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과 익숙함의 절묘한 조화야말로 파이날 판타지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글: 제레미 패리쉬(Jeremy Parish) / 번역: 페이비안 / 원문출처: 1UP.com

완벽한 조합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파이날 판타지 버서스 XIII 디렉터를 맡고 있는 노무라 테츠야는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잘 조화되는지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세계관, 스토리, 그리고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새로운 파이날 판타지가 등장할때마다 완전히 새롭게 구상되어 게이머들에게 매번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파이날 판타지가 오랫동안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캐릭터는 누구일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시스템은 어떤 방식이 될 것인지, 팬들은 새로운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이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파판 시리즈에는 항상 새로운 혁신이 있는 반면, 그 기반에는 검과 마법을 통해 몬스터와 전투를 펼치고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RPG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작품들은 당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앞선 기술들에 대한 쇼케이스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파이날 판타지를 정의하는 것은 딱 이거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게임 매커니즘, 캐릭터의 원형, 그리고 심지어 전체적인 가치관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의 배합은 작품마다 서로 다르며, 그 결과물은 종종 독특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뭉칠 때 스퀘어에서 간혹 언급하는 파이날 판타지라는 세계관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겠다. 

1UP 유저 chupon도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다. "나에게 있어 파판 시리즈의 멋진 점은 얼마만큼의 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특정한 요소들은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이다. FF VIII를 예를 들자면, 게임플레이나 정션 시스템은 별로지만 시리즈 공통의 신화에 기반한 소환수들은 좋아할 수 밖에 없다. FF XII에서도 길가메쉬 전투는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은 올드팬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멋진 요소들이며,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작품들에 이러한 요소들을 항상 포함시키는 스퀘어의 센스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Wii나 젤다의 전설: 기적의 대지 같은 최근의 작품들이 패미콤 시절의 타이틀을 재해석한 속편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파이날 판타지 XIII는 시리즈의 첫번째 타이틀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라 볼 수 있는 요소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현 세대에 등장한 시리즈의 최신작에 등장하는 아이디어와 혁신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리즈 전체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파판 III에서는 D&D 스타일의 기본 캐릭터 클래스 구조가 조금 더 유연한 잡 시스템으로 확장되었다. 파판 IV에서는 턴 기반의 전투에 시간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파판 VII에서는 시리즈의 외형이 대폭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FF XII에서는 서양 RPG에서 영향을 받은 좀 더 현대적인 구조가 추가되었다. 파판 XIII의 전투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하나의 캐릭터를 조작하고 나머지 캐릭터는 AI로 움직인다는 점은 FF XII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여기에 좀 더 전통적인 FF X와 그 전 시리즈의 요소들을 가미하였다. 그 결과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친숙하지만, 그렇다고 기존과 판에 박은 듯이 똑같지는 않은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미래의 위기

작품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자 하는 제작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적어도 북미지역에서는)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단순히 PC 기반의 서양 개발사들이 콘솔로 대거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존의 일본 개발사들이 예전처럼 게이머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1UP 유저들을 상대로 진행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수들의 게이머들이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자체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 비록 여전히 많은 수의 게이머들이 FF XIII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동시에 또한 상당히 많은 수의 게이머들이 예전에는 시리즈의 팬이었지만 최신작의 등장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시리즈에 대한 이러한 회의적인 태도의 대부분은 해마다 점점 더 많은 서양 개발사쪽 RPG들이 콘솔로 진출하는 흐름에 기인하고 있다. 구공화국의 기사단이나 폴아웃 3와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기 이전, 파이날 판타지의 경쟁상대는 그 자신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일본 개발사쪽 RPG는 파이날 판타지가 만들어낸 조류에 편승하거나 혹은 그에 대한 반작용을 노리고 디자인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역주: 드래곤 퀘스트는 논외로 치는 듯 합니다.) PC쪽의 RPG는 그러나 일본쪽의 영향과는 별개로 진화되어 왔으며 때문에 이들이 먼 길을 거쳐 콘솔로 등장하였을 때 많은 게이머들은 이들이 주는 신선함을 환영하게 된 것이다. 바이오웨어와 같은 개발사들은 그들의 RPG에 다양한 장르를 거의 완벽하게 혼합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며, 이와 비교할 때 스퀘어의 거대 시리즈는 시대의 조류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기에는 너무 크고 느린 공룡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주게 되었다.

