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다.

정식 후속작이 등장하지 않은 채로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고 닌텐도가 젤다 시리즈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그들은 매우 커다란 사건을 준비하고 있었다. 링크의 새로운 모험을 담은 다음 작품은 개발 기간만 4년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닌텐도로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분명했다.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는 닌텐도가 만든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정성을 들인 것이었으며, 시리즈 자체를 완벽하게 바꾸어 놓은 획기적인 게임이 되었던 것이다.


16비트의 시대가 저물면서 2D가 주도했던 게임업계에 드디어 3D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2D 게임들은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3D로 넘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많은 플랫폼 게임들이 앞다투어 이런 저런 방식의 시도를 했지만 마리오 64가 3D 플랫폼 게임의 조작과 시점 체계를 확립한 이후 모두가 그 뒤를 따르게 되었다. 애초에 유사 3D 시점을 가지고 있었던 젤다 시리즈의 전환은 상대적으로 쉬운 것처럼 보였지만, 닌텐도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규모는 실로 엄청났다. 전체 팀원의 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는 120명에 육박하였으며, 4년 간의 개발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가 이루어졌다. 팀원들은 자매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리오 64 팀과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두 게임은 서로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어떤 아이디어는 마리오 쪽에서 창안되었지만 결국 젤다 쪽에서 구현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상당 수의 아이디어는 결국 두 게임 모두에 적용되었다. 개발 중의 한 시점에서는 두 게임이 서로 같은 엔진을 공유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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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닌텐도에서 메탈 기어 솔리드나 다른 수많은 타사의 RPG 게임들처럼 이전 젤다 시리즈의 탑-다운 방식 시점을 고스란히 3D로 옮기기만 하였더라도 유저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닌텐도는 마리오 64를 통해 뭔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며, 젤다를 통해서는 거대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보다 매력적으로 선보임으로서 마리오 64 이상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기존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익숙한 관습들 중 많은 부분들이 완전히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닌텐도는 '타겟 록-온'이라는 새로운 관습을 창안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하나의 사물에 시점을 고정시킬 수 있었으며 타겟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이러한 방식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아이디어야 말로 닌텐도가 3D 조작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회가가 되었던 이유들 중 하나였다.


새로운 조작체계와 새로운 감각에 맞추어 디자인 역시 대폭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신들의 트라이포스 시절 만화풍의 화려한 색감에서 좀 더 차분하고 현실적인 표현에 중점을 둔 그래픽이 된 것이다. 이는 하이률을 보다 더 그럴듯한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에 기인하였다. 전체 맵 역시 상당히 넓어졌는데, 이러한 거대한 세상을 떠도는 느낌을 더욱 그럴 듯 하게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시간의 오카리나는 1998년의 끝무렵, 일본과 북미, 그리고 유럽 시장에 거의 동시에 발매되었다. 이미 시장은 3D에 상당 부분 적응을 완료한 시점이었지만, 새로운 젤다가 보여준 완성도는 순식간에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발매 첫 달에 이미 수백만 카피가 판매되었으며, 단일 플랫폼 기준으로 젤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평론가들 역시 새로운 젤다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으며 IGN을 포함한 많은 매체들은 리뷰 점수로 만점을 매기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시간의 오카리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높게 평가되는 게임이 되어 많은 게이머들이 지금도 자신이 즐겼던 게임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있다.


닌텐도로서는 매우 특이하게도, 시간의 오카리나 직후 곧바로 후속작에 대한 개발이 시작되었다. 시간의 오카리나에 투자되었던 4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으로 인해 닌텐도로서도 후속작을 통한 자원 재활용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시간의 오카리나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게 될 이 작품은 원래 정식 시리즈가 아닌 '외전'의 형식으로 기획되었으며, 미야모토 대신 그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는 아오누마 에이지가 팀의 리더가 되어 개발의 지휘를 맡았다. 겉모습으로는 시간의 오카리나와 무척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은 그러나 전작과 똑같은 게임은 만들고 싶지 않았던 아오누마에 의해 시간의 오카리나의 기본 바탕 위에서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시간의 오카리나 바로 직후 링크의 모험 이야기를 다루는 정식 후속작이 된 이 게임에서, 링크는 달을 떨어뜨려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계획을 막고자 한다. 게임의 스토리는 무척 어둡고, 매우 슬픈 장면들까지 들어가 있었다. 링크는 이번 게임에서 계속 반복되는 3일이라는 시간 속에 갇히게 되고, 게임 속 시간은 실시간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에 더해 가면이라는 요소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가면을 쓴 링크는 다른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 변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적어도 시간의 오카리나를 단순히 우려먹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게임 매커니즘은 동일했지만 마조라의 가면은 시간의 오카리나와는 무척 다른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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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라의 가면은 닌텐도 64의 시대를 마무리하는 게임들 중 하나였으며 최종적으로 약 3백만 카피의 판매량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량은 물론 게임 자체에 대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닌텐도 64라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사그러지는 시점이라는 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어쨌거나 마조라의 가면은 지금까지도 젤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적게 팔린 타이틀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닌텐도가 또다시 링크와 하이률이라는 세계에 또다시 긴 휴식기를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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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8년 12월 17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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