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미식 밥상 뒤집기
캡콤에서는 공식적으로 바이오 하자드의 속편을 언급하고 있지 않았지만, 프랜차이즈로서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바이오 하자드 1편이 발매된 시점에서 캡콤 내부에서는 속편 개발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전편의 성공을 통해 미카미 신지는 캡콤 임원진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었기에, 속편 기획에 대한 거창한 기획서나 설득 자료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카미 신지는 일부 팬들의 뜻에 거스르는 결정을 하게 된다. 당시 캡콤은 이미 우려먹기의 화신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었지만, 미카미의 다음 프로젝트에서만은 이러한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게 된 것이다.
미카미는 또한 음침한 옛 저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게임의 배경이 현실 세계와 유사할수록 공포감은 더욱 극대될 것이라고 믿었다. 라쿤 시티 경찰서가 게임의 주 무대가 되었으며 경찰서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스토리가 확장되어 갔다. 고요한 복도와 거리에 비친 오싹한 푸른 불빛들은 현실적인 배경에 다른 세계의 느낌을 입혀주었다.
게임플레이의 중심 역시 미묘한 변화를 거쳤다. 바이오 하자드 1편의 개발을 마친 시점에서부터 미카미는 좀 더 액션 지향적인 게임을 원했다. 인포그램즈 역시 어둠 속에 나홀로 2편에서 비슷한 방향을 취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방향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았을 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또한 개발팀은 새로운 좀비들을 상대할 무기 종류를 확장시켰다.
예정된 발매일인 3월이 다가오자, 기대감은 높아져 갔다. 모든 이들이 바이오 하자드 2의 성공을 확신했지만, 정작 캡콤 내의 개발팀원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각각의 조각들은 나쁘지 않았지만 하나의 게임으로 묶어놓은 결과물은 엉망이었다. 미카미는 특히 현실감에 대한 강조로 인해 배경 자체가 심심하고 반복적이 된 것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했다. 전문 스토리 컨설턴트가 바이오 하자드 2의 시나리오에 대해 혹독한 비평을 퍼부으면서 이러한 우려는 절정에 달했다.
이미 2월에 접어들면서 발매일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미카미 신지는 그가 자랑스러워 할 수 없는 게임을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다. 그는 70에서 80 퍼센트 정도 완성된 게임을 뒤집어 엎고, 처음부터 다시 개발을 시작한다는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된다. 세간의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캡콤은 미카미 신지와 그의 팀원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이러한 결정을 승인했다.
이는 개발팀원들에게도 고난스러운 일이었다. 50명에 이르는 팀원들은 일년이 넘는 개발기간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사장되는 상황에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있었으며, 이에 더해 처음부터 다시 개발을 시작해야 했다. 비교적 문제가 없던 부분들까지 모두 다시 검토되어야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다시 개발하는 작업이었다.
그나마 게임 엔진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대부분의 캐릭터와 많은 부분의 스토리는 살아남았다. 엘자 워커는 1편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인 클레어 레드필드로 변경되었다. 레온은 젊은 신입 경찰로 다시 디자인되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른 조연 캐릭터들도 다시 구성되었으며, 대사들은 처음부터 다시 쓰여졌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 배경들이 전부 재구성되었다. 이전의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에서 미국의 작은 마을의 낡은 분위기로 새롭게 구성의 가닥이 잡혔다. 이러한 스타일에 대한 연구를 위해 개발진들은 오사카의 옛 서양 빌딩에 잠입하여 자료 사진을 몰래 찍어오기까지 했다. 카메라맨은 결국 붙잡혔지만, 사진은 안전하게 캡콤에 도달하여 게임의 새로운 스타일을 위한 재료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결정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개발 취소된 프로토타입은 나중에 “바이오 하자드 1.5”라는 명칭을 달게 되었고, 팬들은 1편은 물론이고 그들이 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었던 1.5 버전조차 뛰어넘을 속편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바이오 하자드 2는 1998년 1월, 연말의 쇼핑 러시 시즌을 살짝 지나 발매되었다.
캡콤의 노력은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게임 매체들은 속편의 매력적인 스토리와 환상적인 그래픽에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다. 게이머들은 더더욱 열광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바이오 하자드 2의 판매량은 전작을 훌쩍 뛰어넘어 총 500만 카피를 돌파했다. 윈도우용으로의 이식에 이어 많은 이들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N64로의 이식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속편의 성공으로 바이오 하자드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로서의 자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또한 곡예와도 같았던 개발 기간의 우애곡절을 거치면서 미카미 신지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냈던 캡콤의 임원진들은 그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하자드 2는 누구의 상상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참을성 부족한 팬들에게는 짜증스러운 일이었지만, 바이오 하자드 2가 세운 전형은 속편들의 개발에서도 종종 반복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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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레비스 파스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3.11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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