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야치의 다음 게임 역시 콘솔 전용 콜 오브 듀티 게임이었지만, 이번에는 정식 후속작 번호를 받아 '콜 오브 듀티 3'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진정한 후속작을 개발하게 된 트레야치였지만 개발 접근법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인피니티 와드가 개척한 길을 얌전히 따라간 것이다. 탱크의 비중이 높은 폴란드 캠페인이나 경쟁작인 배틀필드 시리즈처럼 멀티플레이어에서 다양한 캐릭터 클래스를 선보인 것 등은 몇몇 이들의 눈길을 끌었으나 이를 진정한 차세대 콜 오브 듀티라고 할 수는 없었다. PC 버전이 없는 것도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콜 오브 듀티 3는 판매량도 상당했고 리뷰 점수도 나쁘지 않았으나 시리즈를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는 데에는 실패한 작품이었고, 그로 인해 액티비전으로서는 콜 오브 듀티 브랜드 자체에 손상을 입히는 위험을 자처한 셈이 되었다. 트레야치의 게임에 정식 넘버링을 준 액티비전의 결정은 또한 인피니티 와드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남겼다. 자신이 아닌 다른 개발사가 콜 오브 듀티의 이름으로 외전이나 연계작을 만드는 것과 정식 후속작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인피니티 와드로서는, 자신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콜 오브 듀티 3였다. 그리고 2007년, 다른 모든 이들도 이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새로움과 익숙함의 사이에서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의 개발은 콜 오브 듀티 2 발매 직후부터 착수되었으나, 개발 내용에 대한 것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인피니티 와드로서는 그들이 어렵게 쌓아올린 시리즈를 액티비전에서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못마땅했고, 다음 작품에 대한 회심의 카드는 결코 개발팀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향후에도 트레야치가 인피니티 와드의 리드에 따르는 존재로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비밀 유지는 필수적인 조치였다. 액티비전 내부에서도 인피니티 와드가 무엇을 기획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콜 오브 듀티 2의 개발이 끝날 무렵,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장르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전쟁의 주요 전장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수 백 개의 게임들에서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상태였다.

콜 오브 듀티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전인 전투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였지만, 시리즈의 진보를 위해서는 지난 역사에 작별을 고해야만 할 시점이 도래하였다. 인피니티 와드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현대로 끌고 오느냐, 아니면 더 나아가 아예 미래로 보내느냐라는 두 갈래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그들은 두 가지 모두를 고려했지만 결국 전자를 택하기로 했다. 흥미롭게도 라이벌 시리즈인 배틀필드의 개발진들은 같은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하여 미래의 전쟁을 소재로 삼기로 했다. 둘 모두 더 다양한 무기를 통한 게임플레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었으며 역사 상의 정합성에 대한 얽매임 없이 가상의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활짝 열리게 되었다.

콜 오브 듀티 4의 캠페인은 실제 전쟁에 기반을 두진 않았지만 실제 지역에서 벌어진 실제 전투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이 다루는 전투는 세계대전과 같이 전방위로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전장에서 벌어지는 세 갈래의 이야기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을 버리고, 대신 하나의 첩보전을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콜 오브 듀티 2와 동일한 하드웨어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던 워페어는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기술이 구현된 게임이었다. 인피니티 와드의 최신 엔진은 전작들의 그래픽을 한 단계 뛰어넘는 화면을 연출했으며, 트레이닝 스테이지에서 이어지는 첫번째 미션은 이러한 발전을 보여주는 완벽한 쇼케이스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화물선에 오르는 순간, 플레이어는 전작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던 현실적인 날씨와 광원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소대원들이 배의 내부에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흔들리는 연출을 통해 레벨 전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현실적인 날씨 같은 것은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배에서 탈출하는 급박한 전개로 인해 게이머들의 관심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지만 말이다.

가상의 전쟁을 다룸으로서 인피니티 와드의 디자이너들에게는 미션의 구성에 있어 전례없는 자유로움이 주어지게 되었지만, 모든 이들이 이를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제2차 세계대전 슈팅 게임으로서 그 입지를 다져온 시리즈이며 많은 팬들은 시리즈가 역사적인 내용에 입각한 전개를 갖기를 원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모던 워페어의 성공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당시 모던 워페어의 발표는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새롭게 개선된 멀티플레이어 모드는 PC쪽 팬들을 끌어당기는 것은 물론 콘솔 쪽에도 온라인 유저 베이스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모드나 맵의 다양함보다는 최적화와 밸런싱 작업이 완벽했던 결과였다. 인피니티 와드에서는 또한 RPG와 유사한 레벨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게이머들에게 높은 랭크 등의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했으나, 이는 낮은 레벨의 플레이어들과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이머들의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한 정도로 한정되었다. 그 덕분에 모던 워페어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콜 오브 듀티 4는 제2차 세계대전을 원했던 몇몇 하드코어 팬들을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시리즈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성공하였다. 콜 오브 듀티 2를 구매했던 모든 팬들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세 배가 넘는 판매량을 보여주며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제낀 것이다. 모던 워페어의 판매량은 1,300만 카피에 이르러 마리오나 GTA 수준에 이르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액티비전은 기타 히어로와 콜 오브 듀티라는 업계의 가장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를 양편에 거느리면서, 오랫동안 EA가 차지하고 있던 전세계 최고의 게임 퍼블리셔 지위를 가져오게 된다. 메달 오브 어너 시리즈의 소식은 그 때부터 들리지 않고 있다.

인피니티 와드 역시 그들이 시리즈의 진정한 아버지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콜 오브 듀티 3는 모던 워페어였고, 트레야치는 이를 감히 부정할 수 없었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화면에 흘러나오는 랩 음악에도 "이 게임이야말로 세 번째 작품이야."라는 구절이 들어가 있었고, PC 버전의 실행파일 이름 역시 CALL3.EXE였다. 모던 워페어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피니티 와드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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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년 11월 6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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