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1UP.com에서 지난 일주일 간 Cover Story로 다루었던 데스스팽크 특집에 대한 번역연재입니다. 원문을 보실 분은 여기로]




1UP: 데스스팽크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보자.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정보는 들은 바 있지만, 온라인 코믹과 아이디어의 시작에 관한 공식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론 길버트(이하 론): 시작은 한 4년인가 5년 전이었다. 토탈 애니힐레이션 때 함께 작업하면서 알게 된 동료 클레이톤 카우즈라릭(Clayton Kauzlaric)과 나는 내 블로그에 조그마한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 화 쯤에서 뭔가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컴퓨터 게임 히어로가 필요했다. 우습고 과장된 분위기의 게임 히어로여야 했는데, 그렇게 해서 데스스팽크가 태어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마치 스스로 생명을 갖는 것처럼 이야기가 만들어져 갔다. 만화를 계속 연재하면서 글레이톤과 나는 데스스팽크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를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것들에 대한 패러디가 녹여져 있다는 점에서 데스스팽크는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였고, 결국에는 게임을 만들게 되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1UP: 캐릭터가 그렇게 해서 게임 컨셉이 되었는데, 컨셉 당시에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는지?

론: 기본적인 구상은 거의 완성된 상태로, 스토리도 정리되어 있었다. 전투를 어떤 식으로 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었고, 이를 어드밴처 게임의 유머와 스토리텔링에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다. 나는 원숭이섬에서 어떤 요소들을 차용하고 디아블로에서는 어떤 요소들이 차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게임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는 이미 머리 속에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을 완벽하고 세세하게 문서화시켜 놓지는 않았지만, 게임이 어떤 느낌이 되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1UP: 당시에는 에피소드형 게임이었나?

론:
맞다. 에피소드형 게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1UP: 에피소드 형 게임이라서 제작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론: 그것도 맞다. 당시에는 에피소드형 게임이라는 게 무척이나 새로운 것이었고, 에피소드형 게임에 어떤 컨텐츠를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UP: 데스스팽크가 단일 패키지 형태가 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지?

론: 그랬던 거 같다. 게임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데스스팽크라는 과장된 영웅 캐릭터에게는 보다 더 거대한 세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에피소드형 게임은 그 특성 상 작은 이야기들을 이어서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접근 방식이 데스스팽크에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모험하는 세계는 보다 방대해야 했고, 그게 우리가 에피소드 방식을 포기한 큰 이유 중 하나이다.

1UP: 초기 아이디어에서 지금 언급한 사이즈 부분 외에 다른 변경 사항은 없었는지?

론:
물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에피소드형 게임에서는 플레이 시간을 대략 2~4 시간 정도만 잡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게임 진행도 선형적으로 디자인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단 사이즈가 커지고 세계가 넓어지니, 이러한 선형적 디자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고, 좀 더 복잡하고 얽힌 구성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사이드 퀘스트 같은 것들이 좀 더 복잡해지고 흥미로워졌다.

1UP: 지금 형태의 게임에 원래 기획한 모든 에피소드가 다 들어가게 되는지, 아니면 그 중 한 두 개에 집중해서 개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론:
양쪽 모두에 해당한다. 분명한 것은 에피소드들을 단순히 이어다 붙인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획했던 에피소드들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융합해서 더 큰 세계를 만들었다. 따라서 순서대로 에피소드를 하나씩 플레이하는 방식은 아니며,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다.

1UP: 원숭이섬 시리즈에서 미처 담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나 퍼즐 같은 요소들도 데스스팽크에 녹여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론: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말은 사실이다. 원래 디자인 같은 작업들에서는 생각해 낸 수백개의 아이디어 중 몇 개 정도만 실제 적용되고 나머지는 그저 여과되거나 변경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아이디어로 변화한다. 데스스팽크는 내가 어드밴처 게임 스타일의 퍼즐을 많이 다루던 그 당시 이후 처음으로 다시 이런 방식을 시도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그 때부터 생각해오던 많은 아이디어들이 이 게임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1UP: 당신이 생각하기에, 오늘날의 게이머들은 정말 정말 어려운 퍼즐을 원하는지, 아니면 좀 더 쉽고 다루기 편한 퍼즐을 원하는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보기에는 요즈음 게임 속에 등장하는 퍼즐은 옛날만큼 어렵진 않은 것 같다.

