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onkey Island 2: Special Edition이 루카스아츠에서 발매되었습니다. 시에라와 루카스아츠의 고전 어드밴처 게임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잊지 못할 명작일텐데요. PC / XBLA / PSN에 더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용으로도 나와주었네요. 아이패드를 사길 잘했다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 2편에서는 1편에서 각광을 받았던 오리지널 / 리메이크 화면 스와핑에 더해 론 길버트, 데이빗 그로스만, 팀 샤퍼 3인의 오디오 코멘터리까지 추가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팬으로서는 꿈의 패키지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멋진 선물에 더해, 다음 주에는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하고 있는 론 길버트의 신작, 데스스팽크가 XBLA / PSN을 통해 발매됩니다. 예전에도 론 길버트의 인터뷰를 올린 적이 있는데, 이번 유로게이머의 인터뷰에서는 데스스팽크 외에 다른 몇 가지 이야기들도 나와 있어서 번역해 봅니다.



글: 웨슬리 린-풀리(Wesley Yin-Poole)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10년 7월 7일 / 출처: Eurogamer

만약 당신이 어드밴쳐 게임 장르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론 길버트는 이미 귀에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에 등장했던 루카스아츠 고전 명작들의 성공은 그가 써 내려간 재기발랄한 각본의 덕을 크게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니악 맨션,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 원숭이섬의 비밀, 원숭이섬 2: 리척의 복수를 통해 그가 작업한 대사들은 모두 론 길버트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반영되어 있다.

최근까지 그는 곧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으로 출시될 예정인 데스스팽크의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였다. 비록 현재는 데스스팽크의 개발사인 핫헤드 게임즈에서 더 이상 일하고 있지 않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터뷰 중에 언급된다.) 여전히 데스스팽크의 홍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최신작 데스스팽크가 왜 대단한 게임인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주제들에 대해 론 길버트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유로게이머: 시간을 내주어서 감사하다. 본인이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론 길버트: (웃음) 글쎄, 아마도 꽤 오래 전에 내가 매니악 맨션과 원숭이섬의 비밀이라는 게임을 만들었고, 많은 이들이 그 게임들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로게이머: 아마도 유머러스한 게임이고, 당신도 유머러스한 사람이라서?

론 길버트: 유머는 항상 내 작업의 기반이었다. 두 게임 모두 어드밴처 게임이었고, 상당히 스토리 중심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요소들을 많이 가미할 수 있었다. 어드밴처 게임, 스토리 기반의 작품, 그리고 유머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며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GTV에서 데스스팽크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유로게이머: 최근 작업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데스스팽크는 어떤 게임인가?

론 길버트: 데스스팽크는 복합적인 게임이다. 많은 부분이 어드밴처 게임들에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어드밴처 게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퍼즐을 풀어가는 방식을 차용했고, 원숭이섬 시리즈의 대화 방식이 사용되었다. 그 밖에도 원숭이섬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 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는 RPG 게임들, 그 중에서도 디아블로를 무척 좋아하고, 스텟 기반의 전투도 좋아한다. 데스스팽크를 통해 이러한 두 가지 요소들을 융합하고 싶었다. 내가 즐기는 두 장르의 게임들을 묶어서 하나의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데스스팽크가 시작되었다. 두 요소를 하나의 작품으로 녹여내는 것 말이다.

유로게이머: 이런 아이디어가 어느날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아닐 것 같다. 데스스팽크에 대한 컨셉은 언제부터 생각했던 것인지?

론 길버트: (웃음) 물론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난 데스스팽크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사실, 데스스팽크라는 캐릭터는 클레이톤 카즈라릭(Clayton Kauzlaric)이란 친구와 내가 내 개인 웹사이트에 올렸던 만화 캐릭터에서 시작되었다. 뭔가 우스꽝스럽고 오버스러운 비디오게임 캐릭터를 만들 생각으로 시작해서 그 캐릭터에 데스스팽크라는 이름을 뭍였던 것이다.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몇 개의 만화를 작업하고 나니, 캐릭터 스스로가 알아서 생명력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이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때부터 실제로 본격적인 게임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어드밴처 게임과 RPG 게임의 결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게임의 윤곽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유로게이머: 데스스팽크를 처음 생각해낸 것은 언제인가?