1UP 유저 TheEthers는 이에 대해 "턴제 기반의 전투는 (FF X이 발매될 즈음에는) 그저 무난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액션 RPG 게임들이 다수 등장한 이후, 나는 개인적으로 턴제 기반의 시스템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매스 이펙트나 폴아웃 3에서 마법이나 아이템 사용을 위해 쓰여진 혼합적인 시스템은 납득할 수 있다. FF X는 사실 하드웨어의 제한이나 테이블 RPG의 규칙들이 첫번째 기준을 만들었던 구 시대에 안주한 게임이다. 개발자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적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게임플레이의 매커니즘을 재검토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쏟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파이날 판타지의 위기는 스스로의 성공에 발목을 잡힌 결과이기도 하다. 파판 VII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최신의 감각을 계속 유지하여야 하지만, 동시에 본질적인 변화에 대한 시도는 종종 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 RPG와 MMO의 컨셉들을 전통적인 파이날 판타지 게임에 접목하고자 했던 파이날 판타지 XII의 경우를 보라. 무척이나 대담하고 야심찬 시도였지만 시리즈의 기존 팬들 중 상당한 규모의 게이머들이 이를 외면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는 또 많은 이들이 그 후속작은 예전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UP 유저 Movies608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비디오게임 시리즈의 최신작은 전작들과 너무 유사하다고 비난을 받거나 전작과는 너무 다르다고 욕을 먹곤 한다. 파판 시리즈를 놓고 보면, 사실 매 후속작마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비율을 절묘하게 맞추어서 신작을 만든다는 것 자체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감상적인 파판 VIII에서 디즈니스러운 파판 IX, 여성취향이 작렬하는 파판 X-2에 이르기까지,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는 게임 디자인의 변화를 말 뿐이 아닌 몸소 보여주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반면, 많은 게이머들은 단순히 시리즈의 팬이 되기에는 너무 커버렸다. 1UP 유저 escaping_burger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이유로 파판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었지만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다. 시리즈 자체가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파판 시리즈의 이야기들이 이제는 좀 피상적이라고 느껴지고, 전략적이라고 생각했던 전투가 반복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방대한 게임의 크기 자체가 이제는 너무 길게 느껴진다. 나에게는 시리즈에 대해 좋은 추억들이 무척 많고, 최근에 했던 파이날 판타지 게임들은 여전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에 나에게는 게임을 할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만약 수십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뭔가를 해야 한다면, 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게임을 하고자 하는데, 파이날 판타지는 그 대상에서 점점 더 제외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음 정류장: 파판 XIII

이러한 많은 문제점들은 단순히 파이날 판타지가 가진 역사로부터 비롯되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스퀘어는 제각각의 이유로 시리즈를 사랑하게 된 팬들의 기대를 맞추면서, 동시에 시리즈가 이루어왔던 혁신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시리즈가 거듭됨에 따라, 파이날 판타지는 고전적인 컨셉의 RPG 게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나왔다. 그렇게나 많은 팬들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게이머들이 서로 다른 새로움을 원하고, 또한 그 만큼 많은 이들은 그들이 처음 파이날 판타지에 매력을 느끼에 만들었던 그 요소를 유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바람직한 미래는 결국 그들이 가장 잘 하던 것을 계속 해 나가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안전하게 나아가는 것. 설문조사에 참여한 1UP 유저들 속에는 거의 모든 부류의 팬들이 섞여 있다. 어떤 이들은 패미콤 시대에 파판과 사랑에 빠졌고, 다른 이들은 슈퍼패미콤 시대에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상당히 많은 수는 파판 VII를 통해 시리즈에 입문했고, 좀 더 어린 게이머들은 파판 X이 그들의 첫 작품이었다. 각각의 하드웨어 세대마다 파이날 판타지는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들을 끌어들였고, 따라서 시리즈가 계속해서 잃어가는 팬들보다 더 많은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패미콤 시대에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 파이날 판타지의 올드 팬들 중 엄청나게 많은 수가 시리즈의 초점이 전통적인 게임 매커니즘에서 거대한 휴먼 드라마로 변한 지금도 여전히 시리즈의 열렬한 팬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리즈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다음 작품을 여전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파판 시리즈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파판 XIII 이후에는 MMORPG인 파파 XIV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 이후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파판 XIII는 결국 시리즈의 종착역이 아닌 또 하나의 기점이 될 것이다. 초기 게임화면으로는 이 작품 자체도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픽 자체는 현 세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세련되고 디테일한 화면을 뿌려주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본적인 게임 매커니즘은 전 세대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 기타세의 표현에 따르면, 이번 작품 역시 시리즈의 계속되는 흐름 속에 자리하는, 파이날 판타지의 현재까지의 진화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파이날 판타지 I에서 III에 이르기까지는 커맨드 스타일 RPG의 진화가 이루어졌고, III에서 VII까지는 그래픽과 사운드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스토리와 캐릭터 요소들은 VII과 XII 사이에서 성장해왔다. 앞으로 파이날 판타지는 커맨드 기반에서 좀 더 역동적인 RPG로 흘러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액션 게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로 인해 상당 수의 팬들은 시리즈에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간 사람들과 바로 같은 이유로 시리즈를 좀 더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이러한 이분법이야말로 파이날 판타지를 정의해 온 것이니까.

글: 제레미 패리쉬(Jeremy Parish) / 번역: 페이비안 / 원문출처: 1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