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도 전설은 남는다. 암흑의 마도사, 위험에 처한 공주 그리고 왕국의 유일한 희망인 초록 옷의 소년. 오랫동안 전해지는 다른 모든 모험 이야기처럼 링크의 이야기도 새로운 세대마다 새로운 해석을 거치면서 세월에 따른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 내면에는 시간과는 관계없이 꾸준히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지난 20여년간 다른 그 어떤 시리즈도 넘보기 힘든 명성을 쌓았으며, 비디오 게임 명예의 전당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 중 하나를 차지하는 프렌차이즈가 되었다.

이러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닌텐도는 기존의 팬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시리즈의 기반이 되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매 게임마다 새로움과 활기를 불어넣는 작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펼쳐야 했다. 다행히 닌텐도는 미야모토 시게루라는 탁월한 인물을 통해 패미컴에서부터 Wii에 이르는 그 오랜 기간 동안 젤다의 전설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었다.


전설의 시작

닌텐도는 1983년에 기존의 그 어떤 가정용 게임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패미콤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나 패미콤 게임들도 초반에는 여전히 하나의 화면에서 아케이드 스타일의 게임성만을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누구도 새로운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통해 가정용 게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성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돈키콩을 만들어낸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에 도전했다.

1985년 미야모토는 패미콤 시대를 규정하는 두 가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나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은 명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였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주변기기인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될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디스크 시스템이 가진 저렴한 저장 용량을 통해 중간 세이브 기능은 물론 더 넓고 더 심오한 게임 속 세계를 창조해야만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었다.


젤다의 전설의 게임 디자인은 아타리 2600으로 발매된 워런 로비넷의 어드밴처나 하워드 스캇 워쇼의 인디아나 존스 같은 게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 위에 많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더하여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액션 어드밴처라는 장르를 확립했다고 평가된다. 미국의 비디오 게임기나 컴퓨터 게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에서는 젤다의 전설이 액션 어드밴처의 원조라고 여겨지고 있다.

젤다가 다른 게임들과의 차별화되는 지점은 단순히 하나의 요소들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어울려 새로운 맛을 내는 화학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탐험, 이동을 통한 퍼즐, 아이템을 활용한 어드밴처 스타일 퍼즐, 액션 요소, 돈 그리고 단순화된 레벨 업 시스템 등등이 젤다에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게임의 전제는 너무나 단순하여 누구라도 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방대한 모험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작은 소년 링크가 되어 트라이포스를 모으는 단 하나의 미션을 위해 광활한 세상을 탐험해야 한다. 누가 이런 모험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쉬운 시작과는 별개로, 실제로 뭔가 해보려 하면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다. 가야할 방향을 지시해주는 화살표도 없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령도 없다. 플레이 테스트 기간 중에 플레이어들이 종종 방향을 잃고 혼란스러워 한다는 사실 때문에 닌텐도 내부에서도 미야모토에게 난이도를 조절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이루어졌었다.

이러한 회사 내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미야모토는 그의 접근방식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혼자가 아니다. 그들이 다른 친구들과 막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노트를 교환하면서 문제를 풀어간다면, 젤다의 퀘스트들은 해결하기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저들간의 상호작용은 또한 구전 마케팅의 효과를 의미하기도 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젤다의 전설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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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의 전설은 일본에서 디스크 시스템이 성공을 거두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이 게임을 미국에서 발매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을 의미했다. 닌텐도의 엔지니어들은 젤다를 북미에서 발매하기로 결정할 즈음에 맞추어 게임 전체 용량을 카트리지 사이즈에 맞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세이브 시스템이었다. 비록 비용이 상당히 상승하게 되었으나 닌텐도는 카트리지 내부에 전지로 전원이 유지되는 RAM 칩을 박아 넣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최초의 시도였으며 곧 다른 RPG와 액션 어드밴처에서 복잡한 패스워드 방식을 대신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되었다.

독특한 금빛 카트리지에 담겨 미국에서 발매된 젤다의 전설은 본체와 함께 번들로 제공된 마리오/덕헌트를 제외하고는 NES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패미컴의 북미판 이름)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되었으며 그 후 수 년 동안 가장 히트한 게임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약 650만 카피가 판매되었다.) 80년대 초반 아케이드 게임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닌텐도에게는 젤다의 전설이 회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닌텐도는 지금까지도 그 길을 꾸준히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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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라비스 파스 (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8년 12월 17일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출처 표기를 조건으로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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