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어나다

일반적인 제작사라면 단 두 편의 게임으로 천만 카피를 기록한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속편이나 외전 등을 한시가 급하게 찍어내기 시작했겠지만 닌텐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러한 종류의 절제가 지금 닌텐도가 누리고 있는 경외감을 형성하는데 데 큰 영향을 미쳤을런지도 모르겠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판매량 감소를 겪고 있는 메가맨(록맨) 시리즈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젤다 II의 일본 발매 이후 5년 가까이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젤다 시리즈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없는 기대만을 남긴 채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링크의 귀환은 닌텐도가 16비트의 새로운 게임기를 내놓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실현되었다.


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고, 그 동안 게임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시 등장할 젤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새로운 게임은 원작에서 정립된 이후 많은 모방작들에 의해 다듬어진 기본적인 '젤다 공식'에 충실한 게임이었으나 결코 1986년에 머무르는 구태의연한 작품은 아니었다. 원작의 단순한 세계는 사라지고, 충실한 디테일에 다양한 사람들과 생명체들로 가득한 '있음직한' 세계가 펼쳐졌다. 산과 숲, 성과 마을은 마치 게이머가 하이률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감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이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고, 탐험하고 싶어지는 그런 세계가 창조된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팬들에 맞추어, 닌텐도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을 만들었다.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링크는 전작들에서 등장한 그 소년이 아니라는 점은 핑크빛 머리칼로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스토리 역시 더욱 거대하고 복잡해진 세계와 방대한 대사를 통해 전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부함을 갖추게 되었다. 처음으로 게이머들은 가논의 과거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또한 하이률이라는 세계 전반의 역사에 대해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밝은 부분은 물론 어두운 부분까지도.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영문판 A Link to the Past)는 닌텐도에서 내놓은 새로운 하드웨어의 가능성을 통해 게임 속 세계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링크가 집을 나설 때 쏟아지는 비와 함께 내리치는 천둥 소리로 게이머들은 게임 초반부터 하이률이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세계라고 느끼게 된다. 투명 효과나 더 다양한 발색 능력은 단순히 예전 기술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능케 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젤다 3에는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분명하게 게이머의 마음을 흔드는 인상적인 장면들로 가득했다. 


젤다 3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속편이었다. 젤다의 골수 팬들에게도 원작의 완벽한 진화라고 칭송되었으며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조차 담대하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평했다. 평론가들과 팬들을 가릴 것 없이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 작품은 북미 닌텐도 관련 잡지인 닌텐도 파워의 연간 판매량 차트에서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면서, 결국 전세계적으로 460만 카피가 판매되었다. 판매량 면에서는 젤다 II와 유사했지만, 젤다 II와 다른 점은 이 작품이 시간이 갈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IGN의 편집자들은 2007년 역대 최고의 게임 리스트 8위에 이 작품을 올렸고, 독자들의 리스트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다행스럽게도, 닌텐도는 슈퍼패미콤용 젤다의 성공 이후에는 긴 휴식 기간을 갖지 않았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기 때문이다. 젤다 시리즈의 디렉터로 활약한 바 있는 테츠카 타카시는 먼저 '개구리를 위해 종은 울린다'라는 이름의 게임보이용 젤다풍 액션 어드밴처 게임의 개발을 마무리지었으며,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진짜 젤다 시리즈를 휴대용 작은 화면으로 옮겨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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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라는 성능에 흑백 화면으로의 회귀를 달가워할 개발자는 아마 존재하지 않겠지만, 게임보이용 젤다의 전설은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슈퍼패미콤용 젤다의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를 큰 손상없이 게임보이용으로 옮겨낸 것이다. 여기에 심지어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 그리고 짧게 구성된 사이드 스크롤 레벨 (아마도 젤다 II에 대한 오마주로서)까지 추가되어 오히려 다양성에 있어 한 단계 진화를 이룬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게임보이용 젤다의 전설은 슈퍼패미콤용 젤다의 느낌 뿐 아니라 외형까지 상당히 가깝게 재현하였으며, 이는 지금 기준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다. 흑백화면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8년 닌텐도는 게임보이 컬러에 대응하는 DX 버전을 내놓는데, 이 게임은 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게임보이 컬러용 게임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의 자리를 지키게 된다. 게임보이판과 DX 버전을 합하여 총 600백만 카피가 팔렸는데, 이는 슈퍼패미콤용 젤다보다도 더 높은 판매량이었다.

SFC용 신들의 트라이포스와 GB용 꿈을 보는 섬은 스토리, 스타일, 게임플레이에 있어서 어느 한 쪽이 없어서는 안 될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었으며, 젤다의 황금시대를 규정하는 작품들이었다. 또한 두 게임 모두 각각의 플랫폼 (SFC와 GB)의 정점을 상징하는 작품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또 한번 젤다 시리즈에 긴 휴식 기간을 주기로 작정했고, 그로부터 '제대로 된' 젤다 후속작이 나오기까지 또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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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8년 12월 17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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