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한 투쟁

스트리트 파이터 II 개발팀의 원년 멤버들은 이제 산산히 흩어졌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1편의 디자인 팀원 중 한 명은 여전히 캡콤에 남아 있었다. 1987년에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가 메가맨 시리즈로 자리를 옮겼던 이나후네 케이지는 지난 세월 동안 성공을 거듭하여 지금은 캡콤 개발팀의 수장이 되었던 것이다.

호평을 받았던 섀도우 오브 로마의 개발을 끝낸 후, 오노는 이나후네의 귀무자 시리즈 네번째 작품을 맡게 된다. 개발 막바지에 숨겨진 요소를 넣는 작업 중, 그는 주인공의 숨겨진 복장에 류, 켄, 춘리, 그리고 가일 복장을 추가시켰다.


오노는 그 자신이 스트리트 파이터의 대단한 팬이었다. 캡콤에서 그가 맡았던 초기 업무는 대부분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들과 관련이 있었다. 귀무자 4 게임 속에 숨겨놓은 스트리트 파이터 복장이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그는 이러한 피드백을 이나후네에게 전달한다. 만약 사람들이 이러한 소소한 것에도 열광한다면, 새로운 게임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는 의견과 함께. 그리고 만약 새로운 게임을 캡콤에서 추진한다면 그가 반드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강하게 밝혔다.

이나후네는 이에 동의했고 오노의 지휘 하에 스트리트 파이터 IV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스파 IV의 개발에 앞서 엄청난 규모의 마켓 리서치와 사내 협의를 통해 기본적인 방향이 수립되었다. 기존의 그래픽 스타일은 철저히 배제되기로 했으며 캐릭터 문제에 있어서는 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로운 캐릭터들보다 더 우선시되기로 했다. 수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스트리트 파이터는 캐릭터와 배경을 HD급 3D로 구성하는 반면, 그들의 움직임은 전후로만 움직이는 2D 축을 유지하기로 했다. 딤프스가 공동 제작사로 참여하여,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이러한 결정들을 바탕으로, 오노는 디테일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는 시리즈를 기본으로 돌려, 스트리트 파이터 II의 전성기 시절 게임들이 갖추고 있던 최고의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중에서도 그의 교본은 바로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II 터보였다. 슈퍼 콤보는 화려한 연출의 울트라 콤보로 변경되었으며, 데이미를 받으면 "리벤지 게이지"가 쌓이도록 하였다. 그러나 오노는 긴 콤보를 주고 받는 기계적인 대전 대신 좀 더 전략적인 요소들을 배치하길 원했으며, 그 결과로 상대에게서 받은 데미지를 축적하여 이를 되돌려주는 포커스 어택을 도입했다. 포커스 어택은 카운터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무한 콤보를 남발하는 게이머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안이기도 했다.

오노는 항상 그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헌신적이었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IV는 그야말로 그의 인생을 건 게임이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상당한 압박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노는 그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시리즈의 최신작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를 바랬다. 그는 과거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정확하게 기억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그의 게임이 이러한 기대 수준에 맞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2007년에 이르러 스트리트 파이터 IV의 개발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전작 스파3가 처음 등장한지 딱 10년이 되는 해였다. 그 즉시 오노에게 들어오는 여러 가지 압박도 두 배 이상 커졌다. 모든 게임 관련 매체가 그를 주목했고,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게이머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 와중에 스파 IV는 엄청난 분량의 조정 작업을 거졌으며 오노는 그의 맘에 들 때까지 계속 게임 내의 모든 것들을 다시 조정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IV는 2008년 7월에 일본 아케이드에 공개되었으며 아카디아의 편집진들은 즉시 스파 IV를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하였다.

2008년에 스파 IV에 이어 나온 게임들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캐산이나 독수리 오형제 등이 등장하는 타츠노코 VS. 캡콤이 기대작 중 하나였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발매되지 않았으며, 데스 주니어로 유명한 백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II 터보 HD 리믹스를 Xbox 라이브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로 발매하여 옛 추억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스파 IV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의 열 두명 캐릭터가 IV으로 돌아왔다. 그 오래 전 만우절 농담으로 탄생한, 류와 켄의 스승인 코우켄이 드디어 등장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불란서 격투가 아벨, CIA 드레스 코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 주시는 미국 스파이 크림슨 바이퍼 등등의 새로운 캐릭터들도 추가되었다. 아쿠마와 네 명의 보스도 다시 돌아왔지만, 새로운 최종 보스는 상대방의 기술을 복제하는 능력을 지닌 세스라는 이름의 샤도루 사이보그였다. 투표를 통해 추가로 여섯 명의 반가운 얼굴들이 가정용 버전에 추가되어 2009년 2월에 Xbox360, PS3, PC로 발매되었다. 온라인 대전은 아케이드의 느낌을 완벽하게 되살리는데 성공하였으며 매체들과 다양한 리뷰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향후 계획에 대해 캡콤은 현재 오노를 100% 이상 신뢰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오노는 다크 스토커즈 시리즈와 마벨 VS. 캡콤 시리즈의 후속작 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 스파 IV가 성공한다면 스파 V의 제작에도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까지 상황을 놓고만 보더라도 스파 IV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 그의 어깨에는 전설과도 같은 프랜차이즈의 무게가 걸려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의 슈퍼패미콤용 이식작은 17년이 흐른 지금까지 캡콤의 넘버 원 베스트셀러이다. 아케이드 게임기 뒤로 몰려 선 두 갈래 긴 줄의 전통에서부터 현재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대전까지, 스트리트 파이터는 완벽한 타이밍과 세련된 기술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확실히 일깨워 준 시리즈이다. COG와 로커스트의 싸움, 스파르탄과 스파르탄의 대결, 병사와 테러리스트와의 대결,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대결... 이 모든 것의 일부분은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캡콤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로 제시한 격투 게임의 새로운 방향은 게임계 전체에 큰 반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의 개념 자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게임 속 류와 마찬가지로, 게이머들은 이제 새로운 상대를 찾아 계속되는 여정을 떠난다.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전이 주는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결국 대전은 승리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자. 세상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끝)

글: 러스 맥러힌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2.16 / 원문 링크: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덧1. 꽤 긴 번역 연재가 끝났습니다. 국내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인기는 대단하네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번역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덧2. '격투 게임의 본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역사' 1편부터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 전에 추천 한 방 해주시는 센스~! ^^)

덧3. 우측 사이드바 카테고리의 게임/번역 카테고리를 클릭하시면 그동안 페이비안이 진행했던 게임 역사 관련 포스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리오, 파이날 판타지, 툼 레이더, 닌자 가이든, 슈퍼 마리오 등등 틈틈이 올리다보니 꽤 많이 쌓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