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작전

파이날 판타지 VII의 제작은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계속되었던 발매 연기는 게임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시리즈의 다음 작품들이 정해진 발매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퀘어에서는 고민하게 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전성기 동안 두 개의 작품을 내놓기 위해, 스퀘어에서는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에 대해 두 개의 팀(팀원은 겹치는 경우도 많았지만)을 구성하여 평행하게 개발이 진행시킨다. 이미 FF4 시절, 그리고 북미판 FF5라 할 수 있던 미스틱 퀘스트 때에 이러한 컨셉이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그 때와는 규모 면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평행적인 개발을 진행하면서 스퀘어는 분명한 전략을 가미하였다. 개발 중인 두 개의 게임이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파이날 판타지 VIII은 FF7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새로운 컨셉을 실험하는 '현대적'인 게임이었던 반면, 파이날 판타지 IX은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판타지 세계, 파판 시리즈의 뿌리로 돌아가는 게임이었다. 두 작품을 통해 스퀘어는 파이날 판타지의 올드 팬과 새로운 수요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FF8의 개발에는 전작의 주요 스텝들이 다시 모였다. 기타세가 디렉터를, 노지마 카즈시게가 각본을, 그리고 노무라 테츠야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CGI 이벤트신과 게임화면이 너무 이질적이라는 FF7의 문제에 대해서는 게임 화면에서도 SD 캐릭터 대신 현실적인 비례의 캐릭터가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스퀘어의 좀 더 발전된 CG 기술력을 통해 전례없이 화려하고 현실적인 느낌의 이벤트신이 필드화면 및 전투화면과 자연스럽게 융합되었다. 

FF8의 세계는 파판 전통의 검과 마법의 세계도 아니었지만, FF6과 7의 스팀펑크 분위기도 아닌, 유럽풍의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느낌을 가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주인공들은 용병 학교의 학생들로, 스토리에 '학창 시절' 분위기도 가미되었다. 바뀐 것은 세계관과 스토리만은 아니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바로 게임플레이에 있었다.

개발팀은 이번에는 전통적인 레벨 업 방식을 배제하기로 했다. 캐릭터는 여전히 게임 진행 중 성장하게 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레벨 업을 통한 능력치 향상 효과는 최소화되었다. 대신 FF8에서는 정션 시스템이 도입되어 소환수와 캐릭터의 스탯이 조합되어 특정 어빌리티를 향상시키는 방식이 되었다. 이는 FF2와도 조금은 유사한 시스템이지만 FF2의 불만 사항이었던 불확실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것이었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MP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드로우 시스템이 도입되어 각각의 마법을 제한된 횟수 만큼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모습의 작품이 되었지만, CG 면에 있어서는 스퀘어의 하와이 애이매이션 스투디오를 산업계 전반에 걸쳐 가장 뛰어난 CG 제작소라는 명성을 안겨줄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독특한 게임플레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문제점도 지적되었으나, 대부분의 게임 매체들은 FF8이 발매되자 9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매겼다. 판매량에 있어서는 FF7의 아성을 깨진 못했어도, 800만 카피의 기록은 결코 우습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퀘어는 지금까지의 시리즈 전개로 인해 8비트 시절부터 파이날 판타지를 사랑해온 올드 팬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사카구치 히로노부 스스로도 예전의 파판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언급을 하곤 했다. 물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스퀘어 자신이었다. FF8이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스퀘어의 한 쪽에서는 지난 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작품이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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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러스 멕러린(Rus McLaughlin)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6.26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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