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던전 탐색 + 고교 생활로 구성되어 이것 좀 하다 물리면 저쪽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양쪽의 활동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없고. 여기에다가 의뢰 시스템까지 등장한 이후에는 한가할 틈이 없다. 


전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언제 무엇을 할지가 자유롭기 때문에 리얼하게 고민하게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월초에 타르타로스를 진행할 수 있는 부분까지 다 해놓고, 그 다음에 커뮤를 올리거나 능력치를 올리면서 사이사이에 의뢰 진행과 페르소나 합체를 병행하는 식의 한 달 코스로 가고 있는 중.

부분부분에 있어서는 일본 애니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나 이야기 흐름의 전형이 보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다른 게임들에 비해 신선한 편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워낙에 탄탄하게 구성된 시스템 자체가 스토리에까지 스며들어 있는 부분도 있고, 게임 속 캐릭터들이 내밷는 대사들에 묘한 센스의 유머 감각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도 있는 듯.


게임 페이스 조절도 괜찮은 편. 한 가지 시스템을 좀 알만 하면 그 타이밍에 또 다른 시스템이 소개되는 식이라, 처음에 여신전생이고 페르소나고 아무 것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잔뜩 쫄아 시작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다. 적들도 상성관계만 이해하고 나면 어려움 없이 물리칠 수 있고, 지금까지 보스전은 오히려 쉬운 편. (남자아이, 플레이타임 대략 20시간 정도에 여름방학까지 진행한 기준으로) 페르소나 합체나 무기 합체 부분은 좀 더 파고들 여지가 아직 많은 듯. 설렁설렁 하더라도 스토리 전개에는 무리가 없다는 점이 나로서는 대환영.

전체적인 그래픽은 아기자기한 느낌. 그래픽의 퀄리티로 승부한다기 보다는, 애니매이션 풍의 캐릭터 디자인과 센스 있게 그려낸 주변 배경, 그리고 여러 신화나 설화, 귀신 이야기 등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페르소나들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게임 속 세계에 빠져들도록 한다는 컨셉인 듯.  전투 화면에서 페르소나의 3D 모델과 메뉴 화면에서의 일러스트 사이에 갭도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전투가 이루어지는 던전이라 할 수 있는 타르타로스의 리얼타임 3D 그래픽은 좀 밋밋한 감도 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신경도 거의 쓰이지 않는 수준.


사운드트랙을 함 구해볼까 싶을 정도로 음악도 좋은 편이다. 계속 듣다보면 귀에 박혀서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건 어떤 면에서는 좋고, 어떤 면에서는 좀 괴롭고. 물 건너 성우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애니나 게임 쪽에서 자주 듣던 목소리들이 많이 들리는 거 같다.

저번 헤비레인 때도 그랬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한글화되지 않았더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게임이었기에 한글화 노력에 대해서는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화면에 등장하는 의성어 부분까지 신경써서 꼼꼼하게 한글화가 되었다는 점이나, 이 게임 특유의 뭔가 꼬인 듯 한 유머감각까지 멋지게 옮겨낸, 그야말로 최고의 한글화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PSP로 나왔다는 것은 나같은 직딩이들도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거.


이미 지를 사람들은 다 질렀겠지만, PSP 유저 중에서 아직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지르길. 아직 엔딩을 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도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게임이다.

* 이미지출처: SC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