어깨 뒤쪽으로 바뀌는 시점 등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룬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번에 공개된 트레일러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주인공인 레온이 그대로였고, 지난 버전의 스타일과 새로운 개발 방향성이 적절히 믹스되어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공개된 트레일러가 2002년에 본 영상과 연결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카미는 게임이 맘에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좀 더 으스스하고 음산해지긴 했지만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에 합당한 본능적인 공포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개발진은 잠시 동안 원작으로 회귀하는 방법을 취해보았지만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방향성의 전환이 왜 필요했던가를 다시 확인하는 결과만 얻게 되었다. 개발진이 시도하는 모든 것이 다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바이오 하자드는 이제 게임계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일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개발진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방향을 시험해보았다. 이번에는 카메라 시점을 레온의 등 뒤에 놓고 수 없이 많은, 악령에 홀린 군중을 등장시켰다. 그들은 좀비가 아니었다. 달리고 말하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사람도 아니었다. 시리즈 사상 최초로, 대낮이 시간적 배경이 되었으며 미로처럼 꼬인 복도를 벗어나 넓게 펼쳐진 공간이 등장하였다.  팬들이 기존의 모든 방식에 익숙한 상황에서, 스투디오 4의 개발진은 게이머들을 놀라게 할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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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레비스 파스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3.11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역사, 1편부터 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