론:
난 게이머들에게 훌륭하고, 재미있고, 도전적이며, 공정한 퍼즐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등장한 게임들 중에서도 어드밴처 게임 스타일을 시도한 것들이 있지만, 퍼즐 자체가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고, 어떤 경우에는 공정하지 않다. 무슨 말이냐면, 매우 비상식적인 문제를 내놓고 그저 게이머가 이런 저런 시도 끝에 우연히 답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퍼즐에 대해서는 좀 더 모순이 없는 논리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게이머들이 제대로 된 퍼즐은 즐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1UP: 인터넷 FAQ나 공략집을 보는 게이머들에 대해서 편견이 있는가?

론:
[웃으며] 아니, 그렇지 않다. 나 스스로도 종종 이용하니까.

1UP: 데스스팽크 이전에는 굿 & 이블이라는 작품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굿 & 이블은 개발 도중 취소되었다.] 이 때의 아이디어 중 현재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있는가?

론: 사실 상당한 영향이 있다. 굿 & 이블은 내가 케이브독 [론 길버트가 설립했던 휴멍거스 엔터테인먼트의 하드코어 지향 브랜드]에 있을 때 개발하던 작품인데, 어드밴처 게임과 실시간 전략 게임이 복합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최근 들어 어드밴처 게임에서 크게 관심을 갖는 부분은 기묘하고도 복잡한 퍼즐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퍼즐을 이용하여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어드밴처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또한 어드밴처 게임이 갖는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이 예전 클래식 어드밴처 시대 이후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느낌을 데스스팽크로 다시 불러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굿 & 이블은 이러한 나의 생각이 들어갔던 작품이었고, 그 중에서도 데스스팽크의 뭔가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임 속 세계의 많은 부분이 굿 & 이블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1UP: 대화 선택에 있어서 단순히 "좋음"과 "나쁨"을 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화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을 둘러싼 세계가 변화하는가?

론:
물론이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는 뭐랄까, 미묘하다는 단어로는 적절치 않을 거 같다. 하지만 최근의 게임에서 나오는 대사는 마치 메뉴에서 뭔가를 고르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좋은 선택이고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며, 이건 나쁜 선택이라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뻔히 보인다는 말이다. 실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는 좀 더 섬세한 일들이 일어나고, 보다 다양한 선택을 시도하게 된다. 이런 점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대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시도가 가능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과 상대방에 얽힌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이 게임 속에서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말 훌륭하게 구성된 대사라면, 게임 속 캐릭터와 대화를 나눈 후에 실제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처럼 느껴져야 한다. 그저 메뉴판에 나온 대사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똑같이 판에 막힌 대답을 듣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발견된 무엇인가를 통해 무엇인가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대화 말이다. 이러한 미묘함이 없어지면 게이머들은 대화 선택지를 보면서 "그래 그럼 이 캐릭터한테 이걸 시켜야지."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그저 대사 선택지를 가지고 또 다른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지 대화 자체의 자연스러운 본질 자체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1UP: 언젠가 당신은 디아블로를 베낀 많은 게임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디아블로를 따라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게임들과 데스스팽크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론:
무척 어려운 질문인데, 내가 그 점에 대해 답변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디아블로의 훌륭한 점이나 다른 개발자들이 잘한 점들이 차트 같은 것을 만들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잘 모르겠고. 블리자드가 잘 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게임의 분위기를 잡는 데에 많은 시간을 쓴다는 점이다. 사실 디아블로의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이 시스템이 적절한 느낌과 분위기를 갖도록 하는데 노력했다. 우리 역시 데스스팽크에서 이러한 부분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전투는 물론 스토리가 어떻게 서로 하나의 느낌 하에 엮어지게 되는지,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가 빠르게 이러한 분위기 안에 융합되도록 하게 하는지가 개발에 있어 무척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1UP: 최근 경향을 보면 하드코어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캐주얼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아동용 게임을 만들던] 휴멍거스에서 반대의 방향으로 전환한 셈이다. 이러한 행보는 의식적인 것인가?

