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당시 캡콤은 이미 스트라이더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은 것으로 보였다. 북미쪽에서는 U.S. Gold가 멋대로 만든 속편으로 인해 시리즈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으며 일본에서는 1편 이후로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을 기획했던 장본인인 이스케는 캡콤을 떠난 이후에도 스트라이더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었고, 캡콤의 외주로 버스터 브라더스를 개발했던 미첼 코포레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비공식적인 32비트용 스트라이더 속편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의 속편에는 캡콤과의 라이센스 문제 때문에 칼을 휘두르는 닌자, 비룡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원작 스트라이더의 신선하고 기발했던 게임성은 그대로 옮겨졌다. 전작의 무대였던 미래적인 유러시아 대신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페르시아가 등장하고, 비룡 대신에 마셜 아츠의 달인인 오스만이 주인공 역할을 맡는다. 게임플레이 자체는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 오스만은 공중에서 섬머솔트를 날리거나 벽과 지붕에 메달릴 수 있고, 달라진 점은 버튼 연타 대신에 콤보 공격이 추가되었으며 점프 중 공중 동작이 좀 더 유연해지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스트라이더 시리즈의 실질적 후속작: 오스만
다채로운 색상에 창의적인 스테이지 디자인, 독특한 설정, 충실한 조작감으로 오스만은 비록 공식적인 이름을 이어받진 못했지만 진정한 스트라이더 시리즈의 후속작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오스만을 구동시키는 하드웨어가 그다지 널리 퍼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마땅히 받아야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잊혀졌고, 나중에 이르러서야 인터넷을 통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마벨 vs. 캡콤의 스트라이더

반면, 진짜 스트라이더도 완전히 잊혀진 것은 아니었다. 캡콤의 아케이드 디비전은 90년대 당시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격투 게임들을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스트리트 파이터 알파 2에서 켄의 스테이지 배경에 비룡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1998년 캡콤은 마벨 vs. 캡콤을 개발하면서 비룡을 확실히 되살리기로 결정한다. 마벨 vs. 캡콤에 등장하는 비룡은 전체적으로 새롭게 다듬어졌는데, 원작 만화의 디자인과 최신의 트랜드를 잘 배합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게임 전체에 있어서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로 부활하게 된다. 마벨 vs. 캡콤에서 보여준 비룡의 가능성으로 인해 드디어 스트라이더 시리즈 자체에 대한 부활도 조심스럽게 검토되기 시작했다.

닌자의 부활

아케이드용 오리지널 스트라이더가 발매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 다가옴에 따라 캡콤은 격투 게임 개발의 베테랑들로 이루어진 팀을 모아 스트라이더의 진정한 속편을 개발하기로 한다. 

속편의 개발 방향은 전작의 기본적인 형태였던 2D 사이드 스크롤 게임플레이를 계승함과 동시에 마벨 vs. 캡콤의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하고, 거기에 3D 배경을 넣어 오스만에서 부족했던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3D 배경은 원작이 가진 다채로운 색감과 스타일을 살리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게임성 자체는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트라이더 2 (아케이드)

데쉬, 더블 점프와 함께 그의 장기였던 반달 모양의 잔상이 남는 공격은 약간 느려지고 그 자리에 오스만과 마찬가지로 콤보 공격이 대신 들어갔다. 비룡에게는 또한 화면 내에 어디에 있는 적이든 공격할 수 있는 부스트 능력 또한 새롭게 생겼다. 전작에 비해 비룡은 훨씬 강해졌지만 그만큼 적들도 더욱 강해졌고 스테이지는 더욱 복잡해졌다.

스트라이더 2는 모두가 상상했던 스트라이더 시리즈의 부활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지만 원작의 매력을 충실히 계승한 수작이었다. 그러나 1999년의 아케이드 시장은 예전 스트라이더 원작이 활약했던 시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케이드는 전반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격투, 레이싱 그리고 슈팅게임이었다. 플랫폼 게임들은 이미 가정용 게임기로 자리를 옮겨간지 오래였고 스트라이더 류의 게임을 아케이드 센터에서 찾아보기란 더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트라이더 2 (아케이드)
캡콤의 속편은 또한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이식되면서 가정용 게임의 변화에도 적응해야 했다. 게임평론가들은 스트라이더 2의 그래픽과 게임플레이를 칭송하면서도 아케이드 게임이 갖고 있는 태생적 특성, 즉 한 시간 남짓의 짧은 플레이타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이는 거의 모욕적일 정도로 낮은 난이도 및 무한 컨티뉴와 결합하여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너무 쉽게 끝나버리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 오랫동안 아케이드 게임을 즐겨왔던 골수 게이머들은 스트라이더 2를 이해했지만, 이제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스트라이더 2가 PS로 이식된지도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비룡은 캡콤의 몇몇 게임에 까메오 등으로 잠깐씩 출연했을 뿐, 정식 후속작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곧 있으면 오리지널 스트라이더가 발매된지 20년째, 게다가 캡콤은 바이오닉 코맨도의 히트로 고전 게임의 잠재력이 시장에도 먹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으므로 비룡의 신작을 기대해 보는 것도 완전히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정말 띄엄띄엄 등장하는 비룡이긴 하지만, 아직 마지막이 아니길 비는 게이머들은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IGN Re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