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프로토타입 중 결국 일본쪽 모델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었지만, 이번에는 합리적으로 내려진 판단이었다. 어떤 이들은 계약이 마무리되기 전 3Dfx측에서 무리하게 세가와의 협력을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 사건이 최종 결정에 미친 영향은 비교적 사소한 것이었다. 세가의 일본 경영진은 물론 미국 경영진들 역시 듀랄이 좀 더 나은 시스템이라는 점에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새턴은 오래된 모델 2 아케이드 하드웨어보다 떨어지는 성능에 허덕였던 반면, 새로운 시스템은 파워풀한 모델 3를 넘어서는 강력함을 갖추고 있었다. 세가에서는 또한 이 시스템에 기반하여 경제성과 파워 그리고 게임 교환 기능을 갖춘 새로운 아케이드 기판인 나오미 보드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세가의 새로운 시스템은 진정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준비를 갖추게 된다.

스톨러는 또한 드림캐스트가 구입 즉시부터 온라인이 대응되는 최초의 콘솔로 만들고자 하였으나 이러한 목표는 일본 경영진과 생각이 다른 부분이었다. 북미에서는 온라인 게임의 중요성이 강하게 부각되는 시점이었다. 울티마 온라인은 MMORPG의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으며 1999년에는 에버퀘스트, 퀘이크 III: 아레나, 언리얼 토너먼트 등 히트 온라인 게임들의 출시가 이어졌다. 타이밍으로 볼 때, 세가가 콘솔 쪽에서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설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스톨러는 일본 세가의 경영진들에게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모든 기기에 모뎀을 포함시킬 것을 건의한다. 이는 콘솔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고, 나중에도 다른 경쟁자들이 따라오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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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 소프트웨어 역시 중요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스톨러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새턴에 더 이상 투입되지 않았던 세가의 소프트웨어 관련 자원들이 모두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카 유지의 소닉 팀은 세가의 미국 스투디오인 STI에 묶여 있던 세가의 마스코트, 소닉을 되찾아 왔다. 나카 유지는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소닉을 보내야 했던 것에 대해 항상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에야 말로 마리오 64에 대적할 만한 소닉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야심차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세가의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 역시 새로운 하드웨어로 자리를 옮겼다. 버추어 파이터의 아버지 스즈키 유는 원래 버추어 파이터의 스핀 오프로 출발했던 장대한 액션 어드밴처 게임, 셴무를 만들고 있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버추어 파이터 외전을 뛰어넘는 대작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개발 일정 또한 길어져서 32비트 세대에 맞추어 나오기 어렵게 되었다. 새로운 하드웨어를 대상으로 개발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더 뛰어난 기기의 성능으로 인해 프로젝트에 활력은 더해졌다. 셴무는 드림캐스트 발매일에는 출시를 맞출 수 없었고, 세가에서는 대신 겐키에 아웃소싱으로 버추어 파이터 3의 이식을 맡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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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스트의 일본 런칭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1998년 가을의 끝무렵에 발매된 드림캐스트는 NEC 칩셋의 대량생산에 문제가 있는 관계로 많은 수량을 공급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동시발매 소프트 역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버추어 파이터 3TB는 아케이드 판의 완전이식이라곤 볼 수 없었으며 고질라 제너레이션스나 펜펜 트라이-아이스런 등은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성능을 과시하는 용도로도 적합하지 않았다. 발매 한 달 후에 소닉 어드밴처가 등장하여 크리스마스를 빛내 주었지만 이미 드림캐스트는 상당한 타격을 입은 후였다. 일본의 팬들과 서드 파티 개발사들은 아직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셰어를 확보하고 있던 새턴을 너무 일찍 포기한 세가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었고, 드림캐스트의 볼품 없었던 런칭은 이러한 생각을 뒤집기에 역부족이었다.

아직 북미 게이머들은 드림캐스트의 북미 발매가 언제일지를 기다리고 있던 그 다음 해 여름, 드림캐스트는 일본에서 드디어 첫번째 깜짝 히트 작품을 내놓게 된다. 컬트 클래식 게임인 심 타워로 잘 알려진 유트 사이토가 기존의 가상 펫 게임들의 상식을 뒤엎는 독특한 '라이프 시뮬레이터' 시맨을 내놓았던 것이다. 시맨은 귀엽다기 보다는 오히려 기괴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인면어였고 매력적이라고 하기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장르의 공식을 파괴한 시도가 오히려 게이머들에게 먹혀 들어갔다. 동봉된 마이크 악세서리를 통한 매우 인상적인 음성인식으로 이 해괴하게 생긴 물고기는 꽤나 흥미로운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었던 점도 인기의 큰 요인이 되었다. 비록 시맨을 일반적인 의미의 '게임'이라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일본에서 고전하고 있던 드림캐스트에 있어서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존재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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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9.7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세가 팬이시라면 또 다른 IGN 번역연재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세가의 역사'도 읽어보세요. 좀 더 세가라는 회사 쪽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번 글은 드림캐스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좀 더 집중하여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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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시맨 나오던 당시에 일본어 잘하던 여친(지금 와이프)랑 마이크 붙잡고 '오하이오~'를 외치던 것이 생각이 나는군요. 애기 시맨은 나름 귀여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