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UP.com에서 지난 일주일 간 Cover Story로 다루었던 데스스팽크 특집에 대한 번역연재입니다. 원문을 보실 분은 여기로]

2004년으로 잠깐 돌아가보면, 데스스팽크(DeathSpank)는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농담에 불과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루카스아츠 어드밴처 게임들을 이끌던 인물 중 하나인 론 길버트(Ron Gilbert), 그리고 90년대 후반에 그와 함께 케이브독 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일했던 클레이톤 카우즈라릭(Clayton Kauzlaric)은 인터넷을 통해 짧은 만화를 연재했던 적이 있었다.

만화에 게임 업계의 클리셰를 풍자하기 위한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컴퓨터 게임 히어로"가 필요했다. 카우즈라릭이 제안한 "데스스팽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캐릭터는 불필요하게 긴 이벤트신, 부풀려진 리뷰 점수, 과도한 폭력성 등 게임 관련된 이슈들을 풍자하는 그들의 만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단지 심심풀이로 시작된 프로젝트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만든 캐릭터에 대한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길버트에 따르면, "(일단 만들어놓고 보니) 데스스팽크라는 캐릭터는 자기 스스로 커나가기 시작했죠. 만화를 만들면서 데스스팽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었고, 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게 되었어요. 데스스팽크는 업계에 대한 패러디라는 점에서 무척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 결국은 자연스러운 결론처럼 데스스팽크를 위한 게임을 만들자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오랜 시간 동안의 숙성

자 이제 시간을 돌려 몇 주 전으로 돌아가서, 현재 벤쿠버에 위치한 핫헤드 게임즈(Hothead Games)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론 길버트를 만나 데스스팽크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풀어보자. 인터뷰가 진행되었던 컨퍼런스 룸에서는 데스스팽크의 데모 버전이 돌아가고 있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론 길버트가 핫헤드에 합류하기 전 데스스팽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 게임 제작사들과 접촉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나 (그의 홈페이지에 마지막으로 개제된 코믹 역시 산타클로스를 메타포로 한 이러한 제작사의 행태를 꼬집은 내용이다.) 원래는 에피소드 형태로 개발되다가 단일 패키지 형태가 된 사연 (론 길버트에 의하면 게임 내에 좀 더 거대한 세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지만, 인터뷰 중 실제로 살펴본 게임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핫헤드의 마케팅 피치에 따르면 데스스팽크는 론 길버트의 '원숭이섬의 비밀' 스타일 어드벤쳐 요소와 디아블로의 전투 및 롤플레잉 요소를 결합한 게임이라고 하며, 게임을 살펴본 나 역시도 이 게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똑같은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이 게임을 깔끔하게 설명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덧붙인다면작품이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듯 한데, 지금 나와있는 그 어떤 게임과도 사뭇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데스스팽크는 아직까지 어떤 플랫폼으로 나올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핫헤드의 다른 작품인 페니 아케이드 게임이 Xbox 라이브 아케이드,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PC, 맥, 그리고 리눅스 플랫폼으로 등장했던 전례를 보건데 데스스팽크도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에 따르면 "현재 다양한 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그 어떤 플랫폼도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원숭이섬의 비밀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론 길버트는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사실 처음 얼마간 게임의 그래픽 스타일에 완전히 눈을 빼앗겨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영국쪽 어린이 프로그램과 판타지 소설의 수채화 느낌이 섞인 듯한 화면에 주인공이 언덕 위에 올라와 있는 듯한 특이한 시점까지 데스스팽크의 세계는 무척이나 독특한 것이었다. 론 길버트에 의하면 이러한 "강제 굴림 시점(forced rolling perspective)"은 3D 세계에서 2D 느낌을 내고자 한 아트 스타일과도 접목되어 게임 속 세계를 보다 친밀하게 느끼게끔 고안되었다고 하며, 이러한 시점을 유지하기 위해 좌/우로의 카메라 조작은 제한되게 되었다고 한다. 데스스팽크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평평하지만, 마치 열어서 펼쳐지는 거대한 입체 지도를 가로로 놓은 큰 나무 기둥 위에 둘러서 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임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데스스팽크가 평생에 걸친 모험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가 찾아 헤매던 '유물'(The Artifact)이라는 아이템이 숨겨진 장소에 대한 힌트를 얻은 데스스팽크는 이제 행복한 여생이 바로 눈 앞에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여느 어드밴처 게임에서와 같이, 모든 일들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항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다른 길로 빠지게 되면서 게이머들이 해결해야 할 사건의 단초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주: '유물'을 '솔로몬의 십자가'라던지 '지중해의 눈물' 같은 말로 꾸미지 않고, 그냥 '유물'(The Artifact)이라고 하는 부분도 데스스팽크의 유머 중 하나인 듯 합니다. 론 길버트의 홈페이지를 보면, 게임 속에 나오는 꼭대기에 눈 덮인 높은 산의 이름도 '꼭대기에 눈 덮인 높은 산(The Really High Mountains with Snow on the Peaks)'이지요.)

