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에 암 것도 모르고 가부키쵸에서 혼자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경칠 뻔 한 적이 있어서 그런 건지, 혹은 넋 놓고 플레이했던 셴무의 정신적인 후속작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뒷골목 이야기를 그린 용과 같이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입니다. 국내에서도 팬들이 많아 꼬박꼬박 정식발매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시리즈이지요. (그런 주제에 가격도 높다는 점도 안타깝지만)

북미쪽에는 그 이름도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Yakuza'라는 제목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대놓고 일본 내수 시장만 노린 게임이 서양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미국 로컬라이징 관련된 이야기가 1UP에 올라와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주 대단하거나 놀라운 내용은 아니지만, 게임 시리즈 하나의 실패담(?)을 통해 알아보는 문화의 차이 정도의 문맥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원문제목: Tyoko Beat Down: Story of Yakuza
글: 존 콘스탄틴 (John Constantine)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10.3.26 / 출처: 1UP.com


알림: 본문에는 용과 같이 시리즈의 제작자인 나고시 토시히로, 세가 오브 아메리카의 로칼라이제이션 프로듀서인 케빈 프레인과의 인터뷰에서 인용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인터뷰들은 영문판 야쿠자 3에서 용과 같이 3 원작에 있던 일부 요소들이 배제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이루어진 2월 24일 이전에 행해진 것으로, 따라서 본문에서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터뷰 자체에서는 삭제 부분과 관련된 질문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언어를 배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언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특히나 외국어를 단순히 머리 속에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단어나 생각들을 해당 언어로 바로 표현하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언어에 대해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를 그 언어 속에 완전히 빠뜨려, 스스로가 그 언어로 말하고 생각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하나의 외국어를 완전히 익힐 수 있다.

언어는 단어와 철자, 글자와 소리 그 이상의 것이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어떻게 그들이 즐거움과 슬픔을 표현하는지, 단순한 대화에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는지에 대한 것이다. 언어란 궁극적으로 그 언어를 만들어낸 문화를 표현한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그 안에 속하는 사람들과 그 지역을 이해한다는 것과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다. 바로 스스로가 그 속에 속해야 한다는 것.

3월에 세 번째 작품이 북미에 등장하는 세가의 야쿠자 시리즈가 북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류가 고도쿠(용과 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프랜차이즈는 아마도 최근에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들 중 가장 "일본적"인 게임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와 제작사들이 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글로벌한 감각을 추구하도록 주문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가의 CS1 개발팀은 오히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게임 시장인 일본만을 타겟으로 하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시리즈는 벌써 다섯 편 째의 작품을 내놓았고 매번 거둔 성공의 원인은 바로 이러한 일본적인 색깔에 기인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를 만들어 낸 나고시 토시히로는 용과 같이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재 일본 고유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타이틀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점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렇게나 큰 예산이 투입된 작품 중에서 일본의 세계관을 묘사하고자 시도하는 작품은 용과 같이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매우 깊게 내재된 문화적 특징으로 인해 용과 같이의 해외 현지화는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일 수 밖에 없다. 일어로 된 대사를 영어로 바꾸는 것은 그렇다 치자. 마지마 고로가 주인공을 부르는 "기류짱"이라는 애칭을 "카즈"로 바꾸는 것도 단순한 작업이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일본의 유흥가인 가부키쵸가 어째서 하나의 문화적 상징성을 갖는지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완벽하게 디지털로 재현된 카무로쵸를 돌아다니는 감각이 주는 강렬함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게임 자체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인 고유의 얼굴 표정으로 전달하는 의미를 어떻게 외국인들도 이해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게임 속에 등장하는 세븐 일레븐은 북미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지겠지만, 돈키호테는 그들에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영화라면 자막을 통해 외국인들에게도 의미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소설은 번역가들에 의해 예술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유저와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며 몰입감이 가장 큰 중요성을 갖는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원작이 갖는 의미를 다른 문화권에 전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란 결코 적지 않다.

