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RSS 피드로 구독되는 글들을 꾸준히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집에서는 이제부터 아이랑 놀고 싶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는 가급적 앉지 않으려고 하고, 회사에서는 일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야 하는데, 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전처럼 그야말로 하염없이 시간을 소모할 수는 없는 노릇.

오늘 한가한 틈을 타서 한RSS로 구독하는 Feeds들을 정리해보았다. 개념있고 주옥같은 글들로 시간만 허락한다면 반드시 모든 포스팅을 정독하고 싶은 블로그들, 평범한 일상들을 나름의 개성으로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블로그들, 최신 정보들을 아주 먹기 좋게 정리해놓은 블로그들은 다른 여느 활자매체 못지 않게 내 삶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정보 (또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한RSS에 등록된 200개의 Feeds들 중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구독해놓고도 그닥 읽고 싶지 않은 블로그들도 섞여 있는 것도 사실.

블로그에 있어 절대적 우열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나의 시간을 투자해 읽고 싶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비단 블로그만 그러한가. 사람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바빠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한가해도 생각만 해도 피곤이 몰려오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추리고 추려보니 우연치 않게도 딱 100개가 남았다. 100개에 매일 글이 올라오는 것은 아니니 이정도면 적당하지 않은가 싶다. 새로 정리된 리스트를 보니 그동안 한RSS를 열 때마다 밀려오는 부담감이랄까 피곤함이랄까 그런게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일상이 무거워지지 않기 위해서 뭐든지 한번씩은 정리해 줄 필요가 있나보다.

그렇게 100개의 Feeds를 날려놓고 나니 내 블로그는 과연 남을 수 있는 블로그인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가상의 어떠한 인물들에게 재미를 주는 블로그인가 피곤함만을 안기는 블로그인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아마도 당연한 전개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무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구독하기에는 역시나 너무나 가볍구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라도 기분 전환용으로 읽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100개의 Feeds를 찬찬히 뜯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는 글들이 꼭 내 입맛에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확률적으로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는 블로그가 좀 더 양질의 글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겠지만, 그 '양질'이라는 단어는 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할까.

이렇게 추상적으로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좀 한심하긴 하지만, 추리고 추린 100개의 RSS는 글쓴 이가 진심을 담아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고 느낀 Feeds들이다. 하나, 둘, 셋 포스팅이 쌓여 그 블로그 이름을 보면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 이미지가 나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그런 Feeds만이 남았다.

혹자는 브랜딩 전략의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런 관점에 대해서 나도 얼마간 동의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브랜드 전략을 쓴다고 해서, 블로그가 그 블로그를 써나가는 사람의 총체 이상의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반대로, 브랜드 전략이 허접하다고 그 사람이 가진 향기 또는 악취가 그의 블로그에서 묻어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 전략은 촉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제 이 장황한 횡설수설의 결론을 갑자기 내려버리자면, 내가 하루에 읽을 수 있는 RSS의 수는, 내가 발견한 '진심을 담아 써내리는 블로그'의 숫자이다. 지금은 100개. 앞으로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없다 해서 좋은 친구를 외면할 수 있을까? 시간이 많다 해서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겠는가? 덧붙이자면 나 역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친구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