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자격증에 대한 짧은 조사

알림판 2008. 7. 7. 11:20 Posted by 페이비안

* 본 포스트는 다음검색 ChangeUp프로젝트의 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학생 때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아, 대학시절부터 번역 일을 알바 비슷하게 하다가 직장인이 된 지금도 용돈이 궁할 때 가끔씩 번역으로 투잡을 뛰곤 했었습니다. 아실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번역일이란게 영어로 된 원문 읽은 데에 취미가 있고, 어느 정도의 '한글' 실력이 있고, 최소한의 공인 영어시험(토익이나 토플 등) 성적만 있으면 시작하기는 그닥 어렵지 않죠.

그렇지만 이렇게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초벌번역가 모집' 어쩌고 하면서 실제로는 영어책 강매를 시키는 사기도 극성을 부리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실 초벌번역이라는 게 말이 안되는게, 번역은 일단 엉터리로 된 '초벌'을 손봐서 제대로 된 '완성본'을 만드는 게 아니거든요. 엉터리 '초벌'은 원문보다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처음부터 손을 대는 게 정상적인 프로세스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번역 회사들(작은 업체인 경우가 많죠) 홈페이지에서 프리랜서 모집에 지원하면, 회사에서 샘플을 보냅니다. 제시한 샘플 번역이 어느 정도 퀄리티가 나온다 싶으면 일거리를 맡기는데, 그 일거리를 제 시간에 제대로 번역해서 보내주면 꾸준히 의뢰가 들어옵니다.

흠흠.. 사설이 길었는데요. 요는 굳이 번역 관련된 자격증을 따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할까요. 그래도 혹시나 관련된 자격증이 있을까 해서 이번 기회에 찾아보았습니다.

일단은 영어 번역사자격증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보았죠.

수두룩하게 나오는 학원 광고들을 넘기고, 학원이 만든 카페도 넘기고... 블로그 검색결과를 보니 자격증이 몇가지 있는가봅니다.

 

흠... 그렇군요. 두 가지 민간자격증이 있군요. 그럼 국가 공인 자격증은?

국가공인자격증 관련된 쓸만한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아예 없다고 하는 검색결과까지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없는가 봅니다. 저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아까 검색을 통해 찾은 두 가지 자격증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분명히, 첫번째 시험은 한국번역능력평가원과 매경지식정보화센터에서 주관하는~ 어쩌고 저쩌고 시험이었더랬죠. 홈페이지가 www.etat.org였던가요? 방문해보았습니다.

어라라... 도메인 판매 중이네요. 뭔가 이상합니다.

검색해 보았습니다.

 

카페 관련글이 2001년에 작성된 것 뿐? 게다가...

공식 카페란 것이 회원수 24명에...

스팸글만 잔뜩.... 이건 아니군요. 아마도 없어졌던지, 뭔가 다른 걸로 바뀌었던지 한 거 같네요. 그런데 맨 처음에 두 가지 시험을 안내해주던 블로그 검색결과는 2007년에 검색된 결과인데요... 게다가 다른 검색어로 검색할 때에는 이 블로그를 퍼온 듯한 검색결과가 2008년 6월 최신 검색결과로 떡하니 나온 모습도 보았는데... 시효가 지난 정보가 무한 펌질로 인해 계속 등장한다는 점은 인터넷 검색의 문제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렇다면 두 번째 민간 자격증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한국번역가협회(KST)를 찾아보니 이 쪽은 비교적 쉽게 나오네요.

2008년 7월 12일에 시험이 있다고 하니, 아직까지 계속 진행중인 자격증인 듯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자격증이 과연 쓸모가 있는지, "번역능력인정시험 필요성", "번역능력인정시험 쓸모", "번역능력인정시험 효과" 이런 키워드로 대강 살펴보니... 이 자격증에 대해서는 쓸모 있다, 없다 의견이 좀 갈리는 듯 합니다.

그래서 좀 넓은 차원에서 번역자격증 필요성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웹문서 검색결과에 보니, 역시나 실제로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자격증이 굳이 필요할 거 같지 않다는 의견이 있군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흐음... 여기서 보면 한국번역사협회 자격증도 딱히 유용한 거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에 결론은 자격증보다는 실력이나 인맥이 중요하다는 얘기로군요. 좀 허무한데...

그래서 범위를 더 넓혀서 다른 이야기는 없는지 한 번 훑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래도 걸리는 게 없으면 뭐... 번역 관련 자격증은 그야말로 꽝!인거죠. ^-^

음.. 참고할 만한 번역관련 도서 소개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실제로 번역가로 활동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소개로군요. 자격증 준비보다는 차라리 이 책을 한 번 보는 편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학과 교수님께서 영어 관련해서 안정효씨의 영어 길들이기를 강력 추천하셨던 것이 새삼스럽게 생각이 났습니다.  검색결과의 상당수가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역시나 번역 관련된 일을 하려면 전문성을 기르고 실력으로 승부하라는... 상당히 원론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의 번역 문화는 아직도 제도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지난 얘기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번역하고 유명인 이름만 갖다 붙인 사례도 있고, 더 지난 얘기지만 대학 때 번역된 전공서적보다 차라리 원서가 쉽게 이해되었던 기억도 있고...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요? 대학원생들 모아놓고 분량 찢어 번역시키고 돈은 교수님이 가져가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별 다를 게 없을 거 같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번역 관련 자격증에 대한 조사를 이번 기회에 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결론이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좀 씁쓸하긴 하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