어째서 야쿠자가 북미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할까? 야쿠자 3의 로칼라이제이션 프로듀서이자 시리즈에 오랫동안 참여해 왔던 케빈 프레인은 이러한 이슈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보편적인 문화 차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이머라면 일본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죠. 비디오게임 산업에서 일본이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있어 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은 상품 레벨(게임, 애니, 만화 등)에서 멈추고 맙니다. 문화적인 레벨로 넘어가는 일은 흔치 않죠.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서양 쪽 게임시장에서 일본 게임 타이틀에 대한 애정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만 제외하고 말이죠. 특히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게임의 경우에는 서양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실제 서양 유저들이 경험하는 세상과 좀 더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되죠."

결국 야쿠자가 북미 시장에서 수요층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수요층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차원적인 의미로 우리는 이 게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용과 같이를 북미에 내놓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들의 시도는 하나의 게임 타이틀을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지역의 유저들에게 내놓고자 진행하는 현지화 작업이 가진 근본적인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첫 번째 타이틀은 겨우 9개월 만에 미국에 발매되었지만, 짧은 기간에 비해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세가는 인터넷과 매체 광고에 상당한 돈을 투자했음은 물론, 영어 음성 더빙에도 마이클 메드센, 엘리자 더쉬크, 마크 헤밀과 같은 유명인들을 섭외했다. 세가의 판단은 나름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2006년 9월 당시, PS2는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도시를 누비는 범죄물은 가장 인기가 높은 장르였던 것이다. 세가에서 영어 음성을 포함시키는 것까지는 반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영문판에서는 일본어 음성이 삭제된다는 소식은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팬들의 불만을 가져오게 되었다.

프레인은 그 때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우리가 야쿠자를 북미에 발매할 때, 이미 원작이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북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새롭고 독특한 상품을 만들어 일본에서만큼의 호응을 얻을 수 있기를 원했죠. 영어 음성 작업에 유명한 성우나 헐리우드 컬트 스타들을 기용함으로서 믿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음성 연기가 들어가고, 이로 인해 유저들도 이 작품을 더욱 용이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나는 성우들은 물론 레코딩 스투디오와도 긴밀히 작업을 진행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영어 음성이 높은 수준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영어와 일어 음성 두 가지를 모두 디스크에 담을 수는 없었고, 이 때문에 일어 음성이 빠졌다는 점이 상당히 강렬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문 음성 문제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데뷰 트레일러 때문에 더 심각해졌다고 한다. "게임의 첫 번째 트레일러는 일본 사무소를 통해서 공개되었는데, 거기에는 마무리가 덜 된 사운드트랙이 사용되었어요. 이 트레일러는 게이머들의 팬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는데, 그로 인해 사운드 부분이 상당히 낮은 퀄러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같이 퍼져나갔죠. 하지만 트레일러에 들어간 영어 음성은 최종 제품의 음성 퀄리티를 대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타격은 심각한 상황이었고, 아마 많은 팬들은 그 때 가졌던 선입견 때문에 제품이 나온 이후에도 이러한 차이를 인식할 수 없었을 겁니다."

프레인의 말대로 게임 발매 전부터 타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야쿠자의 잠재 고객층 중 일부에 국한된 얘기였다. 세가 자체가 하드코어 게이머 시장에서 점점 더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도 게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어 음성이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크게 개의치 않는 잠재적 고객들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2006년 9월 5일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야쿠자 1편은 NPD 집계 판매량 20위 내에 들지도 못하면서 그야말로 북미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만다. 당시 유사한 내용을 다루던 세인츠 로우, 스카페이스 등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게임들은 GTA의 선례에 따라 자유도 높은 구성을 갖춘 반면 야쿠자는 좀 더 스토리 기반의 제한적인 구성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승패를 결정한 것은 문화적인 차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두 달 후 일본에서 용과 같이 2가 발매되었을 때,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후속작의 현지화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 1편과 같은 대규모의 재구성은 차치하고 말이다.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경과로 인해 야쿠자 2의 등장은 2년 후에나 이루어졌다. 2007년 말 동경 게임쇼에서 비교적 조용히 공개되고 2008년 9월에 발매된 야쿠자 2는 전작과는 정반대의 현지화가 이루어졌다. 광고는 커녕 매체의 특집기사도 없었고, 논란이 되었던 영어 음성 대신 일어 음성에 자막 처리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루카스아츠의 스타워즈: 더 포스 언리쉬드와 같은 주에 발매된 야쿠자 2는 나름 좋은 리뷰 점수를 받았지만 (알려진 바로는) 고작 4만 카피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 도대체 왜 발매를 했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한 세가의 답변은 간단했다. "팬들을 위해서"

