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얽힌 추억, MSX용 몽대륙

게임라이프/소감 2009. 9. 14. 14:26 Posted by 페이비안

내가 맨 처음 접했던 개인용 컴퓨터는 대우에서 발매한 IQ-1000라는 MSX 호환기종이었다. 초등학생(그 때는 국민학생)이었던 내가 돈이 있어서 샀을 리는 없고, 부모님께 졸라서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지만, 당시 월간만화잡지 중 하나였던 '새소년'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창간 몇 주년 이벤트였는데,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무려 1등(!) 상품이 걸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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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from 김중태문화원 (http://www.dal.kr/blog/001620.html)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구해주신 프로그래밍 책에 나온 BASIC 코드들을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이 그냥 배껴 입력해서 화면에 가득 네모를 출력해본다던지 뭐 이런 고상한(?) 것들을 하면서 놀다가, MSX용 게임들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그냥 충실한 게임기로 썼던 거 같다. 너무 어렸을 때 일이라, 무슨 게임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연코 기억하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코나미에서 나온 몽대륙 어드밴처라는 게임이다. 영어판 제목은 Penguin's Adventure라는데 지금도 몽대륙이라고 기억하는 걸 보면 아마도 일본판을 했던 거 같다. 코나미라는 회사 이름과 마크를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 계기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작품이 메탈기어로 유명한 코지마 히데오의 데뷰작이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코지마 히데오의 이름이 코'자'마인줄 알았던 내가 그 당시에 그런 것에 감동받았을 리는 없고... 게임 자체가 무척 재미있었다. 앞으로 계속 달려가면서 장애물과 적들을 피해다니는 심플하지만 재미있는 게임플레이에 빙하와 숲속과 물속, 지하동굴과 우주까지 넘나드는 다양한 스테이지, 작은 구멍에 들어가면 나오는 상점과 산타 할아버지 등의 풍성한 구성에 스테이지 끝에서 박진감 넘치는 보스 배틀, 펭귄의 사소하지만 다양한 개그를 보여주는 스테이지 마지막과 지도 화면 등등... 지금 생각해봐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빼곡하게 들어찬 게임이라는 점이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을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내 경우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혼자 짝사랑하던 친구가 전학을 가 버리면서, 꼬맹이인 주제에 센치하게도 펭귄의 신세와 내 신세를 동일시하면서 대륙 횡단이라는 펭귄의 고된 모험이 마치 나의 모험인 양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했었던 추억이 있어서 더 기억이 나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방학 때였나, 부모님 허락을 받고 그 친구 집에 한 번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 집에도 몽대륙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게임이 지금처럼 다양하진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아마 MSX 호환 PC나 게임기가 있었다면 다들 이 게임을 한 번 쯤은 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름 재밌게 하던 게임이었으니 실력 함 보여줄 기회였으나, 왠걸. 그 친구 동생이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잘 해서, 그냥 멍 때리며 응원만 하다 온 것도 생각나는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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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도 얼음바닥 위에서 저멀리 공주 얼굴을 보면서 눈물을 보이고 있지만, 왠지 코믹하고 귀여운 주인공 펭귄이 나오는 타이틀 화면을 생각하면 지금 얘기한 것 이외에도 어릴 적 여러 가지 생각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게임이 몽대륙 어드밴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