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한달 반 사용기

뭔가 써보고 만져본 기억 2010. 7. 6. 08:51 Posted by 페이비안

두바이에 출장가서 미국에 출시된 것이 흘러 들어온 32GB 와이파이 버전을 구매했습니다. 나중에 아이폰 4를 마련하게 되면 밖에서는 테더링을 통해 사용할 생각이라 와이파이 버전을 선택했지요. 별로 품질이 좋지 않은 액정보호 필름에 그런대로 봐줄만한 실리콘 케이스를 임시로 달아주고, 한글 키보드 앱으로 최소한의 한글 입력만 가능한 상태에 심하게 느려 터진 두바이 인터넷 환경까지... 뭔가 아이패드를 100% 활용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환경에서 반쪽짜리 아이패드 유저였지만, 나름 재밌게 유용하게 가지고 놀면서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형은 딱 아이팟 터치의 확대 버전입니다. 생각보다 무게가 좀 있어서, 오래 들고 있기에는 부담이 있네요. 아이패드 자체를 핸들처럼 돌려서 즐기는 레이싱 게임 같은 것들을 하기에는 확실히 무거운 감이 있습니다..만, 보통은 무릎에 적당히 올려 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9.7인치, 1024x768 화소의 넓직한 화면이지요. 내장 스피커도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라,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어폰도 필수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같은 휴대기기라 하더라도 아이팟터치나 아이폰과 같이 이동하는 중에 사용하는 것을 염두하고 만든 기기가 아니라 들고 다닐 수는 있되 한 장소에서 차분히 앉아서 사용하는 컨셉의 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아이폰을 통해 앱 개발과 배포에 대한 시스템이 정착되었기 때문에, 아이패드의 잠재력을 현실적인 활용으로 이끌어 주는 앱들이 상당히 빠르게 나와주고 있습니다. 그 중 많은 앱들이 기존 아이폰 앱을 아이패드의 좀 더 큰 화면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한 (그러면서 가격도 같이 올라가버린 -_-) 소위 'HD' 버전이긴 합니다만, 이미 검증된 앱들이 빠르게 올라온다는 점에서는 아직 초기임에도 충실한 라인업을 구성하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써본 앱들 중에서 추천할 만한 앱들을 몇 개 소개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무료 앱들도 있지만 대부분 유료 앱입니다.)


Dropbox

Dropbox는 PC 상에 있는 폴더처럼 파일들을 공유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무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2GB의 저장 공간이 주어지고, My Dropbox라는 폴더에 파일을 끌어다 놓으면 다른 PC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아이패드에서 리뷰하고, 맘에 드는 사진은 아이패드에서 로컬로 저장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한글 지원이 완벽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DocsToGo 같은 앱과 병행하여 오피스 문서들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용도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냥 PC 상의 폴더처럼 쓸 수 있는 편리함이라고 할 수 있죠. (서비스 가입 및 앱 자체는 무료, 50GB / 100GB 저장공간 업그레이드 시 유료)




XpenseTrkr

앱 제목처럼 비용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꼭 필요한 기능만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고 인터페이스도 깔끔해서 이번에 출장 기간 동안 비용 관리하는 데 사용해 보았습니다. 여러 국가의 화폐 단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분들은 여비 관리 등에 사용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귀국해서는 용돈 지출장 비슷하게도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엑셀 시트에 적당히 정리해두곤 했는데, 이 앱을 쓰면서부터 이런 류의 작업이 상당히 편해졌네요.




World Factbook

전 세계 국가들의 위치, 국기, 인구, 역사, 문화, 경제 등등의 Fact들을 찾아볼 수 있는 앱입니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 덕분에 이런 Reference 류의 앱들이 꽤 많이 나왔는데요. 광고에도 나왔던 Element라던지, 인체구조나 뇌구조 등등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자료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놓고 별로 안본다는 거지요. ^^;




Ramen Walk

The Wall Street Journal, Popular Science, Wired, Times 등과 같은 다양한 잡지들도 아이패드 버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류 중에서 좀 마이너하긴 합니다만, Ramen Walk는 가도카와 출판에서 내놓은 라면집 소개 잡지입니다. 일반 종이판 버전을 스캔한 수준이라 앱으로서의 완성도는 그닥 대단하지 않지만 나중에 일본 갈 일 있으면 참고하려고 받아 놓았습니다. 책에 소개된 가게들에 대한 온라인 Ramen Walk 링크도 마련되어 있어서 심심풀이로 다양한 종류의 라면집을 둘러보곤 합니다. 




Dr. Suess ABC

출장 가기 전만 해도 외계어만 흥얼거리던 아들 녀석이, 제가 귀국할 무렵에는 ABC도 읽고 숫자도 읽고, 비슷하게나마 이런 저런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이 앱을 받아서 보여줬더니 정말 재밌게 잘 보더라구요. 이미 엄마 아이폰을 가지고 놀면서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마스터해버린 녀석이라 알아서 페이지도 넘기고 읽어주는 거 따라하면서 ABC를 배우고 있습니다. 읽어주는 음성도 또렷하고 듣기가 좋네요. 아마도 앞으로는 이런 애들 교육용 앱에 더 많은 유료 결제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넓은 화면에 글씨와 그림들이 분명해서 아이들에게도 아이폰보다 좀 더 멋진 장난감으로 어필되는 것 같습니다.




