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구입했지만, 그림체와 색감이 마음에 들고 퍼즐도 난이도가 적절해서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한 편의 그림동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배경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고, 마지막 엔딩에 나오는 일러스트도 그렇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의 화면이라 보는 내내 지루하지가 않다.
대사는 영어로 나오는데, 그림체나 설정 자체가 영국쪽이라 잘 어울린다. 대사와 메뉴 등의 한글화가 적절하게 되어 있으며, 한국 닌텐도에서 정발하는 게임들이 언제나 그렇듯 메뉴얼의 품질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아무리 한글 패치가 떠돈다고는 해도, 이런 마무리를 보여주는 제품이라면 돈을 주고 사도 아깝지가 않다.
닌텐도DS용 게임인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일본판으로는 3편까지 나왔고, 얼마전 4편의 개발도 발표된 높은 인기의 수수께끼형 퍼즐 게임이다. (한글판은 아직 1편 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수수께끼들, 이를테면 성냥이나 동전으로 도형을 만들어 놓고 몇 개를 옮기면 모양이 뒤집어질까 뭐 이런 것부터 숫자, 도형, 그림 등등을 이용한 퀴즈를 풀어 나가는 게임인데, 특징이라면 이러한 수수께끼가 그냥 주욱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레이튼 교수와 그의 조수인 루크 소년이 어떠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가 진행되는 와중에 수수께끼들을 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이다.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은 한 대부호의 유산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튼 교수가 대부호의 마을로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스토리 상으로 마지막에 풀리는 의문점들은 대체적으로 짐작 가능한 것들이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흐름은 그 안에서 논리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적당히 흥미를 가지고 따라갈 만 했다. 초반에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수수께끼만 계속 풀어가는 부분이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일본식 RPG 게임에서 대사 하나 들으려고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재밌는 퀴즈를 맞추는 보람이라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을 정도. 후반부에 들어가면 스토리도 좀 더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끝까지 질질 끌거나 하는 느낌 없이 산뜻하다.
퍼즐은 힌트를 쓰지 않고서 근성으로 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좀 시간이 걸릴 것들도 있었지만, 엔딩까지 가면서 힌트를 써도 알기가 어려운 것들은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고자 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도 짜증이 나면서까지 메달릴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어려울 것 같아서 망설이는 사람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 듯한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기본 스토리 외에 레이튼의 가방에 있는 명화조각이나 수수께끼 부품, 그리고 엔딩 이후의 추가 요소들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 동안은 가끔 들여다 볼 것 같다.
몇몇 퍼즐은 꽤 재미있어서 외워두었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풀어보라고 내주고 싶은 것들도 있었다. 다만 나의 단기기억력(단기망각력?)으로 과연 제대로 문제를 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엔딩까지 플레이타임은 나의 경우 8시간 정도. 퍼즐을 힌트 없이 풀려고 했다면 아마 더 걸렸을 듯. 옛날 수수께끼 책을 보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가볍게 즐길 게임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게임이다. 또한 아직 15개월인 우리 아기에게는 관심을 끌기 좀 힘들겠지만(^^;), 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다니는 아이의 학부형이라면 아이한테도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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