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팀

소닉팀은 다른 스투디오에 자율권이 생기기 전부터 독자적인 움직임이 보장되던 몇 안되는 개발팀이었다. 32비트 시절 나카 유지는 버닝 레인저스나 나이츠와 같은 새로운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나 소닉의 후속작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팀은 역시 소닉 팀 밖에 없었다. 새턴에서는 제대로 된 소닉의 후속작이 등장하지 않았으며, 소닉의 세계를 3D로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소닉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었던 소닉 3D 블라스트는 3D라는 컨셉을 결코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소닉팀은 그들의 파란 고슴도치를 위해 기존 작품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갖춘 새로운 세계를 구성했다.  소닉 특유의 스피드감 만을 살리고 다른 모든 것들은 새롭게 구성하는 이 작업은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소닉 어드밴처는 드림캐스트 발매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작품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메가 드라이브 시절 이래 소닉이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나카 유지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실험에 계속 큰 관심을 보였는데, 그 결과로 등장한 소닉팀의 두번째 작품인 츄츄로켓은 매우 색다른 게임이었다. 쥐들의 길을 안내하여 중간에 고양이를 피해 로켓까지 안전하게 이끌어야 하는 퍼즐 형태의 이 작품은 사실 새턴도 아닌 메가드라이브로 나왔어도 충분할 정도로 하드웨어의 성능과는 무관한 게임이었지만 그 중독성 높은 게임플레이만큼은 빼어난 수준의 것이었다.

이어 등장한 삼바 데 아미고는 당시 아케이드를 가득 메웠던 각종 장비를 동원한 음악 게임 추세에 대한 소닉팀의 대답이었다. 아즈텍 느낌의 그래픽 디자인은 80년대 거칠 것 없었던 시절의 세가가 보여준 사이키델릭한 느낌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음악에 있어서는 마카레나, 리빙 라 비다 로카와 같은 당시 잠깐 유행했던 라틴 팝을 채용했으며 사람들 앞에서 즐기는 것이 약간 창피하다는 점이 오히려 더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였다. 드림캐스트 버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션 센싱 마라카스가 동봉되기도 했다.

버니 스톨러는 MMORPG가 큰 흐름으로 부각되는 시장을 예상하고 드림캐스트에 모뎀을 장착하였는데, 사실 드림캐스트에서 진정한 의미의 MMO는 등장하지 못했다. 대신 소닉팀에서는 판타지 스타 온라인이라는 걸작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고전 시리즈를 재해석하여 온라인 소셜 커뮤니티와 접목시킨 게임이었다. MMO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로비 정도 뿐이었고, 실제 게임은 4인 구성의 핵-앤-슬래쉬 류의 게임이었지만, 디아블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으며 콘솔 게이머들에게, 특히나 일본의 게이머들에게는 무척이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였던 것이다.


판타지 스타 온라인은 속편까지 제작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게임큐브, Xbox, PC 등에도 시리즈가 이어져 갔다. 소닉팀은 드림캐스트를 통해 두 편의 고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소닉 어드밴처 2는 전작의 재탕을 넘어선 수작이었다. 전작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깔끔하게 다듬고, 굳이 필요없던 부분을 잘라내어 세 가지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게임플레이가 섞인 순수한 액션 게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화려한 액션으로 가득한 스테이지들은 전작에 비해 훨씬 넓고 담대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세세한 부분에 대한 마무리 역시 드림캐스트와 동시 발매를 목표로 서두르게 진행했던 오리지널 소닉 어드밴처를 가볍게 뛰어넘는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평단의 높은 평가는 물론 판매량에서도 두각을 보여 드림캐스트 후반기의 최고 히트 작품들 중 하나가 되었다.

소닉 어드밴처 2는 드림캐스트 버전 발매 이후 고작 8개월 만에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게임 큐브로 이식되었으나 이번에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마리오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등장한 소닉을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닉은 계속해서 추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 드림캐스트 시절의 영광은 아직까지 재현되지 못하고 있다.

소닉 팀은 새미와의 합병 이후에도 날아남은 몇 안되는 개발 스투디오이기도 했다. 적어도 인원 면에서는. 그러나 실패한 게임큐브용 플랫폼 게임인 빌리 해쳐 이후 소닉팀은 빡빡해진 개발 스케줄과 긴축된 예산으로 인해 완벽히 다듬어진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닉 시리즈는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소닉팀이라는 브랜드는 이제 게이머들에게 믿음의 징표라기 보다는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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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9.7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 세가 팬이시라면 또 다른 IGN 번역연재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세가의 역사'도 읽어보세요. 좀 더 세가라는 회사 쪽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번 글은 드림캐스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좀 더 집중하여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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