"첫번째 야쿠자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성적인 코어 팬 그룹을 형성할 수 있었죠. 야쿠자 2의 발매를 검토할 시점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타당성 있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난 경험을 통해 일어 음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하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영어 음성이 완전히 빠진다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 라고 프레인은 회상했다. 좀 더 순수한 형태의 문화적 경험으로서 야쿠자 2가 어필할 수 있었다는 점은 당시의 리뷰 점수들이 전편에 비해 긍정적이었다는 점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야쿠자 2의 발매는 사실 PS3 독점으로 곧 발매될 용과 같이 3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순 없었다.


2009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는 용과 같이 시리즈의 북미 발매에 대해 가장 시끄러운 12개월이었다. 야쿠자 2가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가자 세가는 야쿠자 1편 때와 마찬가지로 속편의 현지화에 대해서 입을 굳게 다물고 만다. 용과 같이 3이 발매된 2009년 2월부터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세가 오브 아메리카의 레이 알메다가 야쿠자 3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자 인터넷에서는 한바탕 큰 소동이 일었다. 결국 세가에서 수습에 나서면서 야쿠자 3에 대한 계획은 단순히 "미정"이며, 알메다의 발언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게 된다. 1UP 등의 매체에서는 9월부터 현지화된 야쿠자 3가 발매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지만, 세가는 2009년 12월까지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세가가 야쿠자 2를 통해 불러 일으키고자 했던 관심이 야쿠자 3가 발매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뒤늦게 촉발되었던 것이다.

야쿠자 3은 2편과 마찬가지로 일본판에 비해 크게 변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프레인에 따르면 "일본판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팬들에게 높이 평가받은 만큼, 야쿠자 3에서도 같은 전략을 따르는 선택에 크게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실제로는 변경을 거치게 된다. 야쿠자 3에서도 일어 음성에 영문 자막 현지화가 이루어졌지만, 용과 같이 3에서 있던 상당 부분의 내용이 영문판에서는 삭제되어 버린 것이다. 삭제된 부분은 현지화하기에, 또는 일어권 외의 유저들이 이해하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들로 보인다. 비록 야쿠자 2에서는 이런 부분들도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위키피디아의 야쿠자 3 항목을 보면 용과 같이 3에 비해 어떤 부분들이 삭제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갱신되고 있다. 상당 수의 사이드 미션들도 사라졌지만 두드러지는 부분은 미니게임들이다. 테이블 게임인 마종과 쇼기, 그리고 일본 아케이드 퀴즈 게임인 엔서 X 엔서가 이에 포함된다. 마종은 미국인들에게도 꽤나 알려진 게임이지만 쇼기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드물다. 캐빈 프레인은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 것들도 서양 게이머들에게 똑같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야쿠자 시리즈의 서양 팬들 중 상당 수가 일본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들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기 마련이죠."

