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나온지 13년, N64 시절에 샀던 카트리지로는 고작 숲의 신전도 클리어하지 못했던 제가 드디어 3DS로 나온 리메이크 덕분에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엔딩 크레딧을 봤습니다. 젤다 시리즈는 몇 개 접해봤지만 엔딩 본 건 이번이 처음이군요. 최근의 게임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지만 제가 최근 게임들은 거의 안하는 관계로 (^^;) 그렇게 얘기하면 오버하는 거겠죠.


다만 오래된 게임이라는 느낌은 그닥 없었습니다. 제가 배경지식이 없었더라면 이 게임을 애초에 3DS용으로 새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냥 믿었을 거에요. 특히나 3D 표현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 게임들 중에서도 가장 멋지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스가 되는 하이랄이라는 세계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3D를 거의 처음 구현하던 시기의 화면이라 구성 자체가 공간감의 표현에 신경을 더 써서 그렇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3D를 게임에 입히기 시작했을 무렵의 초심이 느껴진다랄까요.

과연 최근에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게임을 즐겼던 적이 언제였나 싶을만큼 푹 빠져셔 했습니다. 다른 게임들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감상하는 느낌이라면, 이 게임에서만큼은 내가 확실히 링크가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링크가 되어 하이랄을 헤메고, 링크가 되어 던전 구조에 익숙해지고, 링크가 되어 보스들의 패턴을 고민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네요. (다만 몇몇 베베꼬인 던전 퍼즐은 어려워서가 아니라 눈이 나빠서 고생했는데 그건 좀 괴로웠다는...)

지난 번 테일즈 오브 디 어비스에 이어 젤다도 엔딩을 봤고, 아마도 조만간 데빌 서바이버 오버클럭도 최종 보스전만 지나면 엔딩일테니 저에게 3DS는 최적의 RPG 머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PS Vita로 P4: 더 골든이 나온다고 하니 저것도 조만간 지르겠지만.) 최근에 해외출장이 잦은 터라 비행기에서나 호텔 방에서 아예 작정하고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3DS에 이르러서야 휴대용 게임기에서도 별 열화감 없이 RPG 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NDS는 아무래도 스펙이 여러모로 떨어졌고, PSP는 다 좋은데 그놈의 UMD 긁는 소리에 스트레스... 거기에 묘하게 맘에 드는 게임이 나오는 간격도 좀 드문드문이었던 것에 비해 3DS는 런칭부터 지금까지 길게 붙들게 되는 게임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보조 배터리로 전원 문제만 해결하니 불편한 부분도 거의 없고요. 물론 게임 라인업은 개인 취향의 문제겠지만요.

총 플레이 시간은 대략 40시간 전후였고, 막판에 가서는 숨겨진 요소 찾느라 공략도 적당히 참고해가면서 했습니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저같은 액션치에게도 아주 심각하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3DS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서 예전에 N64용 오리지널을 물리도록 하신 분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추천. 다른 건 몰라도 이 게임은 지나치지 마시길. 제가 게임하느라 쓴 40시간 중에서 제일 아깝지 않은 40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