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네 미쿠 특유의 기계음이 심하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무척이나 듣기 좋은 곡들이 가득한 리듬액션 게임.


이번에 늦게나마 구해서 플레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작을 세가에서 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서. 확실히 요즈음의 세가는 옛날의 그 모습은 아니지만, 또 세가라고 하면 이렇게 약간 주류에서 벗어난 듯한 서브 컬쳐 쪽에 나름의 감각이 있는 회사라는 게 내가 가진 인상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게임 들어가는 부분에서 옛날에 기계음으로 들려주던 세~가~라는 음성을 하츠네 미쿠의 음성으로 재현해놨더라. 그래 이 놈들이 이런 놈들이었지.


전반적으로 쉬운 편. 왠지 리듬액션 게임은 매니악한 분위기로 가고 있는 거 같은데, 이 게임은 게임 자체로 놓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다른 의미에서 매니악하다는 게 문제지만.


모션 캡처라도 했는지, 플레이 중 배경으로 나오는 폴리곤화된 하츠네 미쿠의 춤과 움직임이 무척 자연스럽고 귀엽다. 리듬액션 부분도 화면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뒷 배경에서 펼쳐지는 뮤비에 나름의 눈길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가끔은 그게 플레이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서도.)


웹에서 줏어 들은 지식에 의하면, 하츠네 미쿠는 보컬노이드라고 해서, 자신이 작곡을 한 노래에다가 성우 음성을 베이스로 한 인공 보컬이 노래까지 부르게 만들 수 있는 일종의 PC용 소프트웨어의 이미지 캐릭터이다. 옆 나라 일본에서 나온 물건이고, 상당한 실력자들이 무척 괜찮은 곡들을 인터넷에 선보이면서 큰 반향을 일으켜 여기에 이 이미지 캐릭터에 유저들이 설정한 나름의 특성도 붙는 등 하나의 서브 컬쳐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덕분에 나도 Melt라던가 ievan polkka 같은 곡들을 들어본 적이 있다.


..라는 것은, 하츠네 미쿠의 광팬이 아닌 나 같은 사람도 그럭저럭 재밌었다는 얘기. 이 게임에 대한 호오 여부는 하츠네 미쿠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시 반복하는 것 같지만) 특유의 기계음 보컬에 익숙해지느냐 짜증을 내느냐의 차이일 듯.

조만간 2편이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