론:
글쎄, 휴멍거스를 언급한 것은 흥미로운데, 왜냐면 몇몇 사람들이 휴멍거스의 게임을 캐주얼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휴멍거스의 게임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어른을 위한 게임은 아니지만 매우 잘 만들어진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난 우리가 휴멍거스에서 만들던 게임들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당시의] 아동용 게임이라고는 상당히 얕은 게임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이들 용으로는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고, 게임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보면 매우 잘 구성된 어드벤처 게임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난 이러한 게임들이 하드코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한 하드코어겠지만.

1UP: 음.. 그러면 관점을 조금 바꿔서...

론: [웃으며] 까칠해서 미안하다.

1UP: 그렇다면 어른 대 아이는 어떤가? 의식적으로 좀 더 나이가 든 게이머를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인가?

론: 물론이다. 휴멍거스에서의 작업은 창조적인 관점으로 볼 때 대단히 도전적이었고 무척 흥미로운 것이었다. 대상이 아이들이었고, 이들은 어른들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유저이기 때문이다. 난 유저라는 관점에서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왜냐면 그들은 무척 순수하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말한다. 좋아하는 것은 좋다고 하고, 싫은 것은 싫은 거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제 성인 지향의 게임을 다시 만들게 된 것 역시 무척 흥미롭다. 아동용 게임을 만들면서 난 많은 것을 배웠다. 일반적인 메인스트림 게임에서는 무의미하게 들어가는 쓸데 없는 요소들을 제거하면서 배운 단순함도 그 중 하나이다. 내 생각에 아동용 게임을 만들 때에는 모든 부가적인 것들을 들어내고 진정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1UP: 성인 지향의 게임에서 특별히 시도해 보고 싶거나 데스스팽크에서 시도된 것들이 있는가?

론:
전투 부분이다. 아동용 게임에서는 싸우는 내용을 넣기가 힘들다. 케이브독에서는 토탈 애니힐레이션을 했었고 굿 & 이블도 내놓을 예정이었는데, 다시 전투 부분을 다루게 되었다는 점이 즐겁다. 또한 좀 더 성인 지향의 테마들을 다룰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아이들 게임에서 주인공을 머저리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성인용 게임에서는 이런 내용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캐릭터를 거의 극한의 설정으로 몰아가는 것도 아동용 게임에서는 하기 힘든 부분이라 지금 여러가지로 재미있게 시도하고 있다.

1UP: 데스스팽크의 지적재산권은 본인에게 속하는가 아니면 핫헤드에?

론:
핫헤드에 속한다.

1UP: 데스스팽크에 기반한 만화책이나 다른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볼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게임에만 집중할 예정인지?

론: 물론 데스스팽크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다고 본다. 게임 외에도 만화책이든 온라인에서의 무엇인가든 아마도 꽤 재미있을 거 같다.

1UP: 그럼피 게이머에서 연재하던 만화는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론: 글쎄, 처음 클레이톤과 내가 만화를 시작했을 때, 사실 플래쉬 코믹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만화를 하고자 했었다. 그러다가, 클레이톤과 내가 만나면 항상 그렇지만, 아이디어가 점점 커져서 결국에는 플래쉬 형태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한 편을 만드는 데 몇 주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결국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져서 더 이상의 연재가 힘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글: 맷 레오니(Matt Leone)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9.1 / 원문출처: 1UP Cover Story

* 이어서 데스스팽크 특집 (3): 루카스아츠 개발자들의 동문회가 계속됩니다.

* 원문저자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게임역사 및 기타 게임관련 번역글 더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