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XIII 클리어 소감

게임라이프/소감 2010. 8. 13. 13:19 Posted by 페이비안
초반에는 이렇게 스토리가 병맛인 게임을 뭐하러 한글화씩이나 했나 싶었는데, 전투 시스템이나 스토리 외의 전반적인 설정이 가진 장점이 클리셰 덩어리로 뭉친 스토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게임이었다는 게 엔딩 본 후의 감상.

1월 정도에 중간 보스 막혀서 묵혀두고 다시 꺼낼까 말까 하다가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엔딩까지 달렸다. 중간에 명비 이벤트 할 때가 이 게임의 장점이 가장 극대화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란=팔스의 대평원은 인상적. 다른 묵혀둔 게임들도 여럿이라 플래티넘 노가다는 포기하기로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더욱 재밌어지는 전투 시스템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보스전에서 어이 없이 깨져도 바로 레벨 노가다로 돌입해야 하는게 아니라 일단 옵티마 전략을 이렇게 저렇게 수정해서 다시 도전하고, 그렇게 해서 보스전을 클리어했던 경험들이 가장 재밌었던 부분.

워낙에 개발에 긴 시간이 걸렸던 게임이긴 하지만,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심하게 직설적/직선적이라는 느낌이라던지, 마지막 부분의 CG가 초반 CG에 비해 뭔가 좀 어색한 감이 살짝 든다던지 하는 느낌을 보면.. 정말 명작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좀 더 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워낙 단선적 스토리인지라 끝에 가서 마무리는 깔끔한 편. 너무 깔끔해서 별로 생각할 꺼리도 안주는 게 좀 그렇지만서도.

아무튼, 간만에 대작 RPG를 엔딩까지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은 좋다. 간만에 순수하게 박진감을 느껴가면서 빠져들었던 전투 시스템 만으로도 들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는 느낌. ATB 시스템 이후 진정한 진화가 드디어 이루어진 듯 하다. (FF XII는 해보지 않아서 패스)

이런 게임을 한글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도 여러 모로 감회가 새롭다. 얼마나 팔렸는지 모르겠지만 Versus XIII도 한글판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의 판매량은 보였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