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세대

액티비전으로서는 그들의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멋진 출발을 보였다는 것에 만족스러웠지만 여기에 그칠 수는 없었다. 콜 오브 듀티가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는 시리즈로 발전하는 것이 그들의 장기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와드에게는 속편 개발을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는 나중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인피니티 와드가 참여하는 방식의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새로운 세대의 콘솔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던 시점에서, 인피니티 와드는 이번 기회를 자신들의 게임에 최신 기술을 적용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콜 오브 듀티와 메달 오브 어너: 얼라이드 어설트가 퀘이크 III 엔진을 개량한 게임 엔진을 사용했던 반면, 콜 오브 듀티 2에는 새로운 자체 개발 엔진이 탑재되었다. (둠 3의 기술이 아직 여러 곳에 남아 있긴 했다.) 콜 오브 듀티 2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는 극한의 몰입감을 주는 주변 환경이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장의 안개와 먼지, 흙 그리고 연기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는 단순히 겉치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스모크 그레네이드가 추가되면서 게임플레이와 인공지능에 있어 '시야'의 개념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콜 오브 듀티 2에서는 게임플레이의 경험이 좀 더 실감나는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럴듯함'과 엄격한 현실성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이 이루어졌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의도적으로 '사실성'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콜 오브 듀티는 엄밀한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전장에서의 긴장감과 드라마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서 현실감을 중시했던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아군 동료들은 전장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에 반응하여 적의 위치나 날아오는 수류탄, 기타의 위험 요소들에 대해 플레이어에 소리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등 개선된 AI를 선보였다. 팀원들은 소대 전술을 구성하고 수행할 수도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게임플레이는 아케이드 지향의 심플함을 유지하였다.

인피니티 와드는 또한 콜 오브 듀티 2에서 체력 아이템을 삭제하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대신 헤일로 2에서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력을 자동으로 회복하는 자동 회복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전장에서 마법처럼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현실감 있는 게임플레이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개발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사격과 엄폐 그리고 추격 등 전투 그 자체에 보다 집중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다른 게임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콜 오브 듀티 2에서는 체력 게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며 대신 플레이어의 시야가 적으로부터 입은 데미지에 영향을 받도록 되어 있었으며, 플레이어는 항상 캐릭터의 상태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일로 2가 자동 회복이라는 트랜드를 시작했다고 하면, 콜 오브 듀티 2가 이를 유행시켰고, 다른 많은 게임들이 그 뒤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트랜드가 심지어 슈팅 장르 외의 게임에까지 전파되어, 이번 세대의 게임과 예전 세대의 작품들을 구분짓는 요소 중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Xbox360의 발매일에 맞추어 등장한 콜 오브 듀티 2는 새로운 세대의 비디오게임기에선 PC 게임의 경험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를 통해 콜 오브 듀티는 콘솔 시리즈로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었다. 과거에 비디오게임 콘솔들은 PC판에 비해 떨어지는 퀄리티의 이식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지만, Xbox360 버전의 콜 오브 듀티 2는 심지어 PC 버전보다 더 나은 리뷰 점수를 기록하면서 200만 카피의 판매량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물론 액티비전은 아직 PS2를 포함한 지난 세대의 비디오게임기를 소유한 게이머들을 못본 척 지나칠 수는 없었다. Xbox360이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돌이었던 반면 아직까지 엄청나게 많은 유저들이 지난 세대의 콘솔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예전에 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를 개발한 바 있는 그레이 메터 스투디오스에게 맡겨져, Xbox, PS2, 그리고 게임큐브용 이식작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개발 막바지에 이르러 액티비전은 이들을 트레야치(Treyarch)라는 팀으로 통합하는데, 이들은 그 후부터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양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콜 오브 듀티 2: 빅 레드 원은 파이니스트 아워에 비해 인피니티 와드의 원작에 무척 가깝게 만들어진 이식작이었지만, 여전히 원작과는 다소의 갭이 있었다. 스토리는 '빅 레드 원' 즉 미 1 보병사단의 소대원들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전투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각각의 소대원들의 캐릭터를 심도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지난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전쟁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소대원들이 나이가 들어가는 식의 구성은 사무엘 풀러가 감독한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빅 레드 원은 원작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았으며,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를 지원할 괜찮은 수준의 2군 개발팀을 구성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액티비전은 같은 시기에 팀을 나누어 현세대와 구세대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고 발매하는 방식 대신, 두 팀의 개발 주기를 나누어 한 해에는 인피니티 와드의 게임이, 다른 해에는 트레야치의 게임이 등장하도록 전략적인 진영을 짤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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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년 11월 6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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