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레기 게임들의 향연이 시작되다


터미네이터 게임 관련 소식은 그 후 6년 동안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헐리웃에서 터미네이터 3의 제작이 발표되자,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도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프랑스 대형 제작사 인포그램즈에서 아타리 브랜드로 터미네이터 관련 게임 제작 라이센스를 확보한 것이다. T3가 개봉하기도 한참 전이었지만 아타리로부터 의뢰를 받은 파라다임 엔터테인먼트는  터미네이터 기반의 3인칭 액션 게임을 내놓는다.

터미네이터: 던 오브 페이트(Terminator: Dawn of Fate)는 상당한 가능성을 가진 게임이었다. 영화에서 매우 잠깐 비춰진 최후 심판의 날 이후 미래를 배경으로, 새로운 타임 머신을 놓고 스카이넷과 인류가 펼치는 사투를 다루는 이 게임은 차세대 하드웨의의 성능을 활용하여 폐허가 된 LA를 실감나게 묘사할 것이라는 기대 하나 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다. 또한 믿을만한 개발사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 실망스러운 초기 버전의 모습도 어느 정도 너그러이 용서가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시 꽤 많은 3인칭 3D 액션 게임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작감과 카메라 시점의 문제가 게임을 망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처럼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시점으로는 빠르게 전개되는 슈팅 액션이 어색하고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진부한 그래픽과 어설픈 성우 연기 역시 게임의 흥행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02년 9월 발매된 던 오브 페이트는 IGN의 힐러리 골드스테인에 따르면 '문지방에나 쓰일 물건'이었다. 베데스다의 노력으로 90년대 중반 어느 정도 회복되었던 터미네이터 게임들의 명성은 터미네이터 2 시대로 다시 돌아가버리는 듯 했다.

물론 아타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영화 T3가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영화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할 권리는 그들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진 상태였으니까. 아타리는 B급 게임을 양산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았던 블랙 옵스에게 T3를 맡기고, 영화의 비디오 릴리즈 시점까지 어떻게든 게임을 하나 만들어 낼 것을 요청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아타리의 T3 게임은 잘 될래야 결코 잘 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개발 기간이 너무나 촉박한 상황에서 블랙 옵스는 그들이 일전에 발매한 형편없는 액션 게임의 엔진을 재활용하기로 하는데, 퓨지티브 헌터(Fugitive Hunter)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오사마 빈 라덴이 등장하는 쿵후 격투 클라이막스로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게임이었다.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즈 역시 자동 조준의 1인칭 슈팅에 일대 일 격투가 혼합된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미도 없는 게임이 되고 만다. 사실 아타리는 이 게임의 성공을 확실히 하기 위해 추가 비용까지 투입하였지만,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실력 없는 개발사와 급한 개발 일정의 조합에서는 좋은 게임이 결코 나올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결과가 되었을 뿐이었다. 영화 T3가 그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던 팬들도, 게임 T3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자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느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을 더 하랴.

PC 게이머들은 몇 주 후 워 오브 더 머신즈라는 전혀 다른 T3 게임을 만나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헝가리 기반의 클레버즈 게임즈(Clever's Games)라는 스투디오에서 개발을 맡은 PC용 T3 게임은 콘솔용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구성의 게임이었지만 콘솔 게임과 마찬가지로 처절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온라인 중심의 PC 게이머들을 확보하기 위해 배틀필드 1942와 비슷한 감각의 멀티플레이어 슈팅 게임으로 방향을 잡은 클레버즈 게임즈의 T3에는 캡쳐 포인트나 차량 활용 등 기본적인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너무 급한 개발 일정으로 인해 맵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으며, 애니매이션은 어색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타리는 이 게임 역시 다른 터미네이터 게임들처럼 라이센스 만으로도 어느 정도 팔리길 바랬지만 이는 당시 최고의 FPS들로 눈높이가 향상된 PC 게이머들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여긴 생각이었다. 워 오브 더 머신즈는 같이 멀티플레이를 즐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실패한 게임이 되었다.

아타리의 T3 게임들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그들은 이 결과를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두 프로젝트 모두 개발사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으며 개발 일정은 너무나 촉박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대신, 라이센스와 타이밍에 편승하고자 했던 졸작을 만든 것은 그들의 책임이었던 것이다. 아타리는 다시 한번 터미네이터 게임 제작을 시도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능력이 검증된 파라다임 엔터테인먼트에게 개발을 맡기고 좀 더 현실적인 개발 일정으로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임이 바로 터미네이터 3: 더 리뎀션(Terminator 3: The Redemption)이었다.

터미네이터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일반적으로 라이센스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 자체가 장르의 규범에 얽매인다는 것이었다. 판에 박힌 게임성을 가진 게임에 터미네이터 캐릭터를 박아 넣는다고 영화의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파라다임 엔터테인먼트는 그들의 마지막 터미네이터 게임을 기초부터 다시 만들었고, 영화에서의 액션을 반영하는 여러 요소들을 절충한 게임을 만들어 냈다. 강렬한 자동차 추격 신, 슈팅, 그리고 일대 일 격투 요소들로 영화의 느낌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게임을 구성한 것이다.


리뎀션은 그 어떤 터미네이터 게임의 후속작이나 스핀-오프도 아니었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영화의 흐름을 매우 현실적으로 재현하였으며 결과적으로는 아타리가 이전의 작품들로 팬들을 우롱한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가 강했다. 맹렬한 자동차 추격에 차량 이동 간 슈팅, 그리고 매우 탄탄하게 구성된 건슈팅을 골자로 강렬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 리뎀션은 터미네이터의 이름에 걸맞는 구성을 보여주었다. IGN의 제레미 던험은 "지난 8년을 통털어 처음으로 그나마 재미가 있는 터미네이터 게임이 처음 등장했다.'고 평했다.

