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XP

뭔가 써보고 만져본 기억 2009. 10. 27. 11:16 Posted by 페이비안


연출샷. DVD부팅으로 깔았음.


근 10년간 고생 많았다.

너의 리테일 버전이 등장한 2001년 10월 25일에 나는 대학교 4학년을 마무리하면서 곧 다가올 입대를 준비하고 있었지. 나처럼 공돌이이면서도 세세한 세팅이 귀찮은 사람에게는 네트워크고 뭐고 거의 다 알아서 해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부대에서는 너보다도 한참 선배인 98하고 씨름해야 했지만, 제대하고 나서 다시 만난 너는 그동안 많이 안정된 모습이었어. 아마 그 때부터였나, PC는 XT부터 써오면서 나름 내공을 쌓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도 PC 최적화이니 뭐니 등에서 점점 더 관심이 멀어지고... 돌리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봤자 IE하고 오피스, 포토샵, Winamp, 그리고 동영상 재생 플레이어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 걸핏하면 블루스크린을 띄워주던 98에 비해 에러도 자주 나지 않았지만 오래 돌리다보면 서서히 느려져가는 니 모습도 그냥 그려려니 하고 쓰게 되었고.

니가 나를 편하게 해준 만큼, 나는 PC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좀 더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참 고마운 일이었지만, PC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멀어졌지. 어쩌면 그게 니가 바라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나도 바라던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에 대한 종속성이 심해지는 것 같아 그에 대한 반동으로 맥 OS에도 기웃거렸더랬지. 곧 다시 돌아오고 말았지만. ㅋ

10년 가까이 너와 지내면서 지금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제대 후부터 꾸준히 찍어왔던 사진들과 동영상, 그리고 지금 내가 끄적이고 있는 블로그. 이들은 나의 한 부분이라고 할 만큼 소중한 것들로 남았어. 전적으로 네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추억을 쉽고 편하게 쌓아두고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너의 힘이 무척 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꺼야.

고마웠다. 그냥 도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10년 가까이 쓴 도구가 되다보니 나름 정도 많이 들었나봐.

안녕~ Wikipedia의 한 페이지에서 영원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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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Welcome 7. 아직 잘 모르지만, 첫인상은 나쁘지 않아. 잘 지내보자구.




ps. 그래도 사실 우리 회사에서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자주 볼 거 같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