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라는 이름의 제국 

콜 오브 듀티의 개발사 인피니티 와드가 가진 아이러니 중 하나는 그들 스스로가 그 명성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한 브랜드가 이후 수 년간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일렉트로닉 아츠(EA)에서 제작하여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깜짝 히트를 기록한 메달 오브 아너는 당시까지만 해도 FPS 장르에서 변변한 게임이 없어 허덕이던 PS진영에는 마치 단비와 같은 작품이었다. 심오하고도 그럴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잘 만들어진 1인칭 슈팅 게임이 드디어 PS쪽으로도 등장해준 것이다. 성공적인 속편이 이어졌고, 3편의 제작에 이르자 EA에서는 PC 게이머만을 위한 메달 오브 어너 게임을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된다.

당시 EA 내부에서는 PC쪽 개발을 담당할 마땅한 팀이 없었기 때문에, EA는 PC 게임쪽 개발에 능숙한 2015 Inc.라는 개발사를 고용하여 PC용 메달 오브 어너의 개발을 맡겼다. EA 자체적으로 콘솔용으로 메달 오브 어너: 프론트라인의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에, 2015 팀은 다른 제약사항 없이 PC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자동 조준이나 PS2의 제한된 RAM 용량 같은 것들에 신경쓸 필요 없이, 또한 온라인 모드에도 충실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결과 등장한 얼라이드 어설트는 메달 오브 어너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얼라이드 어설트는 향후 메달 오브 어너 시리즈의 분위기를 규정하는 게임이었는데, 그 전까지의 게임들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침투 미션을 수행하는 외로운 영웅적 주인공을 등장시키곤 했던 반면 얼라이드 어설트는 스파이 소설에나 나올듯한 설정이 아닌 실제 역사적 전투를 바탕으로 전쟁에 대한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진정한 현실성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그 선조 격인 메달 오브 어너 시리즈가 뛰어난 점 중 하나는 '있음직한' 현실성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적 장치들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실제 액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펼쳐지는 대사와 이벤트들로 게이머들은 전장에서의 드라마를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게임 자체는 사실 대체적으로 일직선형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연출들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거대한 전장에서 실제 수없이 많은 병사들과 함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착각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에는 제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상당 수의 FPS 게임들이 서로 경쟁을 펼치던 시기였다. 얼라이드 어설트와 비슷한 시기에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 발매되었으며, 몇 달 뒤에는 EA의 배틀필드 1942도 경쟁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 해에만 수십 개의 WWII 게임들이 발매되었고, 그 중에는 데들리 더즌이나 히든 & 데인저러스 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다행히 메달 오브 어너라는 브랜드는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었고, 인상적인 리뷰 점수들 역시 얼라이드 어설트가 여느 게임과 비슷한 평범한 작품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인피니티 와드의 설립

2015 팀의 개발자들 역시 그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뭔가 특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또한 그들이 이번에 만든 작품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것이 될 수 없음도 잘 알고 있었다. 얼라이드 어설트의 개발자들은 회사를 떠나는데, 이는 그들에게 주어진 일에게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EA의 감독 하에서가 아닌, 스스로의 계획 하에서 말이다.

인피니티 와드는 2002년,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설트를 개발한 팀원들 중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22명이 모여 설립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었던 게임이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보다 더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작품은 엄청난 괴물이 되어 있었다. 메달 오브 어너는 몇몇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시리즈에서 1년마다 새로운 신작이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등장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인피니티 와드에게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다른 제작사들 역시 메달 오브 어너를 통한 역사 기반의 슈팅으로 EA가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두었는지를 이미 목격했고, 모두가 이 판에 뛰어들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EA의 거대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바로 그 팀을 활용하여 이에 대적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 중에서도 액티비전이 메달 오브 어너와 정면승부를 벌이고자 하는 인피니티 와드와 의기투합했고, 2003년 봄, 그들은 콜 오브 듀티의 제작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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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년 11월 6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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