물론 리뎀션은 불후의 명작은 결코 아니었다. 그동안 너무도 실망스러운 게임들이 많았기에 '괜찮은' 게임 정도라도 터미네이터 게임으로는 합격점을 받을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T3를 기반으로 했던 앞선 세 게임의 실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화 T3의 실패로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급속히 식어갔다. 아타리의 리뎀션 이후, 터미네이터 게임 역시 한동안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운명은 개척하기 나름


오랜 동면 끝에 터미네이터의 신작 영화와 신작 게임이 터미네이터: 살베이션(Terminator: Salvation)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 게임 제작을 맡은 할시온 게임즈는 지금까지는 바람직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제작 이전부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게임 개발에 들어갔으며, 개발 작업은 스웨덴의 GRIN이 맡았다. GRIN의 전작인 원티드: 웨폰즈 오브 페이트처럼 살베이션도 기어즈 오브 워 스타일의 장르 공식에 충실한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과연 살베이션 만의 독특함과 본질적인 재미를 갖춘 게임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역주: 이 게임 해보신 분? 감상 좀...)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터미네이터 게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살베이션 자체가 새로운 3부작의 시작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다양한 게임들이 영화를 기반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나올 터미네이터 게임들이 과거 베데스다의 경우처럼 장르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의미있는 게임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베데스다의 게임들은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잠깐 비추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매우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만약 게임이 (라이센스이든, 오리지널이든) 단순히 영화를 흉내내는 것에 그친다면 결코 좀 더 성숙한 매체로서 진화할 수 없다. 터미네이터에는 게임화하기에 적합한 소재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들은 진정으로 숙련된 장인을 만나 그 진가를 발휘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끝)

글: 트라비스 파스(Travis Fahs)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9.5.20 / 원문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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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넨 2009.05.29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T3:리뎀션은 짧게 나마 해봤는데 저역시 꽤 할만한 액션게임이라고 느꼈었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T4게임은.. 글쎄요. 영상만 봤을 뿐이지만 별로 하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 BlogIcon 페이비안 2009.05.29 2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별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니 그닥 훌륭한 게임은 아닌가보다 싶긴 하네요. 영화도 평이 엇갈리던데, 그래도 나름 볼만은 했더랬어요.

  2. BlogIcon 현달구지 2009.05.29 2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것보다 베데스다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롭네요.

    그리고 마지막의 Terminator: Salvation 은 그냥저냥 괜찮은 게임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단 해당 게임 방식들이 이미 기어즈 오브 워 같은 게임들에서 이미 검증된 것을 그대로 따라해서

    그냥 할만합니다. 2 인 협동 미션까지 진행이 가능하구요. 다만 평단의 평가는 상당히 안좋은데,

    이미 나온 게임들과 전혀 다를게없는 판에박힌 구조에 제일 심각한건 영화 상영시간과 맞먹는

    플레이 타임이었습니다. 개발기간동안 뭘한건지...

    • BlogIcon 페이비안 2009.05.29 2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베데스다 이름은 오블리비언으로 알게 되었는데, 폴아웃을 맡게 된 배경에는 터미네이터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 상영시간과 맞먹다니... 가정용 게임 맞나 싶네요 -_-

  3. BlogIcon 공상플러스[▶◀] 2009.05.29 2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베이스로 한 게임은 왜 대부분 쓰레기인지는 모르겠다만.. 터미네이터도 예외는 아닐 수 없죠

  4. BlogIcon 상오기™ 2009.05.30 0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밖에 몰랐는데 비디오 게임으로도 많이 나와 있네요 ^^

  5. BlogIcon 태현 2009.05.30 0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게임은 과연 어떨까요. =)
    사실 그래픽으로 게임하는 건 아니지만 스샷과 공개된 영상으로는 좀 밋밋한 감이 있어 보여요.

    • BlogIcon 페이비안 2009.05.31 0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영화는 봤는데, 게임은 대체적으로 평이 별로네요. 영화야 뭐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통할 정도에다가 마커스가 꽤 멋져서 저도 기대보다는 조금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할 수 있었어요.

  6. t4게임 2009.05.30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하는게 좋습니다. 이건뭐... 재미도 없고 다만 비주얼만 있을뿐.

    그냥저냥 게임이라기보다는 t4에 등장케릭터 소개프로그램 이라고 해야

    • BlogIcon 페이비안 2009.05.31 0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흠.. 영화도 게임도 비주얼만 있다는 평가가 대세네요. 등장캐릭터 소개 정도 수준이라면 그냥 skip해도 되겠군요. 영화를 이미 봤으니..

  7. BlogIcon greenb75 2009.06.02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서야 완결을 보게되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근데, 터미네이터는 이미 영화자체도 막장으로 가고있는듯해서 게임도 그닥..-_-..

  8. 미련한군 2009.10.19 2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미네이터 - 구원 게임은 해보고는 싶은데 뭐랄까 사양이 ... ㄷㄷ

  9. 미련한군 2009.10.20 1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미네이터 - 구원 다 좋은데 게임 플레이 시간이 겨우 4시간 정도 밖에 안된다는 군요 ㄷㄷ

  10. BlogIcon 티투스 2015.06.10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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