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게임은 마음 한 켠에 여유를 주는 추억이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 그리고 동생과 외출해서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즐거웠던 기억과 함께 부모님께 선물로 받은 재믹스 팩을 기억하고, 중학교 때 친구들과 놀러다니던 기억만큼 게임동호회 형들이랑 밤새워서 게임 다운받고 플레이하고 소감을 나누던 때를 기억하고, 고등학교때 수학의 정석하고 씨름하던 것 만큼이나 롤플레잉 게임에서 공략 안보고 막히는 부분을 넘어서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 나의 생활에서 게임은 '놀이' 그 이상의 기억이다.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배웠고, 게임을 하면서 일본어를 배웠고, 첫번째 아르바이트도 게임 관련 일을 했지만, 정작 게임 외의 일상과 게이머로서의 나의 삶이 교차된 적은 별로 없었다. 전공도 그렇고, 직업도 그렇고... (예전에는 좀 있었고, 지금도 온라인 상으로는 많지만) 주변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게임은 온전히 나만의 것. 나만의 시간. 나를 위해 남겨 놓은 아주 작은 공간. 일종의 숨쉬는 틈이랄까.

아마도 앞으로도 게임이 내 삶에 있어 전면으로 나설 일은 없을 듯 하다. 그렇게 된다면 나만의 작은 여유로서 게임이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뭔가 색다른 경험으로서 게임을 대하기 때문에, 너무 깊게 파고드는 게임은 별로다.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게임도 별로고. 그런 건 일상에서만으로도 족하다. 가볍게 시작해서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고, 끝에서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어서 나름의 여운이 남는 게임이 좋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루카스아츠의 인디아나 존스와 원숭이섬의 비밀, 윙코맨더 시리즈 1편과 2편, 폴리스너츠, 메탈기어 솔리드 (1편만), 그란디아, 이스 1,2편, 소울엣지와 소울칼리버 1편, EVE 버스트 에러, 파이날 판타지 7하고 X, X-2 (가벼워서 오히려 좋았다.), 용과 같이 1편 (같은 의미로 셴무), (아무도 모르는 게임인) 동경 버스 가이드, Ever 17, 버스트 어 무브, 파라파 더 랩퍼, 역전재판, 메이드 인 와리오 시리즈 정도의 게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작품들. 대략 이런 취향이라 메인스트림에서 아주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위닝이나 철권은 없다는 게 특징이랄까? ㅋ

자 그럼 나에게 있어 게임은 무엇일까.. 바톤 받으실 분!

아마도 나와는 아주 다른 이야기가 나올 듯한 XROK님 (넘겨주신 바톤은 조만간 포스팅하겠습니다용..바탕화면이 허접해서 올리기가 눈물나요. ㅠ.ㅠ), 닮고 싶은 글솜씨와 사진 솜씨의 소유자 myrrh님, 그리고 얼마 전 매니아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포스트를 올려주셨던 무량수won님 일단 세 분께 바톤을 넘깁니당. 몇 분 더 넘기고 싶은 분들이 계신데, 부담스러우실까봐... 번역연재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중에서도 자유롭게 바톤 가져가셔도 됩니다. ^^

원래는...
1. 최근에 생각하는 게임
2. 이런 게임엔 감동
3. 직감적으로 게임
4. 좋아하는 게임
5. 이런 게임은 싫어!
요렇게 쓰시는 게 정석이지만, 저처럼 날림으로 쓰셔도 되요. 저에게 바톤 넘기신 리넨님은 더 날림. 헤헷.

이 바톤은 원래 바톤을 던지면서 주제가 바뀌는 (이를테면 1.최근에 생각하는 '삐리리'..) 릴레이였는데, 게임 쪽으로 주제가 고정되어 돌고 있습니다. 게임 바톤으로는 섬뜩파워님의 생각 -> 리넨님의 생각 -> 페이비안의 생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원래 6명을 찍어야 하는게 룰이었으므로 바톤마다 각각 분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