발견된 '유물'은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에 해당하지만 영화 예고편 정도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니 너무 걱정마시길) 지방 유지들 중 한 명인 로드 본 프롱(Lord Von Prong)에게 다시 빼앗기고 만다. 알고 보니 그는 고아들을 납치한 유괴범이기도 하다. 원숭이섬의 비밀에서 가이브러쉬 쓰립우드가 아무한테나 해적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피력했던 것처럼, 자신을 "억압받는 자의 영웅, 사악한 세력으로부터의 승리자, 그리고 정의의 파수꾼"으로 소개하는 (실제로는 그의 의욕이 좋은 일보다는 그렇지 않은 일을 더 많이 불러일으키는 것 같지만) 데스스팽크이니 만큼, 고아들의 구출 역시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게이머에게는 메인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가 주어지는데, 이는 퀘스트 로그에 중요한 일정과 중요하지 않은 일정으로 표시된다. 짐작하겠지만, 이들 중 몇몇은 고전 어드밴처 게임에서 등장하는 퍼즐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최고의 야채를 키우고자 하는 농부를 만나게 되는데 그를 돕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특이한 거름을 찾아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유니콘 똥) 또 다른 예로는 은퇴한 유브릭(Eubrick the Retired)라는 캐릭터에게서 칼을 얻어야 하는데, 그는 칼을 주는 대가로 타코를 요구한다. 하지만 타코 판매대에 가서 그가 원하는 종류의 타코를 주문하면, 소송 문제로 "아주 매운 맛" 타코는 판매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게이머는 특별한 종류의 식물을 찾아 이를 가지고 있는 타코와 합성해서 유브릭이 원하는 타코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물론 힌트 시스템이 포함될 예정이다. 론 길버트에 따르면, "클래식 어드밴처 게임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보다는 훨씬 자세하고 친절한 것"이 될 예정이다.)

데스스팽크의 스토리 전개는 풍자적이고 날카로운 면을 유지하면서 조잡한 느낌은 주지 않았던, 원숭이섬의 비밀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 신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스토리는 게임 내에서 전개되고, 대사들은 선과 악을 결정하는 선택지 같은 느낌이 아닌,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게임 속에는 해적 마을에다가 바다를 여행할 수 있는 해적선도 등장하는데, 론 길버트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해적이 나오지 않으면 게임이라고 할 수 없죠, 아닌가요?"


디아블로로부터...


지금부터는 론 길버트의 설명 중에서 오크나 치킨 같은 적들을 무찌르고 레벨을 올리거나 아이템을 모으는 액션 RPG 부분을 추려서 정리해보자. 이 부분에 대한 디자인 목표는 크게 두 가지 컨셉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투는 전략적인 요소가 가미될 것, 그리고 모든 이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아이템을 제공할 것.

기본적인 게임플레이 매커니즘은 매우 단순하다. 게이머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여 근거리 혹은 장거리 공격을 펼치고,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 적을 록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충분한 적을 없애거나 퀘스트를 완수하면 XP를 모아 레벨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체력과 힘이 올라가 특정 레벨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나 방어구 등을 장착할 수 있게 된다.

전투에는 '어빌리티'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방향키에 각각의 어빌리티를 지정할 수 있다. 어빌리티의 종류에는 다른 적을 처치하는 동안 강력한 적을 잠재우는 능력이나 넓은 범위에 약한 데미지를 일으키는 닭떼 공격 같은 것들이 있다. (후자는 플레이 중 '100마리 닭 해치우기'를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어빌리티이다.)

쓰러진 적들은 아이템을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그 중에는 화염에 내성을 갖거나 힘을 증가시켜 주는 등의 기능이 있는 헬멧과 갑옷 등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공격을 가능케 하는 무기류도 있다. 론 길버트에 의하면 100 종류 이상의 방어구와 100종류 이상의 무기들을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통해, 또는 보물 상자나 나무통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해적 마을을 방문하는 동안에는 해적 모자, 어깨 뽕, 해적 갑옷은 물론 쌍동이 앵무새를 얻어 캐릭터를 해적 스타일로 장식할 수도 있다. 게임에는 또한 포션 시스템도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종류의 포션을 구입하거나 조합함으로서 체력, 스피드, 분노, 적에게 주는 데미지 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결합을 통한 독특한 맛

론 길버트의 데모 시연을 감상하면서, 나는 앞의 두 장르가 가진 요소들이 어느 하나 어색한 구석 없이 매끄럽게 조화되어 있다는 점에 무척 놀랐다. 몰론 아직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는 없었고, 어드밴처 게임과 액션 RPG 게임의 서로 다른 속도감을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지만 론 길버트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가 시도하는 이러한 조합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에 론 길버트가 그의 고전 명작을 통해서 이미 충분한 역량을 뽐낸 바 있는 유머를 더하고 (게임 속 대사의 분량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은 그가 직접 하기 보다는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이라는 점은 명시해 둘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데스스팽크의 세계가 갖는 독특함까지 가미한다면 감히 데스스팽크가 어드밴처 게임의 진정한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어떤 플랫폼으로 나올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다가 발매일 역시 미정이지만, 2010년 내에 발매할 것이라는 예측은 그다지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지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론 길버트의 머리에서 잘 숙성된 아이디어가 멋진 작품으로 승화되기를 다 함께 기다려보자.

글: 맷 레오니(Matt Leone)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8.31 / 원문출처: 1UP Cover Story

* 이어서 데스스팽크 특집 (2): 론 길버트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 원문저자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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