Flixster

최신 개봉영화에 대한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앱입니다. Rotten Tomato와 연계되어 있어 전반적인 영화에 대한 평가도 확인할 수 있고, 트레일러들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가까운 영화관에서의 예매까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아이패드가 정식 발매되면 비슷한 류의 앱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Adobe Ideas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게 해주는 어플들도 꽤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도비에서 나온 이 앱은 무료인데다가 상당히 다양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는 꽤 괜찮은 앱입니다. 특히 사진을 밑에다 깔아서 그 위에 그림으로 효과를 입히거나 아니면 사진에서 형태를 딴 후에 사진 레이어는 제거하거나 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네요. 손가락으로 그리는 그림에 한계를 느끼는 저로서는 딱 이 정도면 적당히 가지고 놀만하다는 느낌의 스케치용 앱입니다.




FingerPiano

아이폰에서도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들이 많았고, 아이패드 용으로도 다양한 피아노 앱들이 나왔지만 게임을 즐기듯 따라하면서 간단한 곡들을 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지고 놀기 가장 괜찮은 피아노 앱이 FingerPiano입니다. 사실은 DJMax를 하다가 좌절한 후로 더 자주 찾게 되는 앱이라는 ^^;;




CloudReaders

아이패드로 만화책보기 딱 좋은 앱입니다. ZIP 압축된 JPG 파일들을 순서대로 보여준다거나, 좌철/우철 토글도 있는 것을 보면 개발자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고요. PDF 파일이나 TXT 파일도 잘 보입니다. 무료에다가 가볍고, 개발자가 사용자 요구사항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애용하고 있는 앱입니다.




Kindle

제 블로그에 예전부터 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마존에서 킨들을 처음 출시했을 때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하여 한동안 꽤 잘 썼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이 기기를 던지는 바람에 디스플레이 윗부분이 망가져 버렸고, 아마존에 A/S 연락을 했더니 감감 무소식... 그래서 한동안 방치해두었던 Kindle용 도서 컨텐츠들을 아이패드에 받아서 이번 출장 기간 동안 재밌게 잘 읽었더랬습니다. 확실히 전자잉크 방식이었던 킨들에 비해서는 아이패드의 화면이 좀 더 눈에 피로감을 주긴 합니다만, 밝기를 적당히 조절해주면 어느 정도 피로감을 줄일 수 있더군요. 애플의 iBooks가 좀 더 미려한 화면 연출을 보여줍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Kindle의 심플한 방식이 더 맘에 들더군요. 앞으로의 업데이트에 오리지널 킨들에 있던 전자사전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Kindle 앱이 제 전자책 소비를 위한 선택이 될 듯 합니다.




Golf Coach HD

골프 스윙의 그립 쥐는 법에서부터 게임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비디오 레슨 앱입니다. 뭐 기본적으로 비디오를 모아놓은 앱이긴 합니다만 내용이 괜찮아서 두고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슨 내용도 입맛에 맞는 거 같고요.




IGN

레트로그에서 종종 번역기사를 올리는 IGN.com의 모바일 앱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폰용 앱을 포팅한 것이라 아이패드의 장점을 잘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사 체크 정도나 나중에 Walkthrough (공략) 참고할 일이 있을까 해서 받아놓은 앱이지요.


그 밖에 단위 변환에 편리한 Converter, 컬러 사진을 흑백으로 만들고 특정 부분만 컬러를 살려 강조하는 Color Splash, 왠만한 사진 편집은 다 되는 Photogene, 세련된 화면과 함께 날씨를 보여주는 Weather HD, 무지막지하게 큰 계산기 Jumbo Calculator, 큼지막한 글씨로 슥슥 메모할 수 있는 PenUltimate 등의 앱들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앱이 올라오는 속도가 아이폰처럼 폭발적이진 않아서 새로 올라오는 앱들이 뭐가 있나 하나씩 체크해보곤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별 영양가 없는 앱을 구매하는 등의 시행착오도 겪고 있습니다. ^^;

물론 앱이라고 하면 게임 쪽을 빼놓을 수 없겠죠.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해본 게임은 RealRacing HD, Plants vs. Zombies HD, Broken Sword HD, ChocoboPanic, Prince of Persia Retro, tChess Pro, Angry Bird 정도인데요. 앱스토어 순위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Angry Bird가 제일 재밌는 거 같네요.


이미 많은 기사들과 블로그 포스트들을 통해서 아이패드에 대한 소개를 많이 접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감흥이 와닿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제 경우에는 사진 감상이 바로 그러한 부분이었습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보는 거나 조금 더 큰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로 사진을 보는 거나 뭐가 그리 다를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사진 감상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옛날에 사진 앨범을 친구나 연인에게 보여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아날로그스러운 감각이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옆 사람과 사진을 같이 보는 와중에 비슷한 느낌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 무척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앱들이 아이폰 앱의 HD 버전이 아닌, 아이패드만의 독창적인 모습을 좀 더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아이패드는 앞으로가 좀 더 기대되는 기기입니다. 다만 그 포텐이 제발 2세대로 넘어가기 전에 제대로 터져 주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