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짱이 성장 일기 #1

가족과 친구들 2008. 3. 17. 11:15 Posted by 페이비안

3월 13일 새벽 5시에 입원해서 12시간 산통 끝에 첫 아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열심히 소프롤로지에서 배운 호흡법으로 숨을 몰아쉬면서 진통을 견뎌낸 와이프가 무척 대견했습니다.

옆에서 그저 힘내라고 응원 밖에 못하는 남편 역할이라는 게 참... 어리버리 옆에서 농담이랍시고 한 마디 합니다. '무통 분만 주사액 이름이 anapa네? 꽤 설득력 있는 이름인가...?' 와이프 그 와중에도 이런 썰렁한 농담에 웃어줍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위대해 보입니다. 임신 기간 동안 정말 떨어지는 나뭇잎도 조심조심 열 달, 옆에서 다른 산모들도 진통을 참느라 힘들어하는 소리를 적나라하게 들으며 아프디 아픈 기다림을 보내야 하는 진통실의 10시간, 그렇게나 씩씩하신 장모님도 나중에는 안스러워서 안절부절하셨던 분만실의 2시간...

몸을 좀 추스리자니 이제 젖몸살이 시작되고, 앉기도 불편한 와중에 아이에게 젖을 물릴 때면 아픈 것도 잊고 아기가 배부르게 잘 먹기만을 바라는 와이프는 이미 어엿한 한 아이의 어머니네요.

와이프가 자연 분만 치고는 몸이 좀 안좋아서, 첫 날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어 걱정에 걱정을 했습니다. 임신 초기부터, 울 아이는 모유를 꼭 먹이자고 다짐했던 울 부부 의기소침한 밤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 날, 분유 먹고 전날 버텼던 우리 짱이 대견하게도 모유도 정말 잘 먹습니다. 울 와이프는 첫 출산인데도 모유가 넉넉한 편이랍니다. 잘 먹이고 잘 먹고. 일단 민생고 하나 해결입니다. 아이 낳고 힘들어보였던 울 와이프. 아직 앉는 것도 불편한데도 아기 젖 먹일 때 만큼은 얼굴에 화색 만연합니다.

반면에 아빠는 그저 아기가 신기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딴에 자기도 역할을 해보겠다고 씩씩하게 기저귀를 갈아보겠다는 건 시도 자체는 나름 좋았으나, 애 엉덩이도 제대로 못 들어서 어리버리, 엉덩이 닦는 것도 엉성하기 이를 데 없고, 하늘을 날으는 오줌줄기를 보면서 그저 멍~하니 있다가 베개 하나 다 적셔버렸습니다. -_-

결국 GG 치고 간호사 언니 불러서 도움을 받고 이번에는 혼자서 의기소침해져버렸습니다.

특별한 일 아니면 밖에 다니시는 건 그닥 즐기시지 않으시는데도 손주 보러 직접 40분 동안 운전해서 오셔서 딱 5분 너무 흐뭇한 표정으로 짱이 보고 계시다가 다시 40분 운전해서 집으로 가진 외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식구들과 친척들이 짱이를 보러 왔었습니다.

아빠인 제가 말하면 뭐 팔불출이 하는 소리밖에는 안되겠지만, 정말 진짜 솔직히 우리 애기 너무 이쁩니다. ㅋㅋㅋ 이미 어엿한 어머니인 울 와이프에 부끄럽지 않은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할텐데, 왠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멋진 아빠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기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만 듭니다.

와이프를 산후조리원에 두고 오늘 첫출근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고, 블로그를 열어보니 많은 분들께서 축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경황이 없어 그동안 격조했던 점 이해해주시고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