세가 오브 아메리카의 공식 블로그에서 커뮤니티 매니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스케줄 상의 문제와 함께 문화적 언어의 문제로 인해 이러한 삭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공식 발표문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야쿠자 3를 아예 서양권에 발매하지 않거나, 아니면 받아들이기 모호한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한 게임을 발매하거나 하는 두 가지 옵션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쇼기와 엔서 X 엔서를 삭제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쇼기는 그 자체로 상당한 지식을 요하는 게임이며, 짧은 현지화 시간 동안 이 게임을 서양 게이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내용을 만든다는 것은 노력에 비해 그다지 효과가 없는 작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엔서 X 엔서의 일본 역사와 대중 문화에 대한 질문들은 서양 게이머들에게 더 친숙한 질문들로 교체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경우 야쿠자의 가장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인 '문화적인 고유성'이 훼손되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삭제된 부분 중 가장 큰 파트를 차지하고 있는 요소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용과 같이 3에 있던 호스테스 클럽 관리와 관련된 사이드 퀘스트들, 클럽을 운영하고, 클럽 내에서 게임 속 호스테스들과 교류하는 등의 부분이 야쿠자 3에서는 완전히 삭제되었다. 세가 PR 담당이 말한 바와 같이, 호스테스 클럽이 다른 나라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 문화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인데다가, 야쿠자 2에서는 그대로 유지되었던 호스테스 부분이 삭제되었다는 것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야쿠자 시리즈의 팬들은 이미 전작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접한 바 있으며, 따라서 세가가 직접 밝힌 현지화의 이유가 "팬들을 위해서"라면, 굳이 이 부분을 삭제할 필요성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스테스 클럽 부분이 삭제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예산과 일정의 문제?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가장 유력한 설명은 바로 호스테스 클럽을 적절하게 현지화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이 부분이 바로, 근본적인 게임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 외 게이머들이 완전히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부분이라는 것. 실제로 야쿠자 2에서도 호스테스 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호스테스를 자신의 클럽에 스카웃하거나 계속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본 문화 바깥의 세상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나 대화 기술이 필요하다. 용과 같이 2나 3에는 없는 상당한 양의 텍스트를 추가로 삽입하는 방법 외에, 서양 게이머들에게 이러한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시키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야쿠자 2에서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FAQ 등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호스테스 클럽 부분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가는 야쿠자 시리즈를 통해 그나마 확보한 작은 규모의 팬 층을 야쿠자 3를 통해 좀 더 확장시키고자 의도하고 있으며, 따라서 일반적인 게이머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굳이 많은 노력을 들여 현지화를 하는 것보다는 내용 삭제를 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 음성과 내용 재구성 등을 통한 현지화 노력도 먹히지 않고, 그렇다고 원작 그대로를 옮겨내자니 서양 게이머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없는 내용이 많은 애매한 상황에서 도대체 현지화 자체를 왜 하는 걸까? 서양 게이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도 아닌데 왜 야쿠자를 서양 게임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야쿠자 시리즈가 훌륭한 게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야쿠자 시리즈는 최근의 기준으로 보면 여러 면에서 낡은 게임이다. 야쿠자 3조차도 텍스트나 메뉴가 너무 많다. 전체적인 느낌도 구식이다. 하지만 야쿠자에서 세밀하게 표현된 일본 밤거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척이나 많다. 그리고 이런 낯설고 즐거운 경험은 다른 게임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싸움은 본격적이고 만족스러우며 요코야마 마사요시와 소설가 세이슈 하세가 만들어 낸 스토리도 흥미롭다. 이 시리즈가 세가에서 아직까지 내부 개발팀을 통해 만들어 내는 몇 안되는 게임들 중 하나라는 점도 현지화의 가치가 있다. 과거 업계 자체를 호령하던 그들의 저력이 담긴 즉각적이고도 중독적인 게임플레이가 아직 남아 있는 게임이니까. 이 시리즈는 서양 게이머들에게 소개될 가치가 있다. 좋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비록 문화적 차이로 인해 완전히 이해하긴 힘들더라도 말이다.

일본에서는 용과 같이 4가 이번 달에 발매되었는데,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그 조금 전에 야쿠자 3를 발매하고 홍보에 들어갔다. 따라서 시리즈의 최신작이 과연 북미 시장에 나올 수 있을지, 나오더라도 100 퍼센트 완전한 모습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세가에서 야쿠자 시리즈를 북미에서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래본다. 좋은 게임은 즐길 가치가 있으니까. 어떤 언어로 만들어져 있던 무관하게 말이다.

글: 존 콘스탄틴 (John Constantine)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10.3.26 / 출처: 1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