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한 물건은 마트에서 사거나 온라인으로 사는 요즈음에도 여전히 시장에 찾아가는 이유는 절반이 사람 구경인 거 같습니다. 골목 골목마다 펼쳐지는 다채로운 풍경은 비단 진열된 상품들만이 아니라, 이를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때로는 고함 소리), 그리고 군데 군데 펼쳐지는 포장마차와 저마다 남대문 원조를 주장하는 작은 음식 가게의 고소한 냄새 등등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시장은 활기찬 곳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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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곳은 남대문 시장 안에 있는 한순자 할머니 손칼국수집입니다.
위치는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우회전해서 50~100m 정도. 태성모자 뒷집입니다.
(남대문 시장 입구로는 6번 입구로 들어오면 되더군요.)

그 날은 중앙아트홀에서 콘서트를 하나 듣고, 근처에서 뭐 먹을까 하면서 딱히 정해놓은 곳 없이 걷다가 결국 남대문 시장까지 와버렸습니다. 왠지 너무 걸어서 왠만한 음식을 먹었다가는 걸어온 길이 너무 아깝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눈에 딱 들어온 문구가 "손칼국수 3,500원에 냉면은 공짜!" 였죠. 이정도면 맛이 왠만큼 없지 않다면 손해보는 건 아니겠다 싶어서 바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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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여느 좁은 분식점이랑 다를 바 없었는데...
어디어디 방송에 나왔다는 현수막보다도, 빡빡하게 쌓여있는 그릇들이 오히려
이 집이 뭔가 포스가 있는 집이로구나 생각하게 만들었죠.

일단 먼저 나온 비빔 냉면은 역시 공짜라서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맛은 괜찮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계란 반쪽이 떡~ 올려져 있다는 점과 나름의 고명도 적당히 들어가 있다는 점이었죠. 그리고 이어서 나온 손칼국수는 양도 푸짐하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손칼국수라는 특성 상 잘못 걸리면 수제비스러운 면발을 마주칠 수도 있지만, 면발도 나름 쫄깃하고 국물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서 입맛에 잘 맞더군요. 3,500원에 이 정도면 가격대 성능비로서는 정말 최고라고 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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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냉면이 먼저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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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손칼국수! 후릅~^ㅠ^

그 날은 콘서트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음식도 기대하지 않게 싸고 맛있는 걸 먹어서 우리 커플(플러스 뱃속 아기)는 정말 조촐한 행복감에 하루를 마무리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 사진도 찍어서 블로그에 포스팅도 할 겸, 소포롤로지 교육을 가면서 점심도 때울 겸 다시 찾아갔었죠.

여전히 맛있었던 것에 더해... 그날은 깜깜해서 보이지 않았던, TV 출연의 역사를 화려하게 자랑하는 현수막과 광고판이 있더라고요. 아, 꽤 유명한 집이로구나 했더랬습니다. 

서울 시내에 들렀다가 요새 같이 쌀쌀한 날에 뜨거운 칼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실 때, 정말 추천하고 싶네요. 덤으로 남대문 시장의 활기도 느낄 수 있고요. 비슷하게는 명동 칼국수의 깔끔한 맛도 괜찮지만, 좀 더 터프한 맛이랄까요. 뭐 딱, 명동과 남대문의 차이라고 하면 될려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