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 셋 라디오, 드림캐스트 역사 (6)

게임라이프/번역 2009. 9. 21. 11:29 Posted by 페이비안

스마일비트 (Smilebit)

32비트 게임기 전쟁에서 세가는 처절한 패배를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멋진 게임들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AM6 팀들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던 팀 안드로메다의 팬저 드래군은 그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으로 지금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새턴의 종말과 함께 팀 안드로메다를 비롯한 개발팀들도 해체되었지만, 남아 있는 멤버들로부터 세가의 새로운 AM6라고 할 수 있는 스마일비트가 구성되었다. 당시 세가의 PC용 게임 부문을 관장하던 프로듀서 아라이 슌이 새로운 팀의 수장을 맡아 드림캐스트의 가장 멋진 개발팀 중 하나였던 스마일 비트를 이끌게 되었다.

초창기 스마일비트는 주로 다른 개발팀의 게임에 대한 이식작업에 투입되었다. 대표적으로 세가 로소의 세가 랠리 2의 이식을 담당함으로서 드림캐스트에 초기부터 멋진 레이싱 게임을 선보일 수 있게 하였던 것도 스마일비트였다. 다음 작품은 하우스 오브 더 데드 2를 바탕으로 게이머들에게 총 대신 키보드를 무기로 쥐어준 묘한 게임, 타이핑 오브 더 데드였다. 이 게임은 크게 히트를 기록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원래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게임 역시 아니었다. 이 게임을 통해 스마일비트는 뭔가 다른 관점을 가진 독특한 개발팀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게임으로 스마일비트는 그 명성을 전세계에 떨치게 되었다. 1999년 도쿄 게임 쇼에 첫 선을 보였던 젯 셋 라디오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아버렸다. 30초짜리 비디오에서는 게임플레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픽 하나 만으로도 그 해 도쿄 게임쇼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프리랜더링 애니매이션에서나 사용되었던 셀 셰이딩 기법을 사용한 젯 셋 라디오는 굵은 외곽선과 독특한 셰이딩을 통해 3D 그래픽을 마치 만화영화처럼 표현했다. 피어 이펙트라는 게임이 이전에 이런 분위기를 내고자 시도했던 적이 있긴 했지만, 젯 셋 라디오야 말로 셀 셰이딩을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과 마무리로 제대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젯 셋 라디오가 발매될 즈음에는 이러한 기술을 따라하고자 하는 게임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그 누구도 스마일비트만큼의 임펙트를 가져다 주진 못했다.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은 3D 게임에서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화면을 연출하였으며, 그 때까지 2D의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던 게이머들 중 적어도 일부는 3D가 그 나름의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새롭게 세가에 참여한 나가누마 히데키가 만들어 낸 복합적인 샘플링 레이어의 사운드트랙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다. 게임 사운드트랙이라는 점을 넘어서 그냥 그 음악 자체로도 무척 독특한 힙합 사운드로 가득한 이 사운드트랙에는 기타 베이더를 비롯한 도쿄 언더그라운드의 인디 록 밴드들의 음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젯 셋 라디오는 그러나 스타일만 뛰어난 게임은 결코 아니었다. 게임플레이 역시 토니 호크 프로 스케이터나 그 밖의 레이싱 게임의 영향을 철저히 무시한, 스케이트 장르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세가의 아케이드적 접근에 기반하여 경찰 탱크와 헬기를 따돌리면서 도시 곳곳에 그래피티를 남기는 방식의 액션 지향적 게임플레이에, 같은 스테이지를 여러번 반복하는 재미가 가장 중요한 아케이드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무척이나 정교하게 다듬어진 레벨 디자인까지 더해, 이 게임은 세가가 아니라면 결코 만들 수 없는 걸작이 되었다.

그러나 젯 셋 라디오는 상업적으로 세가의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했다. 확장된 버전이 젯 그라인드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북미에 발매되었으나 이 역시 만족스러운 판매량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젯 셋 라디오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최소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받아 세가가 내놓은 게임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별로 비슷하지 않은 게임 보이 어드밴스용 이식작을 제외하고, 젯 셋 라디오는 그 어떤 다른 게임기로도 이식되지 않았으며, 팬들에게는 드림캐스트를 구매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스마일비트의 다음 작품은 헌드레드 스워드라는 이름의 게임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분명하게 서양식 스타일을 갖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그 누구도 세가가 이런 게임을 드림캐스트로 내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던 작품이었다. 북미에서는 연애 시뮬이 인기가 없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전통적으로 실시간 전략 시뮬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스기우라 요시오는 서구적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캐릭터와 몬스터를 창조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스마일비트의 팀원들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척 컬러풀한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냈다.

물론 스마일비트가 RTS 장르의 전문가는 아니었던 탓에, 헌드레드 스워드는 게임성 자체로 놓고 보면 콘솔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RTS로 그다지 새로운 개념이 많이 들어간 작품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그 독특한 스타일이나 스토리로 인해 어느정도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러한 한계를 잘 알고 있던 세가에서는 북미에서 이 작품을 한동안 선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나 PC용으로 내놓기는 했으나 당시 시장을 휩쓸었던 워크래프트 III로 인해 헌드레드 스워드는 북미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0년, 젯 셋 라디오로 자칭 '애니매-디맨전'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한 스마일비트는 이 스타일을 적용한 새로운 게임, 건발키리의 개발을 발표한다. 초기 기획에서는 기본 컨트롤러와 라이트 건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던 이 게임은 대영제국이 외계인과 대결을 펼치는 가상의 1906년을 배경으로 하여 젯 셋 라디오와는 또 다른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건발키리의 개발은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면서 드림캐스트의 마지막 게임들 중 하나가 될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결국 이 게임은 드림캐스트를 떠나 일본 Xbox 발매 1개월 후에 등장하여 Xbox의 초기 게임들 중 하나가 되고 만다. 라이트 건 지원은 취소되고 조작 체계 역시 듀얼 아날로그 컨트롤러에 맞게 재설계되었다. 결국 Xbox로 등장한 게임은 드림캐스트로 나올 예정이었던 것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스마일비트는 Xbox에서 젯 셋 라디오 퓨처나 팬저 드라곤 오르타 등을 통해 나름의 성공을 누리게 되지만, 여전히 그들의 대표작은 오리지널 젯 셋 라디오라고 할 수 있다. 세가와 새미 합병 이후 스마일비트는 해체되어 몇몇의 인원들은 세가의 일본 스포츠 부문으로 이동했으며 다른 일부는 어뮤즈먼트 비전과 합쳐져서 나중에 '용과 같이' 시리즈를 만드는 개발 스투디오를 구성하게 되었다. 다른 몇몇은 회사를 완전히 떠났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사랑했던 스마일비트를 다시 만나기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계속…  RSS 구독으로 다음 이야기를 편하게 받아보세요~   클릭!)

글: 트래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9.7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세가 팬이시라면 또 다른 IGN 번역연재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세가의 역사'도 읽어보세요. 좀 더 세가라는 회사 쪽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번 글은 드림캐스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좀 더 집중하여 전개됩니다.)

* 게임역사 및 기타 게임관련 번역글 더보기 (클릭)

* 트위터 홍보는 당분간 계속됩니다.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퐐로좀 해주세요. 굽신굽신~ 트위터 계정은 heejaeC입니다. Follow me on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