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왕좌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는 파이날 판타지의 장수비결을 살펴보자.

글: 제레미 패리쉬(Jeremy Parish) / 번역: 페이비안 / 원문출처: 1UP.com


유서 깊은 강자

첫 번째 파이날 판타지가 발매된지 벌써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최신작이자 시리즈 13번째 정식 후속작인 파이날 판타지 XIII가 발매된 바로 그 주에 이 유서 깊은 시리즈는 그 첫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수많은 비디오게임 시리즈들 중에서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유지해 온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 중에서도 신작이 등장할 때마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카피의 판매량이 보장되는 작품은 더더욱 드물다. 북미에서도 데뷔 초기부터 닌텐도 파워라는 유명한 잡지의 강력한 지원으로 흥행에 성공하였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인기는 더욱 커지고만 있다. 닌텐도의 핵심 타이틀을 제외하면 이렇게까지 전세계적으로 오랫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시리즈는 파이날 판타지가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다.

거의 문닫기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던 스퀘어라는 작은 개발사가 그들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패미콤용 RPG 게임을 출시했던 그 때에 비해 비디오게임과 이를 둘러싼 업계 환경은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를 겪어 왔지만,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는 신작이 등장할 때마다 게임잡지 표지를 장식하고, 훌륭한 평가를 받아왔으며 팬들을 매장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다른 그 어떤 시리즈보다 더 많은 게이머들을 RPG의 세계로 끌어들인 시리즈가 바로 파이날 판타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북미쪽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꾸준한 변화

파이날 판타지의 가장 큰 강점을 꼽으라고 하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시리즈 자체가 계속되는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파이날 판타지"라는 이름에 대한 감흥은 게이머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초기 작품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정식 후속작들도 서로 완전히 비슷하다고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파이날 판타지 1편은 마법, 캐릭터 성장, 그리고 스토리 전개 등의 측면에서 던젼 & 드래곤즈에 기반한 매우 안전한 접근을 보인 반면, 다음에 등장한 속편은 이러한 기본 매커니즘을 걷어내고 좀 더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최근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FF XIII는 바로 전작인 FF XII와 별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고, FF XII는 MMORPG인 FF XI과 아주 피상적인 유사함만을 공유할 뿐이다. 1UP 유저인 Ubik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년동안 12개의 정식 후속작이 나온 후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새로운 파판 게임에 대한 정보에 두근거리곤 한다. 파판의 신작은 바로 이어지는 속편들이 짊어지게 되는 엄청난 기대감으로 인한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새로움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시리즈의 오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오래되고 친숙한 요소들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1UP 유저인 sinfullvvannilla 역시 이에 동의한다. "파판 시리즈의 가장 멋진 점은 각각의 게임들이 모두 독특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시리즈 중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게임의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보면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파이날 판타지의 이런 변덕스러운 성격이 반드시 팬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던 파이날 판타지 II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파판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낮은 작품이었고, 여기 적용된 시스템은 이후 그 어떤 후속작에도 이어지지 않았다. (북미판 파이날 판타지 레전드가 있지만, 이 작품은 진정한 파이날 판타지 게임이라고 보긴 힘들다.) 하나의 작품에서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 시리즈의 팬이 되었다가도 그 다음 작품에서는 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파판 시리즈의 팬층은 각각의 작품에 따라 확실하게 구분되곤 한다.

1UP 유저 franwex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파판 시리즈의 특정 작품들은 좋아하지만 또 다른 특정 작품들은 정말 싫어한다. 예를 들자면 VI와 VII는 좋아하지만 VIII과 X는 싫다. 따라서 FF XIII에 대해서도 일단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파이날 판타지 게임들에 대해서는 각각의 게이머가 실제로 해봐야만 좋고 싫음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리즈 자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니까."

혼재된 유산

이러한 시리즈의 특징은 게임을 만들어낸 개발자들의 관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패미콤용 파이날 판타지 시절부터 시리즈와 인연을 맺고 있으며 현재는 FF XIV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다나카 히로미치는 파판 시리즈의 강점으로 게임 매커니즘의 일관성을 꼽는다.

"비록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가 매 작품마다 전작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와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지만, 모든 게임들이 의심의 여지 없이 파이날 판타지 고유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스토리는 계속 바뀌더라도 유저 인터페이스나 캐릭터 특성치 배분 등 게임의 기반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가 그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파이어, 블리자드, 큐어 등으로 구성되는 복잡한 마법 체계와 이에 대응하는 약점을 지닌 몬스터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과 연계되는 특성을 가진 무기와 방어구 시스템 등이 파이날 판타지 세계관의 기반이 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파이날 판타지 XIII의 프로듀서인 기타세 유시노리는 각각의 게임이 가진 스토리가 특정한 테마를 유지한다면 게임 매커니즘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날 판타지의 본질은 크리스탈로 상징되는 판타지 세계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테마와 함께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컨셉이 유지된다면, 그 밖에 부분에 있어서는 필요에 따라 획기적인 변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FF XIII의 디렉터인 토리야마 모토무 역시 기타세와 같은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창조, 진짜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엮어내는 스토리, 그리고 각각의 게임에 수공예 장인의 작품과 같은 완성도를 부여하기 위한 개발진들의 끝없는 노력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부분이다. 픽셀 단위의 스프라이트 시대에서부터 FF XIII의 무척이나 세밀하게 표현된 CG 캐릭터까지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게이머를 감동시키는 이러한 요소들은 파이날 판타지 게임들의 공통분모였다."

그럼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파이날 판타지는 그 근본적인 게임 매커니즘과 전투에 있어 오랫동안 유지된 규칙들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파판 시리즈의 스토리 구성과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타세와 토리야마의 말이 맞는 것일까?

결국 두 가지 관점 모두 진실의 일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서로 다른 관점 자체가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성향과 목표를 보여주고 있으며, 시리즈에 계속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현재 다나카는 FF XI과 이 작품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FF XIV를 총괄하고 있는데, 이 두 작품들에서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퀘스트의 동기부여를 위한 수단이다. MMORPG라는 게임의 본질 상, FF XI의 캐릭터 성장은 그 내면의 변화보다는 스킬의 습득과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기타세와 토리야마는 FF VII, VIII, X, XIII와 같이 좀 더 멜로드라마틱한 작품들에 관여해왔다. 이 모든 게임들에도 복잡하고 세밀한 스킬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지만, 게임의 근본적인 초점은 게임 속 캐릭터들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다. 이러한 게임들에서의 캐릭터 성장에는 파이라가 등의 스펠을 마스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그와 동시에, 오히려 더더욱, 티더스가 더 이상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게 되거나 스퀄이 더 이상 음울한 열등감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는 내면의 성장이 그 중요성을 갖는다.

(계속)

글: 제레미 패리쉬(Jeremy Parish) / 번역: 페이비안 / 원문출처: 1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