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플레이어

IGN 플레이스테이션 편집장 크리스 로퍼는 PS2의 가장 중요한 비 게임적 기능인 DVD 재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만약 소니가 PS를 통해 게임 업계에 진출하지 않았었더라면, 과연 다른 어떤 콘솔 메이커가 이 기능을 제공하였을까. VHS가 확연히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좀 더 높은 품질의 비디오 포맷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던 1999년 당시, 이미 DVD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림캐스트에는 이 기능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DVD가 대세

소니가 DVD 재생 기능을 PS2에 탑재하기로 한 결정으로 DVD 포맷 자체가 시장에 장착하는데 성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PS2 자체가 가장 성공한 가정용 DVD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PS2가 없었더라도 DVD 플레이어 가격이 적정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점이 되면 많은 집들이 낡은 VHS 비디오를 DVD 전용 플레이어로 바꾸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PS2의 등장은 새로운 변수였다. 물론 PS2를 구입한 모든 이들이 이를 DVD 플레이어로 사용하진 않았겠지만, PS2는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깔렸다. 그 중 일정 부분만 감안하더라도 헐리우드는 PS2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게임 회사가 아닌 글로벌 전자제품 메이커로서, 소니는 자사의 콘솔을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그리고 그 단적인 예가 바로 PS3와 블루레이 포맷이다. 블루레이는 DVD만큼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HD-DVD와 벌인 차세대 비디오 포맷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PS3를 통한 도입 계획이 없었다면, 블루레이라는 포맷 자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헤인즈에 따르면, "PS2가 DVD의 보급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과 PS3가 차세대 비디오 포맷 전쟁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부분을 감안했을 때, 소니가 자사의 콘솔을 통해 이러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결론은 매우 분명하다. HD-DVD가 거의 유일한 차세대 포맷으로 떠올랐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서로를 앞지르기 위해 벌였던 경쟁과 그로 인해 촉발된 HD급 비디오 재생에 대한 눈부신 기술적 발전은 아마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을 것이다."

게임 기기를 통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인식시키려는 소니의 여러 노력들은 우리가 현재 비디오게임 콘솔을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럼 마이크로소프트는?

1995년의 닌텐도와 세가는 상호보완적인 라이벌이었다. 둘 다 업계의 거물이었으며 양 사의 콘솔 전쟁과 이로 인한 경쟁은 비디오게임의 퀄리티를 크게 끌어올렸다. 소니의 게임 시장 진입은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사업적 결정에 가까웠다. 공동 CD 프로젝트가 닌텐도의 변심으로 인해 마지막 순간에 틀어져 버리자, 소니는 자체 콘솔을 개발하여 닌텐도 및 세가와 경쟁한다. 그리고 그 다음의 이야기는 역사가 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고, PS2는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이른다.

만약 소니와 같은 아웃사이더가 시장에 진입하여 선두 업체의 자리를 차지하는 전례가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연 이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소니는 비디오게임을 주류 문화에 편입시키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을 기억하자. 1995년까지 세가와 닌텐도는 그들이 이미 확보해놓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소니는 게이머라는 컨셉 자체를 확장시키길 원했고, PS가 일단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인정을 받자 그 즉시 이러한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Xbox 360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1995년 전에도 비디오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윈도우즈, 오피스, 그리고 슬슬 떠오르기 시작한 인터넷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만약 소니가 성공의 선례를 세우지 않았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비디오게임 쪽으로 사업 확장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성을 느꼈을까?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 Xbox나 Xbox360을 볼 수 있었을까?

만약 비디오게임 산업이 닌텐도와 세가 체제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상상해보자. 그랬다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첨단 기술 싸움에 대한 역발상의 산물인 닌텐도 Wii 역시 세상에 없었을 확률이 높다. 아마도 드림캐스트가 아닌 뭔가 다른 콘솔이었겠지만, 세가 역시 여전히 콘솔 메이커로서 살아 남았을 것이다. 게이머들의 선택권은 팬저 드라군이나 젯 셋 라디오 같은 게임들로 좁혀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은 소니의 게임 산업 진출이 게임 전반에 미친 가장 큰 영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소니의 시장 참여로 비디오게임은 보다 다양한 색깔과 취향,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보다 넓은 사용자 저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계속... 다음 편에서 마무리됩니다.)

글: 레비 부케넌 & IGN 플레이스테이션 팀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09.2.25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