론 길버트: 아마도 5년 전 쯤이었던 것 같다. 한 1~2년 정도 이 게임의 컨셉을 가지고 여러 게임 제작사들을 찾아다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핫헤드 게임즈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그들이 개발 중이었던 페니 아케이드 어드밴처스의 자문을 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컨셉이었던 게임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가 아마도 2~3년 전일 것이다.

유로게이머: 어떻게 데스스팽크 제작에 대한 승인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좀 이야기해달라.

론 길버트: 페니 아케이드 어드밴처스의 자문을 하면서 핫헤드 게임즈 사람들과 무척 가까워졌다. 게임 테크놀러지 디렉터인 조엘 데영(Joel DeYoung)과 가장 가깝게 작업을 했었고, 때문에 그에게 데스스팽크에 대한 컨셉 문서들을 보여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 그들과 긴밀히 작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도 날 잘 알고 있었고 나도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이미 만들어진 덕분에 이러한 과정은 무거운 사업 회의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내 아이디어를 무척 좋아했다. 우리는 게임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핫헤드에 고용되어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게임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래서 나는 2년 동안 핫헤드에 근무하면서 전체 과정에 긴밀하게 관여하고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게임을 개발하였다.

유로게이머: 당신은 최근에 핫헤드 게임즈를 그만 두었다는 사실을 개인 웹사이트에 언급하였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데스스팽크의 개발 기간 동안만 핫헤드에 근무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인가?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그만두는 조건으로?

론 길버트: 맞다. 계약 자체가 게임 개발 기간 동안 만이었다.

유로게이머: 데스스팽크의 제작사로는 EA가 나서게 되었다. 어떻게 이러한 계약을 성사시켰는지? 그리고 EA의 참여가 개발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론 길버트: 실제로 개발 과정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A가 데스스팽크의 제작사가 되겠다고 접근했던 시점에 이미 게임 개발은 본질적으로 완료되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업, 창조적인 작업들과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들도 거의 끝난 단계였다. EA와 함께 진행했던 것은 주로 마케팅과 PR 분야였고, 역시 EA는 이 분야에 있어 굉장히 뛰어난 회사였다.

유로게이머: EA가 이미 자체적으로 거의 작업을 마친 게임을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론 길버트: 물론이다. 아주 좋다. 제작사가 좀 더 이른 시기에 참여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좀 달랐지만 이 게임은 EA의 선택을 받은 시점에서 본질적으로 완성된 게임이었다.


EGTV에서 데스스팽크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유로게이머: 데스스팽크의 PC 버전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실제로 발매할 예정이 있는지?

론 길버트: 현 시점에서는 PC 버전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Xbox와 PSN 버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로게이머: 데스스팽크는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많은 개발자들이 Xbox 라이브 아케이드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가 오래 전 1인 개발자가 집에서 코딩하던 시대의 로망을 다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환호를 보내고 있으며 흥미롭고 독특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신 생각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과장된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XBLA나 PSN이 진짜로 그렇게 중요하다고 느끼는지?

