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I에서 대전 기능은 보너스적인 요소에 가까웠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II에서는 게이머들 간의 대전이 게임의 가장 큰 축을 이루었다. 고수 플레이어가 하수들을 물리치는 동안, 고수에 도전하고자 하는 게이머들이 아케이드마다 긴 줄을 만들었다. 자리를 예약하는 동전들이 아케이드 박스 빈 자리에 놓여졌고 게이머들은 상대 게이머의 스타일과 기술을 분석했다. 그 와중에,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초고수 게이머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도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자잘한 버그를 가지고 있었다. 캐릭터의 기술이 들어가는 특정 시점에 기술을 다시 넣음으로서 매우 강력한 체인 어택이 가능하다는 것도 버그의 하나였다. 스파2의 프로그래밍 팀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 버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노력과 시도를 통해 타이밍과 정확성을 익혀야 했고, 평범한 게이머라면 누구도 이러한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스파2에 완전히 매료된 몇몇의 게이머들은 프로그래밍 팀의 예측을 보기좋게 벗어나 강력한 체인 어택을 마스터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는 처음부터 단순한 버튼 뭉개기 게임은 아니었지만, 이제 전략과 전술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진화하였다. 모든 기술과 모든 콤보를 익히고자 하는 게이머들이 생겨나 이들이 하드코어 게이머 층을 형성했다. 이전까지 비디오 게임은 동전 몇 개와 한가한 시간 몇 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유희였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팩맨 같은 게임들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캡콤이 이번에 내놓은 이 물건은 달랐다. 초보자는 99초로 정해진 대전 시간조차 버티지 못하고, 단 한 차례의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한 채 고수에게 완벽하게 나가 떨어지는 게임이 바로 스파2였다. 또한 캐릭터 간의 우열도 심했다. 가일, 류, 달심을 잡고 있는 고수라면 동전 하나로 하루 종일 도전자들을 상대해낼 수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6만대 이상의 아케이드 머신이 출하되었으며, 이 수치는 돈키콩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캡콤은 수억불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니시야마와 마츠모토의 아랑전설이 등장하였지만 이를 포함한 그 어떤 게임도 스트리트 파이터 II의 재미와 즐거움을 능가하진 못했다.

스파2 이후로 격투 게임들이 게임 시장을 뒤덮었다. 버추어 파이터, 킬러 인스팅트, 모탈 컴뱃 등 몇몇 게임들은 독자적인 영역 구축에 성공한 반면, 대부분의 게임들은 조용히 등장했다가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 모든 게임들이 스파2가 세운 공식들을 따랐다. 어떤 게임들은 스파2의 조작과 스타일을 배끼기 급급하기도 했다. 이카리 워리어즈와 모듈형 네오지오 아케이드 캐비닛을 통해 캡콤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SNK 플레이모어는 캡콤에 근무하던 니시야마와 마츠모토를 스카웃하여 킹 오브 파이터즈, 아랑전설 그리고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이러한 격투 게임의 홍수 속에서도, 게이머들은 다음 번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이야말로 격투 장르를 혁신할 새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했으며, 이러한 믿음은 캡콤의 다음 개발예정 목록에 스트리트 파이터 III가 가장 우선순위로 올라가 있다라는 루머를 낳았다.

그들의 예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진정한 후속작 이전에 11개의 게임이 먼저 나왔을 뿐이니까.

분노의 주먹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미친 영향은 오카모토와 그의 팀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났다. 스파2를 중심으로 두터운 팬 문화가 생겨날 정도였다. Electronic Gaming Monthly라는 미국 잡지에서는 4월 1일 만우절에 스파2 관련 가짜 정보를 내보냈다. M.바이슨과 최종 격투에서 그를 공격하지 않고 있으면 숨겨진 캐릭터 고우켄이 등장한다는 것과 춘리에게 팔찌를 던지는 숨겨진 특수 공격이 있다라는 거짓 소식으로 인해 수많은 게이머들이 헛되이 동전을 쏟아부을 정도였다. 스파2가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되면서, 캡콤은 다시 한 번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저런 정황을 따져보더라도, 아직까지는 속편을 낼 필요성조차 없었다. 기존 게임에 대한 약간의 수정 작업만으로도 팬들은 관심을 가질 판이었다.

1992년 4월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 II 데쉬 - 챔피언 에디션에서는 4명의 보스가 선택 가능한 캐릭터가 되었으며 두 플레이어가 2P 색상만을 바꾸어서 동일한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의 스피드를 올리는 비공식적인 해킹을 공식 옵션화하고 공중 공격을 다듬은 스트리트 파이터 II 데쉬 - 하이퍼 파이팅이 이어 등장했다. 하이퍼 파이팅에서 류는 좀 더 방어적이 되고 캔은 좀 더 공격적이 되었으며 춘리에게도 장풍 공격이 추가되었고 달심이 갑자기 사라지는 버그는 요가 텔레포트라는 공식 기술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캐릭터 간의 밸런스도 약간씩 조정되었다. 파동권과 승룡권 콤보 같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전술에 대해서도 기술을 갖춘 게이머라면 충분히 반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인 속도 향상으로 인해 이제 하이퍼 파이팅은 화려하고 빠른 페이스의 전술적인 격투 게임이 되었다.

이러한 두 번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이후,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완전히 새로운 스트리트 파이터 신작에 대한 루머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I에 대한 게이머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캡콤이 내놓은 대답은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II: 더 뉴 챌린저스의 1993년 10월 발매였다. 인디언 전사 제로니모 (문화적 민감성의 문제로 T.호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특수 요원 캐미, 브루스 리에 대한 오마쥬인 페이 롱, 그리고 머리만 바뀐 페이 롱 클론, 이렇게 단 네 명의 캐릭터가 새로 추가되었다. 나중에 미국 디자이너 제임스 고다드가 투입되어 페이 롱 클론은 자메이카 카포에라 마스터 디 제이로 변경되었다.

 
(계속...)

글: 러스 맥러힌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2.16 / 원문 링크: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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