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치와 결별, 그 이후...

파이날 판타지 XII의 개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길고도 길었던 개발은 2001년에 시작하여 2006년까지 이어졌는데, 이는 그 때까지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최장 기록이었다. 처음에는 사카구치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파이날 판타지 택틱스를 만든 마츠노 야스미가 프로듀서와 디렉터를 맡기로 되어 있었다. PS1의 히트 작품 베이그란트 스토리를 통해 마츠노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쌓았으며 스스로도 FF XII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지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카구치가 회사를 떠나고, 마츠노가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도 하게 되었다. 마츠노는 그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함께 작업했던 오랜 친구인 요시다 아키히코를 참여시켜 그만의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이 게임 전반에 스며들도록 하였다. 요시다의 독특한 비주얼은 스퀘어의 CG 스투디오의 필터링을 거친 이후에도 대부분 유지되었다. 그는 또한 파이날 판타지 택틱스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준 프리랜서 작곡가인 하키모토 히토시도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마츠노의 비전은 파이날 판타지 X를 기획할 당시 기타세 요시노리가 꿈꾸던 것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번에는 이러한 비전이 프로젝트 팀의 노력 끝에 현실화되었다. 필드에서 화면 전환 없이 바로 진행되는 실시간 전략 및 액션의 하이브리드로 구성되는 전투 시스템은 MMORPG나 구공화국의 기사단과 같은 서양 RPG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었으며 MMORPG였던 FF XI를 제외한다면 시리즈의 게임플레이와 관련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개발 마지막 해에, 과로와 그로 인한 병세로 인해 마츠노가 실질적으로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고 명목 상의 관리자로만 남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한 단계씩 역할이 올라가는데, 카와즈 아키토시가 프로듀서를 맡게 되고 조감독이었던 이토 히로유키와 미나가와 히로시가 조인트 디렉터를 맡아 마츠노가 원래 기획했던 바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마츠노의 건강 악화와 팀에서의 하차는 프로젝트 기간의 지연은 물론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에도 어쩔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데, 마츠노를 언제나 신뢰하고 지지했던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마츠노의 하차를 슬퍼한 나머지 완성된 게임의 플레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개발 기간 중의 우애곡절에도 불구하고, 파이날 판타지 XII의 완성도는 결코 낮은 것이 아니었으며, 발매되자 마자 다양한 매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심지어 시리즈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이들도 파판을 다시 돌아보도록 하는 작품이기도 하였다. 패미통 리뷰에서의 만점은 초기 판매량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파이날 판타지 X에는 10점 만점에 6점만을 주었던 엣지 매거진에서도 이번 작품에는 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매겼다.

파이날 판타지 XII가 발매될 당시의 시장 상황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Xbox360이 이미 발매되었으며 PS2 게임들의 판매량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미에서는 구공화국의 기사단이나 오블리비언 같은 게임들로 인해 한 때 콘솔 RPG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게임들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파이날 판타지 XII는 500만 카피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DS로 스핀 오프 격인 작품이 등장하였지만, 결코 X-2 때와 같은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스퀘어에서는 다음 세대의 게임기에 내놓을 작품을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파이날 판타지 XII가 발매된 시점에 이미 후속작 개발의 진행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는 PS2용으로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그 유명한 파이날 판타지 VII 오프닝의 리얼타임 테크 데모의 제작을 마친 이후, 스퀘어에서는 아직 발매까지 한참의 시간이 남은 PS3로 넘어가기로 결정한다.  

후속작을 위한 프로젝트는 점점 커져서 결국에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 개의 작품이 되었다. 원래의 후속작과 액션 기반의 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PSP용의 게임으로 나뉘어진 것이다. 개발 기간이나 규모 면에서 FF12를 훌쩍 뛰어넘는 이번 프로젝트에 스퀘어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개발에 쏟아붓고 있는데, 이러한 도박의 결과에 따라 일본 RPG가 세계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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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퀘어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언제나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올해 E3에서 스퀘어는 FF11의 뒤를 잇는 새로운 MMORPG인 파이날 판타지 XIV의 제작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스퀘어는 오래 전부터 현재보다 두 세 걸음 앞을 내다보고 있었고, 이에 따르는 논란과 논쟁으로 인해 결코 그 걸음을 멈춘 적이 없었다. 파이날 판타지가 항상 무적의 게임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은 결코 '파이날' 판타지가 쉽게 마지막을 맞이할 게임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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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러스 멕러린(Rus McLaughlin)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6.26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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