론 길버트: XBLA와 PSN은 중요하다. 나 역시 무척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주류를 이루는 게임 타이틀들은 개발에 삼천에서 사천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때에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마련이다. XBLA나 PSN 같은 시장이 존재함으로서 좀 더 적은 개발비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좀 더 리스크가 있는 작품, 좀 더 혁신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게임 업계 전체에 있어서 이는 무척 긍정적인 일이다. 때문에 나는 이 두 가지 서비스와 디지털 다운로드 게임들에 대해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유로게이머: 지난 달에 열린 E3 2010에서는 키넥트와 플레이스테이션 무브가 큰 화제를 모았다. 모션 콘트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류의 게임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론 길버트: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모션 콘트롤에 대해서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그저 눈길을 끌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닌텐도가 Wii를 통해 보여주었듯, 중요한 것은 근본부터 모션 콘트롤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기존의 게임에다가, '어 이거 알어? 데스스팽크에 모션 콘트롤도 탑재할거야'라던가 '원숭이섬에 모션 콘트롤을 넣어야지' 같은 방식으로는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게임들이 처음부터 모션 콘트롤을 염두에 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게임 인터페이스에 대해 좀 더 연구한다면 무척 재미있는 결과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회의적인 입장이다.

유로게이머: 키넥트와 무브로 나오는 게임들 대부분은 캐주얼 계열이고, 미니 게임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스스팽크와 같이 좀 더 하드코어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게임에 키넥트나 무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종류의 게임들도 당신이 언급한 것과 같이 초기부터 모션 콘트롤을 염두한 형태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론 길버트: 물론이다. 캐주얼 게임이나 파티 게임들이 먼저 나오는 것은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게임들이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여지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게임 디자이너들이나 개발자들이 이러한 주변기기를 충분히 탐구한 이후라면 하드코어 게임들도 좀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키넥트나 무브가 앞으로 최소 몇 년 동안은 수명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래야만 개발자들이 좀 더 멋진 게임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유로게이머: 3D 기술에 대해서는 어떤가? E3 2010에서 소니와 닌텐도가 모두 3D 기술 적용을 크게 발표했다. 당신이 보기에는 3D 기술이 진정한 혁신을 이끌 요소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눈요깃거리인지?

론 길버트: 실제로 3DS를 본 적이 없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긴 힘들 것 같다. 개인적으로 3D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멀미가 난다고 할까. 하지만 전에 누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3D로 시연하는 데모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건 꽤 멋져보였다. 3D 기술이나 이 기술이 적용된 게임들에 대해서는 내가 경험해 본 바가 너무 적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게임을 즐길 때마다 특수하게 제작된 안경을 써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TV에서도 3D를 안경 없이 구현할 수 있는 때가 올텐데, 그 때에 말로 3D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경을 써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

유로게이머: 루카스아츠의 원숭이 섬 2 리메이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이 보기에는 오리지널의 그래픽이 더 멋졌었다던가.

론 길버트: (웃음) 아마 이미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만 루카스아츠가 원숭이섬 시리즈를 다시 내놓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측면에서 무척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새로운 그래픽에 만족한다. 팬들 중 일부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픽이나 게임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2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들에게 어드밴처 게임의 매력을 다시 선보였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노력은 인정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진심으로, 어드밴처 게임의 팬이라면 환호해야 할 일이다.

유로게이머: 그럼 마지막으로, 데스스팽크는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고 당신은 더 이상 핫헤드에서 일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지?

론 길버트: 지금은 그저 휴가를 즐기고 싶다.

유로게이머: 어디 좋은 곳이라도 가는가?

론 길버트: 그저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편히 쉬고 싶다. 지난 2년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이었으니까.

유로게이머: 그럼 현재로서는 향후 게임 개발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인가? 아마도 뭔가 더 파고들만한 아이디어는 있을 것 같다.

론 길버트: 알다시피 나는 요새 아이폰과 아이패드 게임들에 빠져 있고, 프로그래밍 작업을 좀 하고 있지만 취미로 하는 수준이다. 확실한 계획은 아직 없다.

유로게이머: 당신에게도 게임 플랫폼으로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매력적인가?

론 길버트: 물론이다. 아주 매력적이다. 정말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유로게이머: 그렇다면 향후에 론 길버트의 게임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도 만날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은가?

론 길버트: 이미 원숭이섬 시리즈가 있는데...

유로게이머: 오리지널 신작은?

론 길버트: (웃음)

글: 웨슬리 린-풀리(Wesley Yin-Poole)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10년 7월 7일 / 출처: Eurog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