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에 짱이와 짱이 엄마가 산후조리원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짱이도 엄마 뱃속에서 있을 때는 집에서 열 달 살았으니 '돌아왔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지요? 비교적 통제된 공간에다가 경험도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인 조리원에서 비록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계시긴 해도 생짜 초보 엄마, 아빠가 과연 짱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나름 기대반 걱정반으로 주말을 시작했더랬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나중에 준비할려고 했던 것들을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일단 정신없이 시작했던 주말 동안 짱이 엄마는 정말 훌륭한 엄마 노릇을 하려고 너무 고생이 많았습니다. 삼칠일 동안은 푹 쉬는게 좋다는데, 짱이에게 더욱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다 보니 방청소까지 하고요. 답답해서 이것저것 하다가 나중에 허리니 손목이니 아프다고 하는데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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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짱이 아빠는? 왠지 생각처럼은 잘 되지가 않더군요. 청소를 같이 해도,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방해만 하는 거 같고.. 이거 어따놔? 저거 어따놔? 나중에는 묻는 제가 스스로 한심할 정도이니 원. 기저귀 가는 것도, 애기 트림 시키는 것도, 필요한 물건을 사다 놓는 것도, 젖병 소독 하는 것까지도 혼자서 척척 해내지 못하고 짱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니...

짱이 엄마가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너는 아빠가 아니라 짱이 형아인 큰 짱이야'라는 게 농담처럼 생각되지가 않는군요. -_-;;;

특히나 잠이 워낙에 많은 짱이 아빠는 게다가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버리기 때문에 짱이가 약간만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어도 눈을 번쩍 떠버리는 짱이 엄마가 보면 참으로 야속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이었을 거 같습니다.

주말 동안 짱이는 여느 건강한 신생아가 그러하듯 열심히 먹고, 싸고, 자고, 목욕하고, 보채고, 울고, 가끔 깨서 이리 저리 둘러보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얼굴에 약간 좁쌀 같은 게 올라오기도 하는데, 삐뽀삐뽀119라는 책을 보고, 지후맘 카페에서 찾아보고 해보니 신생아 때 약간 올라오는 아주 작은 물집(?) 같은 것들은 가만히 놔두면 곧 없어질 거라고 해서 일단은 지켜보는 중입니다.

아직 배꼽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것도 좀 걱정이고, 요즈음도 모유가 너무 많이 나와서 종종 먹다가 힘들어 하는 모습도 걱정이고, 요 며칠은 콧물도 좀 나오는 거 같아서 숨쉬기 힘들까봐 그것도 걱정이고, 황달기가 다시 오는 건 아닐지 걱정이고, 벌써부터 모기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걱정이고... 이런 저런 걱정거리가 많네요. 병원은 BCG접종을 마치고 다음 예약일이 4월 15일인데, 그 전에라도 소아과 의사선생님 한 번 만나러 가는 게 좋을지 어떨지 고민중입니다.

그래도 몸무게는 오늘로 4.6kg정도로 순조롭게 늘고 있고, 잘 때는 비교적 안 보채고 잘 자고 있습니다. 아기들이 다 그렇겠지만 엄마를 참 좋아하는 거 같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좋아하는 거 같고, 아빠도 아주 싫어하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좀 어설픈 부분은 내가 좀 참아준다...라는 느낌이랄까 ㅋㅋㅋ

사람들은 처음 짱이 엄마가 임신했을 때, 그 때가 제일 좋을 때라고.. 일단 나오면 걱정만 많다고 했었고, 짱이가 태어나니까 또 그 때가 가장 좋을 때라고.. 일단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작될 거라고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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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이 엄마가 임신 때 조마조마했을 때보다는 저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아기의 웃는 모습에 만 걱정이 사라집니다. 아마도 앞으로 조금씩 커나가는 모습에서 고민이 느는 것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짱이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