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Blackwell Deception

게임라이프/소감 2011. 10. 19. 15:02 Posted by 페이비안

구입하게 된 계기

예전에 Pig-Min에서 전작이 소개된 적이 있어 눈 여겨 보다가 이번에 시리즈 전체 (현재까지 총 4편)을 $24.99에 DVD로 보내주는 옵션이 있어서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유령을 볼 수 있는 여주인공과 중절모 쓴 유령 아저씨를 번갈아 조작하면서 심령 사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내용의 어드밴처 게임으로, 80~90년대 어드밴처 게임이 전성기를 이루던 시기의 테이스트를 독특한 느낌으로 계승, 발전시킨 게임이라는 평이 꽤 있는 듯 하구요. 이 정도 게임이라면 내 노트북 PC에서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겠다는 점도 얼마간 작용했습니다. 구입일은 2011년 10월 17일.

첫인상

반쯤은 의도적으로 도트가 도드라지는 화면은 예전 16비트 시절 어드벤처 게임들을 연상시키지만 그렇다고 그래픽이 조잡하거나 옛날 게임을 보는 듯 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도트의 투박한 느낌이 가진 나름의 맛을 잘 살려낸 멋진 회화 작품을 보는 듯한 배경에, 귀에 착착 감기는 멋진 음악이 어울려 상당히 도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미 죽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무엇인가 때문에 이승에 머물고 있는 유령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배경으로서는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보다는 이런 약간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인터페이스 자체는 무척 심플해서 게임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크게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여주인공 로사가 사람들과의 대화나 사물들을 사용하는 반면, 유령인 조이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주변을 조사하고, 잠긴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등의 특성이 있어, 이들 둘을 적절히 번갈아가면서 어드벤처 게임 특유의 문제들을 해결하면 됩니다. 여기에 사람들과의 대화 등에서 얻은 단서들을 조합하거나 조사하고, oogle에서 검색도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부분도 조합됩니다. 집에서 조이와 이야기를 하면 다음 할 일에 대해서도 힌트를 주기 때문에 크게 막히는 일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방금 언급한 oogle 검색 등 '주관식 답'을 입력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가끔 메모가 필요할 때도 있군요.

인상적인 부분

남여 주인공이 치고 받는 대사의 호흡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둘 다 비슷하게 시니컬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여주인공인 로사는 약간 세상살이에 미숙한 문학소녀(?) 느낌이고 남주인공인 조이는 산전수전 다 겪어 왠만한 일들은 까칠함이 섞인 농담으로 받아내는 정장신사(?) 느낌이랄까요. 시리즈의 4편이라 그런지 이 둘의 조합은 뭐랄까 크게 말이 필요없는 파트너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초반 도입부에 일어나는 사건 하나를 제외하고는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가 큰 스토리와 연관되는 흐름을 보여주는데, Deception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무엇인가에 희생양이 되어 죽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쫓아 이러한 사건의 배후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스토리로는 연결되지만 각각의 유령들을 승천(?)시키기 위한 퍼즐들은 독립적으로 진행되게 되는데요. 

전반적으로 퍼즐의 난이도랄까 합리성이랄까... 어떤 어드벤처 게임들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행동을 취해야만 퍼즐을 풀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게임에서는 그런 식의 퍼즐은 없었습니다.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 힌트를 얻고, 그 힌트를 바탕으로 퍼즐을 다음 단계로 진행시키는 흐름이 탁월하다고 할까요.

클리어 후 소감

시간 가는 지 모르고 플레이하다 보니 끝나버리네요. 대략 6~7 시간 정도에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구절절 불필요한 것들을 채워서 플레이 시간을 20~30시간으로 만드느니, 이렇게 더하고 뺄 부분 없이 깔끔한 이야기로 만드는 쪽이 좀 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엔딩 후에 진한 여운을 주는 게임이라기보다는, 게임을 하는 내내 두 주인공들과 유령들이 쏟아내는 대사가 게임 속 문구 같지 않은 여운을 지속적으로 던져주는 게임이라 끝날 때에는 좀 갑작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클라이막스 부분도 있긴 한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음 작품으로 넘기는 감도 없지 않아서 그 부분은 좀 아쉽네요. 제작자 쪽에서는 꽤 긴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유령과 유령을 보는 영매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흐름은 무척 생생하고 현실적이라는 느낌입니다. 만약 영매가 있고, 그 영매와 함께 하는 유령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한다면 정말 이렇게 활약을 하고 있을 거 같다는 현실감이 이 게임에서 가장 멋진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엔딩을 보고 나면 제작자 Commentary를 켜서 각각의 장면에 대해 제작자인 Dave Gilbert의 설명과 성우들의 blooper 같은 것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엔딩을 보지 않고도 켤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플레이 시간을 이걸로 어느 정도는 보충할 수도 있을 거 같네요. 

결론?!

예전 어드벤처 게임들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계신 올드 게이머라면 한 번쯤 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령과 영매가 나오지만 딱히 공포스러운 게임은 아니고, 해치지도 않아요. 추리물 쪽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저는 DVD가 도착하면 전작들도 찬찬히 즐겨봐야 하겠습니다. :) (DVD 딜은 끝났지만 Deception을 제외한 전작들 3편을 묶은 번들의 다운로드판은 계속 판매중인 거 같네요. 공식 홈페이지 링크는 여기)