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 에그(Easter Egg)란 부활절에 먹는 달걀을 이야기하는데요. 우리는 보통 교회에 나가면 하나씩 주는 걸로 기억하고 있지만 원래 전통은 부활절 토끼가 숨겨 놓은 달걀 바구니를 부활절 아침에 아이들이 찾아내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보통 게임 속 숨겨진 요소를 북미쪽에서는 이스터 에그라고 부르곤 합니다. 지난 주 부활절을 기념하여 개발자들의 재치가 넘치는 이스터 에그 열 가지를 정리한 호주 IGN 기사를 소개합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 사이코 맨티스의 독심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등장했던 메탈 기어 솔리드가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작은 것까지 꼼꼼하게 연출한 디테일함이었다. 훌륭한 설정, 정확한 기술고증, 그리고 환상적인 스토리텔링에 더해, 게임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이코 맨티스와의 조우는 코지마 히데오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독심술과 염동력의 대가인 사이코 맨티스는 플레이스테이션 메모리 카드에 담긴 코나미 게임들에 대한 세이브 데이터를 통해 플레이어의 게임 취향을 맞춰버린다. 꽤 섬찟하고 영리한 발상!

헤일로: 컴벳 이볼브드
- 코베넌트 보병(Grunt)와 푸드 니플


코베넌트의 보병으로 일하는 것은 참으로 고달픈 일이다. UNSC와 맞서는 전쟁에서 가장 일선에 나서는 이 불행한 인생들은 스파르탄에 대적하기에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팔자에도 낙은 있다. 헤일로 맵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코베넌트 보병 중 하나는 이렇게 고백한다: "스타십에 돌아가면 푸드 니플이 날 기다리고 있어서 다행이야. 나 정말 허기져서 미칠 거 같거든!"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디아블로 II
-지옥에서 온 미친소


벌써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90년대 중반 디아블로 1편이 나왔을 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젖소들이 등장하는 숨겨진 레벨이 정말 눈에 불을 키고 찾아 헤메는 게이머들만 발견할 수 있도록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안타깝게도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팬들을 사랑해 마지않는 블리저드는 디아블로 II에 실제로 소 떼가 등장하는 비밀 스테이지를 숨겨 놓았다. 게임을 클리어하기 전 특정 아이템을 모아 포탈을 통해 지옥-소 차원으로 이동하면, 사방에서 달려드는 미친 소가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물론 촛불시위와는 별 관계가 없는 얘기지만.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 (영문명: A Link to the Past)
- 크리스 홀리한의 전설


북미에서는 상당한 권위를 자랑하는 잡지, 닌텐도 파워에서 한 번은 슈퍼패미콤용 젤다 게임에 자신의 이름을 넣을 사람을 뽑은 적이 있다. 뽑힌 사람의 이름은 크리스 훌리한이었고, 그의 방은 페가서스 부츠를 신고 카라리코 마을에서 숲을 거쳐 하이률 성으로 달리면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방이 되었다. 이렇게 방에 들어가면 그 안에는 실버 루피가 가득하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 "내 이름은 크리스 훌리한이야. 그리고 여기는 내 비밀 방이지.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하자, 알았지?" 크리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걸 발견한 게이머들은 그 즉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자랑했다.

둠 II
-존 로메로 머스트 다이


둠 II 개발 당시, id의 팀원들은 존 로메로를 그닥 좋아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집도 세고, 자아도 강하고, 헤어스타일도 비호감인데다가 천재이기까지한 상관을 누가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팀원들은 둠 II 안에 로메로에 대한 '경의'를 장난스럽게 표시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이 비밀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설정을 'No Clippings'로 해 놓고 게임의 마지막 방에서 벽을 향해 걸어가 통과하면 된다. 거기에는 '헬-로메로'가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다.

젤다의 전설
-젤다의 두번째 모험


패미콤용 젤다의 전설에는 멋진 숨겨진 요소가 있었다. 정말 재밌는 게임을 엔딩까지 진행하고 나면, 항상 무엇인가 아쉽고 혹시 숨겨진 던젼과 추가 요소들이 없을까를 기대하게 된다. 닌텐도는 이런 점까지 배려했다. 이름을 쓰는 란에 대문자로 'ZELDA'라고 쓰고 게임을 새로 시작하면 전반적으로 동일한 게임이지만, 던전들이 새롭게 구성되어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기뻐할 만큼 향상된 난이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GTA: 샌 안드레아스
- 개발 스텝의 히스테리?!


PS2용 마지막 GTA 게임이었던 샌 안드레아스에서 간트 브릿지를 방문해 본 적이 있는지? GTA 시리즈의 숨겨진 요소는 말 그대로 숨겨진 초콜릿 에그나 작은 계란 사진들을 숨겨 놓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이스터 에그였다. 하지만 간트 브릿지의 꼭대기에는 작은 발견의 기쁨 대신 이런 문구가 게이머를 반긴다: "여기에는 이스터 에그 따위 없어. 저리 꺼져!" 개발진 중 누군가가 그날따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았나보다.

포켓몬스터 레드/블루
- MISSINGNO를 찾아서


이 쪽은 정식 이스터 에그라기 보다는 재밌는 버그에 가깝다. 게임보이용 포켓몬에서는 MISSINGNO라는 이름의 버그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파리 존에 들어가서 야생 포켓몬을 잡는 방법을 배운 뒤 바다로 가서 한 동안 수영을 즐기고 있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화면에서 보듯 이상한 물체랑 마주치게 되는데, 이 녀석을 잡으면 여섯번째 슬롯에 있는 아이템이 무한정으로 늘어난다. 자주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증식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서 게이머들이 무척 좋아했던 숨겨진 요소.

파이날 판타지 VII
- 럭키 세븐의 향연


파이날 판타지 7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 중 누구 하나라도 HP가 7777이 될 경우 럭키 세븐 모드가 발동된다. 이 모드에서는 모든 캐릭터들이 적들에게 7777 데미지짜리 공격을 하는 대신에 전투가 끝날 때까지 일체 다른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만약 웨폰하고 싸우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무척이나 곤란해지겠지만,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거의 천하무적 모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팝 컬쳐의 제왕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 전반에 걸쳐 심어 놓은 대중 문화 패러디는 WOW의 넓디 넓은 세계만큼이나 개발사의 유머 감각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밤비, 닌자 터틀즈, 젤다의 전설, 오프라 윈프리, 13일의 금요일, 로보캅, 단테의 신곡, 네스호의 괴수, 인디아나 존스 등 유명한 대중 문화 컨텐츠들을 캐릭터, 퀘스트, 아이템, 대화, 그리고 말장난 등으로 살짝씩 게임 곳곳에 끼워놓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

글 : IGN 호주 편집진 / 번역 :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 2009.4.9 / 출처: IGN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