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의 시대

황혼의 공주는 주로 북미 지역의 팬들을 타겟으로 했던 게임이었지만, 닌텐도는 바람의 택트에 열광했던 일본 팬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때문에 닌텐도 DS로 등장할 젤다는 '신비한 모자'와 유사한 분위기로 가도록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캡콤의 도움이 필요치 않았다.


신비한 모자 때와 유사하게, 몽환의 모래시계 역시 바람의 택트에서 선보인 요소들을 예전 2D 젤다 게임들의 요소들과 접목하고자 했던 게임이었다. 이번에는 바람의 택트로부터 아예 이어지는 스토리를 선보였으며, 이는 '꿈을 보는 섬'이 '신들의 트라이포스' 이후 이야기를 다루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링크와 테트라(실은 젤다 공주)는 계속해서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는데, 그 와중에 마주친 유령선에 테트라가 납치당하게 된다.

그래픽과 스토리는 바람의 택트와 무척 유사했지만,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는 약간의 진화가 이루어졌다. 링크는 여전히 새로운 섬들에 닿기 위해 바다를 여행해야 했지만, 항해에 대한 구성은 바람의 택트에서 나온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직접 배를 조작하는 대신, 지도에 항해 코스를 그려 넣음으로서 배가 이 코스를 따라 자동으로 운항되게 함으로서 게이머는 마주치는 적들을 물리치는 등의 액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픽은 3D화 되었으나 시점 자체는 예전 2D 게임의 느낌을 주는 약간 비스듬한 머리 위 시점으로 고정되었고 퍼즐 역시 고전 2D 젤다 게임들의 느낌과 유사했다. 이러한 조합은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지만, 조작 방법에 대한 논란 덕분에 상대적으로 묻히고 만 경향이 있다.

NDS로 젤다가 개발된다는 발표 당시부터, 링크에 대한 조작이 오직 터치스크린으로만 가능하다는 소식은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터치스크린 조작은 좀 더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이들에게도 젤다를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팬들은 과연 이러한 방식이 전통적인 조작 방식에 비해 좀 더 단순하고 쉬운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바뀐 조작 방식 때문에 기존에 젤다 시리즈가 주던 느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던 것이다.


몇몇 팬들은 여전히 이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닌텐도는 적어도 그들이 제안한 터치스크린 조작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완전히 다른 조작감에도 불구하고, 게임플레이 자체는 젤다 시리즈 특유의 맛을 결코 잃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은 많은 팬들을 안심시켰다. 상당 수의 게임 비평가들은 왜 닌텐도에서 '황혼의 공주' 때처럼 조작 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게이머들에게 주지 않았는지에 대해 지적하곤 했지만, 결국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는 높게 내렸다. 몽환의 모래시계는 신비한 모자를 가볍게 제치고 400만 카피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링크와 젤다, 그리고 하이률의 미래

다행스럽게도, 링크와 하이률에 또 한번의 기나긴 겨울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에서는 이미 Wii용으로 새로운 젤다 게임이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린 바 있지만, 상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그래왔듯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나 젤다 시리즈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팬들이 바라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 것 같다. 게임업계의 거인 닌텐도는 항상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팬들 자신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고, 이러한 자신감은 그동안 보여준 닌텐도의 명작 게임들을 생각하면 결코 허풍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끝)

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8년 12월 17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게임역사 및 기타 게임관련 번역글 더보기 (클릭)

* 덧. 예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음악와 춤이 멋진(..) SFC용 젤다의 전설 TV 광고입니다.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