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은 계속되고

바이오 하자드 2의 성공에 고무되어, 캡콤은 자사의 특기인 우려먹기 신공을 펼치기 시작한다. 다음 두 해 동안 캡콤은 PS용 차기작 뿐만 아니라 아직 완성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던 PS2용 바이오 하자드도 검토하기 시작했고, 드림캐스트, 닌텐도 64, 결국 실패로 끝난 게임보이 컬러용 바이오 하자드를 기획했다. 그 어떤 콘솔도 바이오 하자드의 마수에서 안전하지 않았다.


이러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눈에 띠었던 것은 바이오 하자드 2의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 질 발렌타인의 이야기를 다룬 ‘외전’격 게임과 드림캐스트로 개발 중이었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진정한 후속작이었다. 소니가 캡콤과 바이오 하자드 3의 독점권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외전이었던 게임이 정식 후속작의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 드림캐스트로 개발 중이던 게임이 사이드 스토리라는 설정이 되었지만, 프로젝트의 내용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캡콤은 심지어 드림캐스트로 나오는 바이오 하자드가 비록 3편이라는 이름은 달지 않았지만 진정한 후속작이라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1998년부터 1999년 초반까지, 차기 바이오 하자드는 전편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루머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돌았지만 이러한 루머의 정체는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개발팀인 프로덕션 스투디오 4에서 만들고 있던 새로운 타입의 서바이벌 호러 시리즈인 디노 크라이시스에 대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1998년 후반, 캡콤은 코드: 베로니카의 스크린샷을 공개하면서 팬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게이머들은 과연 플레이스테이션용 바이오 하자드 3가 나오기는 하는 것인가도 무척 궁금해했다.

원래 사이드 스토리에 대한 기획은 팬들의 다음 게임에 대한 갈망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충족시켜주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발매 연기나 재검토 등은 용납될 수 없었다. 바이오 하자드 1편과 2편을 만들어 내었던 멤버들은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 흩어져 있었고, 거의 새롭게 구성된 팀이 질 발렌타인의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투입되었다.

이러한 컨셉은 개발팀원들에게도 반가운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스토리가 두 사람의 이야기로 쪼개지지도 않았으며, 액션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졌다. 질 발렌타인 역시 이러한 게임의 컨셉에 맞게 빠르게 돌기, 회피하기 등의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타이런트인 네메시스가 게임 전반에 걸쳐 질 발렌타인을 쫓아다니는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여, 다른 어느 좀비보다도 무서운 공포감을 주게 되었다.

원래 외전이었던 게임에 정식 후속작 타이틀이 붙자, 개발팀에는 상당한 부담감이 생겼다. 코드 베로니카의 스크린샷이 이미 나돌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이 이러한 기대감을 능가하는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이머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하자드 3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네메시스의 존재 자체 만으로도 팬들과 평론가들의 마음을 빼앗는 데 충분했던 것이다. 비록 전편 정도의 놀라움을 선사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었던 바이오 하자드 3는 나중에 나온 드림캐스트, PC 및 게임큐브 버전까지 포함해서 총 350만 카피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바이오 하자드 3가 발매되었을 무렵, 코드: 베로니카의 개발 역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내부 개발팀이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 소진되었기에 코드: 베로니카의 많은 개발 작업은 외주로 진행되었다. 미카미 신지와 오카모토 요시키의 플레그십 팀원들이 게임의 시나리오와 방향성을 주관했고, 넥스테크가 실제 개발 작업을 맡았으며 XAX 엔터테인먼트가 배경 작업을 진행했다. 비록 캡콤의 스텝들이 아트 디자인이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개발팀은 마치 여러 조각을 끼워 맞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외주 제작으로 진행되는 게임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캡콤은 코드: 베로니카의 성공을 확신했다. 캡콤은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프리랜더링 이미지가 갖는 디테일한 구성과 음산한 분위기를 리얼 타임 3D 화면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하도록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었다. 스토리 자체도 더 방대하고 복잡해졌으며, 클레어와 크리스 레드필드가 서로 만나게 됨으로서 하나의 큰 이야기로의 통합을 시도했다. 또한 엄브렐러 사의 숨겨진 비밀에 대해서도 한층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원래는 바이오 하자드 3의 발매일(그리고 드림캐스트의 미국 발매일)에 맞추어 출시될 예정이었던 코드: 베로니카는 2000년 초로 연기되었으나, 결론적으로는 각각의 게임이 순차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코드: 베로니카를 통한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드림캐스트 데뷔는 시리즈의 중대한 발전이었으며 오히려 바이오 하자드 3보다 더 진정한 후속작의 이름에 걸맞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GN은 브랜든 저스티스와 게임스팟의 리안 맥도널드 모두 최고의 바이오 하자드 게임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몇몇의 평론가들은 조작감과 카메라 시점이 이제 좀 낡은 감이 든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코드: 베로니카의 환상적인 그래픽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드: 베로니카는 판매량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드림캐스트 자체가 많이 깔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매 초기에는 나름 선전했던 드림캐스트였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의 유저 베이스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코드: 베로니카가 바이오 하자드 세계관에서 무척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게임이었던 만큼, 캡콤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플레이스테이션 2로 코드: 베로니카 X를 내놓게 된다.

많은 이들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미래는 플레이스테이션2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PS2로 바이오 하자드의 신작을 만들고자 했던 초기 시도는 결국 개발 초창기부터 다른 방향으로 흘러 결국 데빌 메이 크라이라는 게임을 낳게 된다. 이후로 캡콤이 정식 후속작인 4편을 내기까지에는 상당한 우애곡절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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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레비스 파스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3.11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