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부른다


닌텐도가 차세대 젤다의 새로운 모습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한 2001년 8월 23일, 인터넷은 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으로 무척 뜨겁게 달아올랐다. 닌텐도가 선보인 젤다는 많은 이들이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고, 닌텐도의 팬들은 찬성과 반대로 편이 나뉘어 서로 격론을 벌였다. 게임큐브의 발매 이전, 닌텐도는 가논과 검을 겨루는 링크의 모습이 무척 현실적인 스타일로 표현된 테크 데모를 선보였는데, 비록 이 데모가 새로운 게임과 관계가 있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 데모 화면을 통해 꿈꾸던 차세대 젤다와 이번에 닌텐도가 내놓은 새로운 젤다 게임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공개된 트레일러에는 땅딸막하고 커다란 눈을 가진 링크와 카툰 렌더링된 밝고 화려한 색감의 세계가 펼쳐졌다. 이는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차세대 젤다의 방향과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시간의 오카리나와 마조라의 가면부터 젤다를 시작했던 (비교적) 신규 팬들은 이러한 변화에 거의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반면, 신들의 트라이포스 때부터 젤다를 즐겨왔던 올드 팬들은 예전 게임들의 향수가 짙게 깔린 새로운 젤다의 스타일을 환영했다. 


이러한 대담한 방향성은 사실 새로운 기술에 의한 결과였다. 닌텐도 64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었던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하던 아오누마 에이지는 셀 셰이딩 기술에 대한 데모를 접한 직후 새로운 젤다에 이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닌텐도는 발매일이 아직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게임을 공개함으로서 팬들이 이러한 새로운 스타일에 서서히 적응하도록 하는 현명한 전략을 펼쳤다. 초기 그래픽은 발매일 전까지 계속된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이 와중에 초기에 제기되었던 많은 문제점들이 고쳐졌다. 그리고 결국 최종적으로 완성된 게임이 등장할 시점이 되자, 대부분의 팬들은 젤다의 새로운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된 것처럼 보였다. 게임을 구입하여 즐기기 시작한 팬들은 닌텐도에서 새로운 젤다에 가져온 변화가 단순히 그래픽만은 아니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젤다의 전설 바람의 택트'는 시리즈의 그 어떤 작품들과도 다른 게임이었다. 이번 게임에서 하이률은 광활한 바다와 그 위의 몇몇 섬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시간의 오카리나에서 말을 달렸던 것처럼, 아오누마는 배를 통한 바다 여행 역시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모험의 경험을 선사하는 재밌는 방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바다 항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으며, 여전히 바람의 택트를 구성하는 디자인 결정 중 가장 큰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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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해에 대한 싫고 좋음을 제쳐 두더라도,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 음악, 그리고 분위기에 있어서 바람의 택트가 젤다의 전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바람의 택트가 발매된 것은 2002년으로, 초기 발매판은 원래 64DD 디스크 시스템으로 발매될 예정이었던 시간의 오카리나의 '마스터 퀘스트' 버전도 동봉되었다. 패미통은 또 한 번 바람의 택트에 만점을 주었으며 IGN 리뷰에서도 9.6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큐브는 과거 닌텐도 하드웨어가 누렸던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갖추지 못했고, 때문에 판매량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로서는 실망스러운 220만 카피에 그치고 만다.

바람의 택트 이후, 2004년에는 게임큐브용 젤다의 전설 4개의 검으로 카툰 스타일의 링크가 팬들에게 돌아온다. 이 게임은 2002년 GBA로 이식된 신들의 트라이포스 게임 속 4개의 검이라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 가논이 풀어놓은 그림자 링크를 물리치는 네 명의 링크가 등장하는 스토리 캠페인과 함께 친구들과 서로 대전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모드를 갖춘 게임이었다. 여럿이 즐길 때에는 게임큐브와 GBA를 연동하여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GBA 화면을 통해 링크를 조작할 수 있는 참신한 시스템도 선보였던 이 작품은 상당히 높은 리뷰 점수와 함께 나름의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캡콤의 재림

새로운 스타일의 젤다는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고, 그 이후 다양한 속편과 외전들이 바람의 택트 스타일로 등장하게 된다. 캡콤은 먼저 GBA용 신들의 트라이포스 이식작에 네 개의 검이라는 짦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포함시키면서 가벼운 준비운동을 시작했고, 이어서 캡콤 내 플래그십 스투디오에서 정식 작품인 '신비한 모자'의 개발에 착수한다.


기존 게임의 그래픽을 재활용했던 '신비한 나무의 열매'와 달리, '신비한 모자'는 바람의 택트의 그래픽을 2D로 아름답게 재구성하면서 신들의 트라이포스에서 사용되었던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채택했다. 이렇게 과거의 젤다와 현재의 젤다를 조화롭게 믹스하는 전략은 단순히 그래픽적인 부분을 넘어, 인터페이스에서도 3D 젤다에서처럼 각각의 버튼에 아이템을 배치하고 상황에 맞는 액션이 펼쳐지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예전 게임들에서는 시간과 계절을 바꾸면서 모험을 펼친 반면, GBA용으로는 유일한 오리지널 타이틀인 '신비한 모자'에서는 링크가 모자의 힘으로 신체 사이즈를 작게 만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면서 게임 속 퍼즐을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컨셉은 자칫 바람의 택트를 단순하게 옮겨 놓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던 게임에 나름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신비한 모자'는 젤다 팬들 사이에서 나름의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게임이었지만, 젤다 시리즈에 대한 열기 자체가 조금은 수그러든 시점에 나온 게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젤다 게임들처럼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에 곧바로 명작의 자리에 오르는 게임이 되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 게임이 나온 시점에는 젤다 팬들이 그다지 새로운 게임에 대해 크게 목이 말라 하던 시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신비한 모자'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아마도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나 가능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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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8년 12월 17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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